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연의 꼬리물기] 더치페이 팬미팅 논란, 도대체 굿즈가 뭐기에…

입력 2018-02-05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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젝스키스 이재진의 드로잉북.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소싯적 한 아이돌 그룹에 빠졌던 적이 있다. 그땐 뭐가 그리 좋았는지 앨범 1장만 구입해도 충분한데 멤버들의 얼굴이 각각 담긴 5장의 앨범을 세트로 구입하면 대형 브로마이드를 준다는 말에 ‘혹’해 거금을 들여 세트 앨범을 구매했다. 그게 시작이었다. 한번 사면 멈출 수 없다는, 또 멈춰서는 안 된다는 ‘굿즈 지름신’이 내린 것이다. 지금은 버릴 수도 이용하지도 않는 ‘처치곤란’이 돼버렸지만 그때 사들인 앨범, 인형, 달력, 무릎담요, 화보 등 각종 굿즈를 볼 때면 옛 기억이 새록새록 살아난다.

소소한 기쁨과 추억 때문일까. 당시 굿즈를 경쟁하듯 사들일 땐 돈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굿즈를 사본 이들이라면 같은 생각일거다. 하지만 시즌별로 디자인이 바뀌고, 수십만 원을 훌쩍 넘기는 다양한 종류의 굿즈를 사모으는 일은 직장인에게도 꽤나 부담스럽다. 학생들에게는 ‘신종 등골 브레이커’다.

최근 젝스키스 이재진이 ‘더치페이 팬미팅’ 논란에 휩싸인 것도 굿즈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논란의 발단은 팬미팅 후 진행된 뒤풀이 비용을 팬들에게 ‘더치페이 하자’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이재진이 한정 발매한 드로잉북 등 굿즈를 구매한 팬들 가운데 상위 10명만 선별해 비공개 팬미팅을 진했다는 점이다. 해당 일을 처음 알린 팬은 “카드 결제도 안 되고 오로지 현금으로만 가능하다는 굿즈를 150만원의 거금을 들여 구매했다. 최소 100만원 들여 참가한 팬들에게 더치페이 요구는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부랴부랴 팬클럽 운영자는 이재진은 아무 연관이 없고 더치페이한 금액은 돌려줬다고 해명했지만 여러모로 씁쓸함을 남긴다.

“너희들이 좋아서 사지 않았느냐”고 묻는다면 할말은 없다. 하지만 안 사면 안 되게끔 만드는 ‘굿즈 문화’도 문제가 있다. 대다수 아이돌가수 팬클럽은 일정 금액 이상의 굿즈를 구입해야 가입이 가능하다. 과거 회원가입 후 회비 납부 등으로 이뤄지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팬들은 ‘팬심’ 충족, 소속감, 스타에 대한 충성도를 표현하기 위해 굿즈를 사 모은다. 아무리 비싸고 당장 쓸모가 없어도 열심히 사 모으는 충성스러운 ‘팬심’은 무시하지말자.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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