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이슈] ‘악플러 대응’하겠다는 이보영, 더 지혜롭게 대처할 순 없었나

입력 2018-01-08 1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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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유명한 ‘전어’가 겨울에도 화제가 될 줄이야. 8일 오전부터 오후까지 ‘전어’ 하나로 연예가 쪽이 들썩였다.

8일 이보영의 소속사 플라이업엔터테인먼트는 악성 루머를 퍼트린 누리꾼들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소속사는 “얼마 전 모 예능프로그램에서 이보영과 친분이 있는 후배 배우가 출연해 재미를 주려 사실과 다른 에피소드를 이야기했고 사실인양 일파만파 퍼졌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일 이후로 이보영을 향한 지속적이고 악의적인 근거 없는 루머와 악플 등이 다수 게재되고 있는 상황을 확인했다”라며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 명예훼손에 대해 강경대응 할 것임을 알려드린다”라고 덧붙였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지난해 7월, 배우 장희진은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이보영 선배가 회를 시키면서 전어를 서비스로 달라고 했다”는 에피소드를 언급했다. 연예인 갑질에 가까운 사연이라며 누리꾼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후 이보영 기사에는 ‘전어’에 관련된 댓글과 더불어 악의적인 루머까지 퍼진 것이다. 이에 소속사는 강경대응을 하기로 결심했고 이러한 사실을 보도자료를 통해 알렸다.

그런데 공식입장에서는 언급되지 않았던 후배 배우가 ‘장희진’으로 드러났고 모든 비난의 화살은 장희진에게 쏠렸다. 이에 이날 오후 장희진 소속사는 공식적인 사과문을 올리며 “앞으로 더욱 조심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정황을 따지고 보면, 이보영은 억울할 만 하다. 자신이 하지도 않았던 일로 누리꾼들에게 비난을 받았을 뿐더러 루머까지 양산됐으니 말이다. 게다가 곧 드라마 ‘마더’가 방영되기에 자신 때문에 작품이 피해를 보게 할 순 없었을 테니 강경 대응에 나선 것도 당연지사다.

하지만 조금 더 지혜롭게 대처할 수는 없었는지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니까, 굳이 악플러에 대해 강경한 대응을 하겠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었을까. 물론 ‘악플’에 시달리는 수많은 연예인들이 법적으로 대처하겠다고 알린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보영 같은 경우는 ‘장희진’이 끼여 있었다. 장희진의 발언으로 인해 생긴 오해가 악플이 생겼으니 상황설명을 하려면 꼭 ‘장희진’이 언급이 돼야했다.

비록 이보영 소속사에서 이날 오전에 배포한 공식 자료에는 구체적인 프로그램명과 후배 배우가 누구인지 공개되진 않았다. 일종의 ‘배려’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결국엔 ‘라디오스타’에서 ‘장희진’이 말했던 것이 아니냐는 누리꾼들의 추측이 오갔고 그게 사실임이 드러났다. 장희진이 재미를 위해 상황을 부풀려 말한 것은 분명한 잘못이지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직접 사과까지 한 후배였다. 이보영이 앞선 판단을 했다면 분명 장희진에게도 피해가 갈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야 했다.

게다가 오히려 이번 ‘강경 대응 발표’는 이보영에게도 독이 되기도 했다. 당시 방송을 보지 않아 무슨 일인지도 몰랐던 대중들은 뒤늦게야 소식을 접하게 됐고, “왜 6개월이나 지난 이야기를 지금에 와서 이야기 하냐”는 등 반문을 내놓고 있다. 그 말인즉슨, 이보영을 보면 ‘전어’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는 이야기다. 조용하게 ‘강경대응’ 했더라면 어땠을까란 생각이 든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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