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에이솔 “똑같은 여성 래퍼? 편견 깨려 I’m 100”

입력 2018-05-10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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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부터 “래퍼 같지 않다”는 반응을 얻고 있는 에이솔은 여성 래퍼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다고 했다. 사진제공|엠엔씨레코즈

■ 11일 데뷔음반 ‘낫싱’ 공개…무서운 신예 에이솔

걸그룹 제안? 난 기-승-전-랩!
랩 좋아하는 어머니 덕분에 래퍼 꿈
‘쟤도 똑같은 패턴이겠지’…편견 많아
러닝타임 6분짜리 ‘아임 백’ 도전
롤모델 윤미래 선배처럼 음악하고 싶어


반전의 강도는 아주 셌다. ‘날고 기는’ 래퍼들만 출연한다는 엠넷 ‘쇼미더머니’에서 제대로 ‘한방’ 날렸던 신예 에이솔(안솔·21)이 온갖 편견과 선입견을 뒤로하고 프로로 첫발을 내디딘다. 11일 각종 온라인 음원사이트를 통해 데뷔 음반 ‘낫싱’(Nothing)을 내놓는 에이솔은 결코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다.

지난해 방송한 랩 경연프로그램 ‘쇼미더머니’ 시즌6에서 에이솔은 가장 낮은 인지도로 출발해 당당히 여성 래퍼 처음으로 16강까지 진출해 화제를 모았다. 이름이나 실력 면에서 딱히 알려진 게 없어, 다른 쟁쟁한 출연자들도 에이솔을 만만하게 봤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웬걸,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던 페노메코가 에이솔을 대결 상대로 지목했다가 ‘한방’ 먹었다. 에이솔 역시 “승산 없는 게임”이라고 생각했지만, 예상 밖의 실력을 자랑해 페노메코를 탈락시켰다. 심사위원 겸 프로듀서로 참석했던 타이거 JK, 다이나믹 듀오, 박재범 등은 에이솔을 보고 “어디서 이런 래퍼가 나왔나” “이런 여성 래퍼는 처음”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에이솔의 반전 매력은 외모로 종결된다. 에이솔이 자기소개를 하면 으레 듣는 말이 “어? 전혀 랩하게 생기지 않았는데?”라는 거다. 그만큼 반전의 외모다. 귀엽고 앙증맞은 체격과 외모로 걸그룹을 준비해보자는 제안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랩에 꽂혔”고 중학생이 돼서는 랩 가사를 쓰기 시작했다. 그의 머릿속은 늘 ‘기-승-전-랩’이다.

“어릴 때부터 랩을 좋아한 어머니에게 영향을 받은 것 같다. 덕분에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어머니가 휴대전화 컬러링으로 넬리의 ‘딜레마’를 설정해놓으셨는데, 그 곡이 뭔지도 모르면서 그렇게 좋았다. 그 음악을 들으려 일부러 전화를 하기도 했다. 래퍼가 된다고 하니 맘대로 해보라고 하셨다. 끈기를 가지고 하니 믿고 지원해주셨다.”

가수 에이솔. 사진제공|엠엔씨레코즈


에이솔의 진가를 먼저 알아본 이는 현 소속사 사람들이다. 그는 ‘쇼미더머니’에 출연하기 2년 전 전속계약을 맺었다. 중학교 시절 재미삼아 부른 랩 영상을 유튜브에 올린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폭발적인 조회수와 ‘좋아요’ 수를 기록했다.

“제 동영상이 힙합과 관련된 SNS 페이지에 올라가 공유가 많이 된 것 같다. 그 전까지 준비도 안 되어 있었을 뿐더러 제 실력에 대한 확신이 없었는데 여러 사람이 인정해주고 격려해주니 마음껏 놀고 있다.”

지난해 방송이 나간 후 정식으로 데뷔하기까지 9개월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그는 탈락 후 “많이 방황했다”고 털어놨다. 예상치 않은 큰 관심도 부담으로 다가왔다.

“한동안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방송 스케줄이 없는 상황이 생기자 머리와 마음이 복잡해지더라. 머리를 빨갛게 물들여서 알아보는 사람도 많아졌다. 어수선한 마음을 다시 잡아야 했다. 4개월 정도는 앨범 작업하는 데 신경을 쏟아부었다.”

강렬한 랩핑으로 인해 ‘쇼미더머니’의 다른 출연자들이나 제시, 치타처럼 에이솔도 “센 이미지”를 지울 수 없다. 에이솔은 여성 래퍼들에 둘러싸인 고정관념을 깨고 싶다고 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연한 후 자신의 오리지널 음반을 발표할 때는 사랑스러운 분위기의 곡을 내놓는 게 정석이 되어 버렸다. 방송에서는 서바이벌의 특성에 맞게 사회 비판적인 랩이나 기에서 눌리지 않는 강한 모습을 선보였으니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기 위한 수단 같은 거다. ‘쟤도 똑같은 패턴이겠지’ 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깨고 싶었다.”

직접 가사를 쓴 데뷔 싱글에는 두 가지 색다른 컬러의 곡이 담겼다. 하나는 20대 초반 소녀처럼 귀엽고 발랄한 매력을 담은 ‘낫싱’, 다른 하나는 여자 래퍼로는 처음으로 러닝타임 6분에 걸쳐 100마디 랩을 쏟아내는 ‘아임 백’(I’m 100)이다.

가수 에이솔. 사진제공|엠엔씨레코즈


에이솔의 꿈은 뚜렷하다. 여성 래퍼로 제대로 성장하는 것이다. 롤모델인 윤미래처럼 다양한 음악을 하고 싶다고 했다.

“나이를 먹으면 생계를 위해 일을 포기한다고 들었다. 주위에서도 많이 봐왔고. 윤미래 선배님은 따라잡을 수 없는 롤모델이다. 실력이나 매력에서 그 누구와도 대체될 수 없는 래퍼가 되고 싶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억지로 웃어야 되고 선의라고 해도 거짓말을 할 때도 있다. 랩(가사)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나 생각을 모두 드러낼 수 있는 창구다. 큰 관심은 아니더라도 ‘잘하네’라는 칭찬 한마디 해주면 끝까지 해볼 거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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