[DA:인터뷰] ‘신과함께’ 차태현 “배우로서 캐릭터보다 기술적 도전에 의의”

입력 2018-01-01 09: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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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 ‘신과함께’ 차태현 “배우로서 캐릭터보다 기술적 도전에 의의”

‘신과함께’는 주호민 작가의 동명 웹툰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원작의 저승 이승 신화 편 가운데 저승 편을 담아냈다.

웹툰 ‘신과함께’ 저승 편은 두 가지 스토리가 교차 전개된다. 진기한 변호사가 49일에 걸쳐 진행되는 저승 재판에서 망자 자홍을 변호하는 이야기와 저승 삼차사 강림, 해원맥, 덕춘이 군대에서 억울하게 사망한 후 원귀가 된 유성연 병장과 얽히는 이야기다. 원작의 실질적 주인공은 진기한과 자홍. 두 사람이 재판을 하나씩 통과하는 과정을 통해 저승이 순차적으로 소개되고 이를 중심으로 이야기도 전개된다. 유성연의 사연도 뭉클하지만 삼차사의 이승 편과 신화 편을 위한 기반에 가깝다.

영화는 원작 웹툰을 일부 각색했다. 유성연의 억울한 사연은 살리되, 그를 김수홍이라는 캐릭터로 바꿔 자홍과 형제로 설정했다. 자홍의 재판은 빠르게 넘기고 가족적인 이야기를 풍성하게 넣었다. 자홍이 열었던 애잔한 드라마는 영화 말미 수홍이 닫는다. 자홍의 이야기는 줄어들고 수홍에게 바톤이 넘어간다. 저승 삼차사의 존재감도 원작의 저승 편보다 늘었다. 진기한 변호사의 역할을 저승 삼차사에 흡수해 이들이 자홍과 수홍을 잇는 연결고리가 되게 했다.


‘웹툰에 비해’ 영화에서는 존재감이 줄어든 자홍. 차태현은 시나리오를 받을 때부터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인터뷰에서도 이를 인정했다. 그럼에도, 왜 그는 ‘신과함께-죄와벌’에 출연했을까.

“제가 웹툰을 영화화한 ‘바보’를 찍은 경험이 있잖아요. 그때 우리의 목표는 ‘원작을 손대지 않고 만드는 것’이었어요. 웹툰과 거의 비슷하게 만들었죠. 당시 웹툰은 영화화하기 정말 힘들다는 것을 알았어요. 유기적으로 길게 엮인 내용을 시나리오로 만들어야 하니까요. 그래서 ‘신과함께-죄와벌’에서 영화로 바뀐 부분이 마음에 들었어요. 진기한과 강림을 합친 것, 수홍과 자홍을 연결한 부분 등이요. 영화마다 고르는 기준이 있겠지만 캐릭터보다 새롭게 도전하는 것들이 좋았어요.”

‘신과함께’는 한국 영화 역사상 최초로 1부와 2부를 동시에 촬영한 작품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시각적인 특수효과(VFX) 기술의 최고치를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차태현이 ‘신과함께’에 출연한 이유는 ‘영화인’으로의 책임감이 컸다.

“시나리오를 보면서 많이 고민했어요. 순수하게 배우의 입장에서는 자홍이 많이 나오고 이야기의 중심인 것도 좋지만 마지막에 큰 임팩트 있는 장면에서 제가 하는 게 없더라고요. 그래서 ‘이 역할을 내가 하는 게 맞나’ 고민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한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하는 것들 때문이었어요. 두 작품을 함께 찍고 하나씩 푸는 것,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었던 CG들. 기술적으로 언젠가 해야 할 도전들이잖아요. 그 부분 때문에 이 영화를 선택한 게 커요. 영화마다 고르는 기준이 있겠지만 이번 작품은 캐릭터보다는 그런 부분이 좋았어요.”


차태현은 ‘신과함께-죄와벌’ 제작진이 만장일치로 결정한 캐스팅. 원작자 주호민 또한 “김자홍은 독자가 자신을 투영하기 좋도록 백지 같은 인물로 디자인했다. 차태현의 얼굴이 김자홍처럼 백지 같은 얼굴이 아닌가 싶다. 관객이 투영하기 좋은 얼굴”이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차태현 본인도 ‘신과함께’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제안받은 역할이 자홍이라는 것을 짐작했다고.

“자홍이 사실 새로운 캐릭터는 아니에요. 지금까지 제가 많이 해온 캐릭터와 비슷하죠. 그래도 그간 작품에서 보여진 제 모습과 자홍이 조금 낯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어요. 새롭고 낯설 수도 있고 혹은 별로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과로사한 평범한 직장인에서 시민을 구조하다 사망하는 소방관으로 각색된 부분에 대해서는 오히려 만족스러워했다. 그는 “시나리오에서 소방관으로 바뀌었고 극적인 일이 많더라. 그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평범한 회사원 설정을 그대로 가져왔다면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차태현은 “자홍은 움직임이 많지 않고 수동적인 캐릭터다. 보면 서 있거나 앉아 있거나 업경을 보고 있다. 연기할 때 오롯이 나 혼자”라면서 “마지막에는 그래도 미리 찍어놓은 수홍과 엄마의 장면을 보면서 연기해서 감정 잡기 수월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차태현이 망자 자홍으로 열연한 ‘신과함께-죄와벌’은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 ‘미스터 고’의 김용화 감독이 연출했다. 하정우 주지훈 김향기가 각각 저승 삼차사 강림 해원맥 덕춘을 연기했으며 김동욱이 원귀가 된 병장 수홍을 맡았다. 염라대왕으로는 이정재가 특별출연했으며 김해숙 김수안 김하늘 도경수 유준상 마동석 등도 함께했다.

1부 ‘신과함께-죄와벌’이 853만 관객을 넘어서면서 대흥행 중인 가운데 2부는 올해 여름 개봉 예정이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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