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 트로이카③] 사모님들 폼만 잡나요, 배꼽도 잡지요

입력 2018-01-19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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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희 주연의 1998년 드라마 ‘육남매’.

철부지 엄마·머리채 잡고 몸싸움
한계 없는 캐릭터, 코믹연기도 일품


장미희·나영희·이미숙은 캐릭터의 한계가 없는 배우로 꼽힌다. 흔히 중견 여배우들은 엄마나 아내 또는 기업 CEO 등 역할과 캐릭터가 다소 한정적일 거라고 생각되지만 이들은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데뷔 당시부터 우아한 여성의 이미지가 강했던 장미희는 1998년 드라마 ‘육남매’를 통해 반전 매력을 뽐냈다. 1991년 한 영화제에서 ‘사의 찬미’로 여우주연상을 받고 “아름다운 밤이에요”라고 외치던 그의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친근함과 코믹함으로 변화했다.

극중 육남매를 홀로 키우는 엄마를 맡아 시청자에게 신선함을 안기는 동시에 그만의 독특한 목소리와 말투가 캐릭터와 묘한 조화를 이뤄 예상치 못한 재미를 줬다. 장미희의 입을 거치면 “떡 사세요”라는 대사도 우아하게 들릴 만큼 자신만의 색깔로 캐릭터를 연출했다. 2008년에는 한 통신사의 시리즈 광고에서 카리스마 넘치지만 순수하고 엉뚱함을 지닌 부장으로 출연해 또 한번 ‘반전 매력’을 뿜어냈다.

※ 자료: 닐슨코리아


나영희는 밉지만 싫지 않은 캐릭터 연기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내조의 여왕’을 시작으로 ‘넝쿨째 굴러온 당신’ ‘별에서 온 그대’ ‘가족끼리 왜 이래’ ‘프로듀사’ ‘푸른 바다의 전설’ 등에서 자신만 챙기고 냉정한 모습을 보이지만, 내면은 정 많고 여린 매력을 지닌 인물을 맡았다. 이때 빠지지 않는 장치가 코믹함이다. 겉으로 완벽해 보이는 인물이 2% 부족한 모습을 드러냈을 때의 반전 매력은 극적인 재미를 더욱 높인다. 나영희의 코믹한 연기가 가장 돋보였던 ‘별에서 온 그대’에서 그는 전지현의 엄마 역을 맡아 순수하면서도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 아줌마’의 매력을 맛깔스럽게 표현했다.

이미숙의 코믹 연기는 사실감이 넘쳐 눈길을 끈다. 섹시하면서도 세련된 외모와 달리 거친 언어를 구사하고 저돌적으로 행동하며 인물의 생동감을 높이는 실력이 탁월하다. 단순히 표정을 우스꽝스럽게 짓거나 어눌한 말투를 하지 않아도 상황 자체를 자연스럽게 풀어가 코믹함을 살린다. 많은 작품 중에서도 드라마 ‘질투의 화신’을 통해 그 매력이 가장 빛났다. 극중 박지영과 ‘톰과 제리’처럼 티격태격하는 장면은 과장되지 않았고, 두 사람의 연기력만으로 이야기의 재미를 극대화시켰다. 서로 머리채를 잡고, 뺨을 때리며 싸우는 장면을 현실감 넘치게 표현한 것이 웃음을 주는 효과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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