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현장] “기적 같이, 생생해”…유작 ‘흥부’가 추억한 故 김주혁 (종합}

입력 2018-01-09 12: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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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현장] “기적 같이, 생생해”…유작 ‘흥부’가 추억한 故 김주혁

지난해 불의의 교통사고로 하늘의 별이 된 배우 故 김주혁의 첫 번째 유작이 스크린에 펼쳐진다. 천재작가 흥부가 두 형제를 모델로 ‘흥부전’을 집필하는 과정을 담은 영화 ‘흥부’다.

9일 오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흥부’ 제작보고회. 이날 행사에는 ‘흥부’에 출연한 정우 정진영 김주혁 김원해 정상훈과 ‘흥부’를 연출한 조근현 감독이 참석했다.

‘26년’ ‘봄’ 조근현 감독이 연출한 영화 ‘흥부’는 붓 하나로 조선 팔도를 들썩이게 만든 천재작가 흥부(정우)가 남보다 못한 두 형제 조혁(김주혁)과 조항리(정진영)로부터 영감을 받아 세상을 뒤흔들 소설 ‘흥부전’을 집필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사극 드라마.

조근현 감독은 “다들 아는 흥부전은 유쾌하고 해학적이고 풍자적이다. 알고 보면 블랙 코미디”라면서 “영화로 설정을 바꾸면서도 그 부분을 유지하려고 했다. 흥부전의 그 시대 백성이 느낀 고통과 꿈꾸던 희망이 현재와 굉장히 흡사했다. 이 시대에 흥부를 다시 건드려보는 게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고 연출 계기를 밝혔다. 그는 “가족들과 즐거운 마음으로 아무 생각 없이 보다가 확 빠져들게 될 것”이라고 관전 포인트를 소개했다.

앞서 언급했듯 故 김주혁의 유작 가운데 가장 먼저 개봉하는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첫 인사부터 ‘흥부’ 대표로 故 김주혁에 대한 질문을 받은 정우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쉽사리 입을 떼지 못하던 그는 조심스럽게 “주혁이 형, 많이 보고 싶습니다”고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故 김주혁은 극 중 힘든 백성들의 정신적 지도자이자 흥부전의 실제 주인공 조혁을 연기했다. 야망에 눈 먼 형 조항리와는 달리 백성들이 행복한 의망의 조선을 꿈꾸는 인물. 조근현 감독은 “김주혁은 한 번쯤은 꼭 작품을 해보고 싶은 배우였다. 어느날 기적처럼 내 앞에 있더라. 솔직하게 내 마음을 전했다. 김주혁은 그날 결심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조혁 캐릭터가 평면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조 감독은 “각색 도중에 아침 일찍 김주혁이 혼자 영화사에 왔다. 얼굴이 안 좋아서 물어보니 밤을 새고 왔더라. 아무 이야기 하지 않고 담배를 같이 피웠다. 가려는 찰나에 ‘같이 하자’고 다시 제안하고 출연을 결정하고 홀연히 사라졌다”면서 “굉장히 집요하게 이 캐릭터에 대해 파고들더라. 같이 작업하면서 행복했다”고 전했다.

조혁과 대립되는 조항리는 정진영이 소화했다. 조항리는 조선을 가지려는 야심가로 흥부전 속 놀부의 실제 주인공. 정진영은 “우리 영화가 최근에 겪은 사회적인 흐름과도 겹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지금은 다른 세상이 됐지만”이라면서 “조항리 같은 사람들은 대부분 감옥에 가 있다. 연기하면서도 지금 감옥에 가 있는 몇 명이 생각났다. 캐릭터에 넣어보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왕권을 노리는 또 다른 세력의 중심에 선 김응집은 김원해가 연기했다. 김원해는 “나도 현재 감옥에 가 계신 그런 분들 중에 한 분을 연기했다”며 “조선시대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1년 전 광화문에서 큰 촛불이 일어났다. 당시에도 백성들이 해학과 풍자를 가지고 서로 소통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조혁과 조항리를 모티브로 소설 ‘흥부전’을 쓰는 천재 작가 흥부는 정우가 맡았다. 정우는 “누구나 아는 흥부전을 소재로 누구도 알지 못하는 작가의 이야기로 풀어낸 점이 새로웠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낯설지 않고 쉽게 다가왔다. 그 중에서도 가장 끌린 것은 캐릭터였다. 평범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시대적 배경이 조선이다 보니 특별해졌다. 그런 점에 매료됐다”고 ‘흥부’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첫 사극 ‘흥부’에 출연한 정우는 사극에 대해 호감과 욕심을 가지고 있지만 선뜻 결정하지 못했다고. 그는 “조혁 역할을 김주혁 선배가 연기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도전할 용기를 얻었다. 여기 있는 선배들이 함께한다고 해서 더욱 힘을 얻고 촬영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흥부는 감정적으로 어릴 때 잃어버린 형에 대한 마음도 표현해야 하고 영화의 리듬감도 표현해야 했다. 톤을 잡기 쉽지 않았다”고 고충을 전했다.

그러면서 “김주혁 선배에 대해서도 기억난다. 선배로서 후배인 나를 안아주고 지켜봐줬다. 묵묵히 응원해준 기억이 생생하다. 마지막에 선배가 흥부에게 하는 내레이션이 있는데 그 메시지와 선배의 목소리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회상했다.

정우의 연기를 지켜본 조근현 감독은 “정우의 연기 폭이 내 생각보다 훨씬 넓었다. 초반에는 경쾌하고 유쾌하게 잘 가다가 변곡점마다 포인트를 잘 잡더라. 후반부 커다란 메시지까지 도달하는 지점을 잘 해줘서 놀라웠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더불어 당파 간 세도정치 싸움으로 인해 힘을 잃은 가여운 왕 헌종은 정해인이 소화했다. 정해인은 “곤룡포를 입으니 부담감에 어깨가 무거워지더라”면서 “헌종이 어린 나이에 임금이 되었는데 정치를 제대로 못 해서 백성들이 힘들어했다고 알고 있다. 연기하면서 내적인 갈등과 외적인 연약함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중점적으로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왕 역할이라 엄청 부담스러웠다. 연기하기 복잡한 감정 때문에 많이 힘들어했다. 그럴 때 선배들이 슬쩍 다가와서 ‘이렇게 해보는 건 어떻겠느냐’고 연기 팁을 주고 가셨다. 정우 정진영 김원해 선배가 많이 도와줬다”고 고백했다.

더불어 정상훈이 흥부의 절친한 벗 김삿갓을, 천우희가 흥부의 집필 보조제자 선출을 열연했다. 정우는 “천우희와 호흡이 정말 좋았다”고 귀띔해 이들의 케미에도 기대를 높였다.

“김주혁은 영화 속에 살아있다고 생각한다. 관객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봐주셨으면 좋겠다”. 정진영의 말대로 그리운 故 김주혁을 다시 볼 수 있는 ‘흥부’는 2월 설 시즌 개봉 예정이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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