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우 윤여정 “이병헌은 날 70점서 80점으로 만들어 준 배우”

입력 2018-01-15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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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채널 tvN ‘윤식당’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는 윤여정이 새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을 선보인다. 자신의 매력을 거침없이 드러내며 ‘걸크러시’의 시선을 받는 그는 영화 속에선 더 없는 어머니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 윤여정

사투리 배우려 부산 출신 독립영화 감독과 집에서 세 달 합숙
몇 달간 피아노 연습 매달린 박정민, 함께 일할 수 있어 감사


세상 경험 많은 배우들을 인터뷰한다는 건 늘 즐겁다. 그들이 생생하게 말하는 자신과 작품과 연기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것도 그렇지만 그 거침없고 당당해 보이는 느낌은, 애써 스스로를 꾸미려 하는 많은 젊은 배우들의 아직 채 질문에 녹아들지 못하는 답변에서 더욱 도드라진다. 배우 윤여정(71)과 나눈 인터뷰, 아니 대화는 그래서 오랜만의 진지하고도 흥겨운 자리였다. 진한 부산 사투리로 연기를 펼친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감독 최성현·제작 JK필름)을 17일 선보이는 그에게서는 여전히 식지 않은 열정이 한껏 묻어났다. 그의 ‘주옥’ 같은 생생한 말을 그대로 전한다.


- ‘그것만이 내 세상’ 속 어머니와 실제 모습이 달라 보이는 것 같다.


“그렇다면 성공한 거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사투리 때문에 못한다고 하려다 그럼 너무 노력도 안 하는 것 같았다. 사투리 연기를 위해 부산 출신 독립영화 감독과 집에서 석 달 동안 ‘합숙’을 했다. 지난해 4월부터 7월까지. 아침식사를 하고 시나리오 한 번 훑고, 다시 점심 이후 한 번, 저녁을 먹고 또 시나리오를 봤다. 결국엔 감독이 탈진하더라. 그래도 시사회에서 처음 영화를 보고는 ‘겨우 저걸 하려고 석 달을 그랬나?’ 싶더라. 부산 출신 후배가 ‘부산사람 아니면 할 수 있는 연기가 아니다’고 해 위안을 삼았다. 하하! 부산 감독은 ’내가 너무 심하게 가르쳤나봐’ 하더라. 그는 촬영현장에도 늘 따라다녔다. 내가 틀리기라도 하면 쪼르륵 달려와 억양을 다시 가르쳤다.”


- 작품을 통해 바라보는 ‘윤여정’과 실제 ‘윤여정’의 모습이 달라 보인다고 하면 좀 실망스럽지는 않은가. 그동안 내보인 윤여정의 이미지가 그만큼 세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그런 선입견도 하나의 의견이다. 내게 그런 면이 있는 거겠지 생각한다. 나이 60이 넘으면서 그런 생각을 갖게 된 것 같다.”


- 왜 60일까.

“인생을 계획해서 살거나 노력한 게 없다. 말년이 좋은 운수 아닐까. 실제로 점을 보면 말년이 좋다고들 한다. 거기서 위안을 얻기도 한다. 물론 점이란 게 반은 맞고 반은 틀리지만 그래도 희망을 갖는다. 참고 기다리면 좀 나아지리라 하면서.”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의 윤여정(가운데).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이병헌, 박정민과 함께 연기했다. 젊은 배우들과 작업하면서 얻는 에너지는 어떤 것일까.

“시나리오를 30쪽쯤 읽었을 때 이병헌과 박정민이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두 사람의 덕을 보자 생각했다. 연기는 (상대배우와)함께 눈을 보고 숨을 쉬며 느껴야 하는 거다. 이병헌이 90점이라면 난 70점쯤 되는데, 둘이 함께하면 나는 80점쯤 되지 않을까 싶었다. 이병헌은 참 좋은 나이가 됐다. 또래라면 당연히 ‘쟤가 그렇게 잘해?’ 했겠지만, 이젠 그들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 (박)정민이도 만개하겠구나 생각했다. 몇 달을 피아노 연습하는 것 보고 난 안 되겠구나 싶더라. 동업자로서 일할 수 있게 돼서 감사할 뿐이다. 이젠 감사할 줄 아는 나이가 됐다.”


- 그렇게 겸손하게 말씀하셔도 열정이 드러난다. 열정은 어디에서 나오나.


“내가 한창 젊은 시절엔 예뻐야 하는 시대였다. 하지만 난 아니다. 그래서 난 좀 다르게 해야 했다. 다시 연기를 시작하면서 내 목소리가 들리더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미치겠더라. 난 타고난 게 없구나 싶었다. 열심히 연습하는 수밖에. 똑같은 얼굴과 목소리로 매번 다르게 연기한다는 건 신인에겐 유리할 수 있어도 우린 아니다. 연기를 오래 한다고 잘 하는 건 아니다. 그러면 기술자가 되는 것이다. 장인이 아니라. 연기에는 장인이 없다.”


- 어머니 역을 연기하면서 실제 어머니를 떠올리기도 했겠다.

“엄마가 95살이다. 늘 엄마 생각을 한다. 3년 전 교통사고로 다리를 쓰지 못한다. 엄마라는 존재는 무한의, 무모할 정도로 자식과 본능적 관계를 맺는다. ‘윤식당’을 보시고는 힘들게 일하지 말라며 이제 그만하라고 하신다. ‘얘, 먹고살 게 없지 않잖아? 조금만 먹으면 되잖아’라면서. 나영석 PD가 너무 고생시키는 것 같다며 ‘나쁜 놈’이라신다. ‘집에서도 밥을 안 하는 애를 그리 시켜?’ 하하! 내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그러신다. 그게 엄마다.”


- 경험 많은 베테랑에게 실례인지 알지만, 묻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야말로 연기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을까.

“(단호히)없다. 이룰 수 없는 꿈은 안 꾼다. 할 수 있는 역할은 한정적이지만 최선을 다하면 또 다른 기회가 주어질 거다. 남자를 만나 사랑을 하는 역은 못 할 것 같다. 아무 느낌이 없으니까.”


- 현실에서도 그럴까?

“현실? 미쳤냐?”

tvN ‘윤식당2’에서의 윤여정(왼쪽 맨 앞). 사진제공|tvN



- 케이블채널 tvN ‘윤식당’에 관한 이야기도 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시청자가 놀라며 감동하고 있다.

“스태프는 내가 그렇게 열심히 할 줄 몰랐다더라. 이우정 작가는 나더러 ‘경주마’란다. 아무 것도 안 보고 앞만 보고 달린다면서. 아주머니 시청자들이 다가와 날 막 때린다. ‘잘 보고 있다’면서. 처음엔 누구 아이디어냐고 소리쳤지만 이젠 감사하다. 늙은이와 젊은이들이 함께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성공한 게 아닌가. 나영석 PD는 후배들의 그런 아이디어를 다 들어준다. 그리고 후배들과 끝까지 현장에서 함께한다. 그런 아이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

윤여정이 이병헌, 박정민 등과 함께 주연한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은 전직 복서인 큰아들과 발달장애아인 또 다른 아들 그리고 이들과 함께 살아가게 된 어머니의 이야기다. 한물간 복서 출신 아들과 17년 만에 재회한 어머니 그리고 피아노에 천재적인 재능을 지닌 또 다른 아들이 한 집에 살게 되면서 이야기를 펼친다. 두 형제가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를 받아들이는 과정의 좌충우돌 해프닝과 아들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드러내는 어머니의 모습을 연기하는 세 배우의 연기가 안겨주는 매력이 도드라진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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