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①] 김소현 “‘명성황후’ 왕비 아닌 여성으로 접근…뭉클하죠”

입력 2018-03-08 1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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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벌써 끝났어요? 말할 게 너무 많은데.” 뮤지컬 배우 김소현은 인터뷰가 끝난 게 못내 아쉬운 듯 했다. 인터뷰 당일 새벽까지 KBS 2TV ‘불후의 명곡’ 녹화를 마친 후 피곤할 법도 한데 김소현의 입담은 끝이 날 줄 몰랐다. “‘불후의 명곡’ 끝나고 회식을 해서 얼굴이 부을까봐 소파에 앉아서 잤다”라고 시작한 그는 말은 끝까지 숨김없는 털털함을 드러냈다.

6일에 개막한 뮤지컬 ‘명성황후’를 준비한 김소현은 설레고도 긴장되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개막 23주년을 맞이해 공연되는 뮤지컬 ‘명성황후’에서 김소현은 2015년에 이어 2018년에 또 다시 타이틀롤을 맡았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명성황후’는 조선 제 26대 왕 고종의 왕비이자 대한제국의 첫 황후였던 명성황후의 서거 100주년을 기념하여 제작된 대형 창작 뮤지컬로, 19세기 말 격변의 시대에 허약한 국권을 지키기 위해 일본에 정면으로 맞서다 비참한 최후를 맞은 명성황후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앞서 20주년에도 ‘명성황후’를 맡았던 김소현은 당시 공연을 하면서 관객들의 호응과 에너지를 보며 벅참을 경험해 올해 더욱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18군데 지방을 돌면서 이 작품의 힘을 온 몸으로 느끼게 됐다. 올해도 지방공연이 8월까지 잡혀있는 걸로 알고 있다. 그래서 더 책임감이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두 번째 올라서는 무대지만 장면 순서가 바뀌는 등 변화가 있어 새로운 마음으로 연습을 하고 있다는 김소현은 “첫 번째 공연보다는 마음가짐도 달라졌다”라며 “객관적인 시선에서 나의 연기를 보고 연습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3년 전에는 감정을 과하게 쏟은 것 같아요. 연기자로 울지 않을 장면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명성황후’ 아역 배우도 있고 예전처럼 결혼식이 아닌 법정 장면부터 시작해서 감정을 좀 억누를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연습하면서 계속 눈물이 나요. 그래서 계속 눈물을 닦으며 연습하고 있어요.”

김소현은 ‘명성황후’로 2016년 명성황후로 제5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작품은 그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기도 하다. 그는 “처음에 제가 캐스팅 됐을 때는 안 어울린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미스캐스팅이라는 소리도 들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제작진들이 저를 완전 새로운 명성황후로 탄생시켜줬고, 좋은 평을 받았던 것 같아요. 예상치 못한 여우주연상을 받게 돼서 이번 공연은 더 책임감이 느껴져요.”


명성황후의 평가는 오늘까지 엇갈리고 있다. 조선시대를 망하게 한 장본인이라는 말부터 시대의 여걸이었다는 등 극단적인 평가가 오가고 있다. 여전히 이분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명성황후이기에 뮤지컬이 올라갈 때마다 여러 의견이 올라오고 있다. 이를 김소현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는 “시대적으로 접근하기 힘든 인물인 것은 맞다. 여러 평가를 받고 있기에 더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저는 왕후가 아닌 한 사람으로 ‘명성황후’를 대하고 있어요. 혼란의 시기에 왕가로 들어가 국모가 돼서 나라의 짐을 짊어진 사람이잖아요. 물론 강한 사람이었겠지만 한편으로는 평범하게 남편·자식과 오순도순 살고 싶은 사람이기도 하지 않았을까요. 그의 내면을 많이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번 공연에서는 남편 손준호가 ‘고종’ 역으로 출연한다. 이제는 무대 위에서도 부부 역할을 맡았다고 말한 김소현은 “예전에는 ‘식구끼리 이러는 거 아니다’라며 상대역으로 출연하는 걸 자제했다”라며 “그런데 저희 둘이 서는 무대를 보고 좋아하시는 분들이 예상 외로 많으셔서 이번에는 같이 올라가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말했다.

“손준호 씨와 함께 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연습할 시간이 많아졌다는 거예요. 우선 집에서도 할 수 있고요. 서로 조언을 해주면서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해요. 지금은 24시간 거의 붙어있어요. 처음에는 의견충돌이 있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런 걸 넘어섰죠. 무엇보다 제 컨디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 듀엣으로 노래 부를 때 제 컨디션에 따라 받쳐주기도 해요. 손준호의 고종도 잘 봐주세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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