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송강호 “영화만 한다? 드라마 닫아놓은 건 아닙니다”

입력 2019-01-10 10: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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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 송강호 “영화만 한다? 드라마 닫아놓은 건 아닙니다”

영화 ‘마약왕’은 평범한 소시민에서 마약 유통사건의 배후이자 마약왕으로 거듭나는 이두삼을 통해 흥망성쇠한 1970년대를 담아낸 작품이다. 변화무쌍한 이두삼을 연기한 주인공은 대한민국 국가대표급 배우 송강호. 조정석 배두나 등 화려한 배우들이 함께했지만 이두삼의 일대기 ‘마약왕’을 이끌어나가는 중심은 역시 송강호다.

메인 포스터에서도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하는 송강호는 우연히 마약의 세계에 입성한 후 마약 유통업계를 뒤흔들다 끝내 파멸해가는 이두삼을 몰입도 높게 표현해냈다. ‘마약왕’을 연출한 우민호 감독도 송강호의 연기를 통해 시나리오의 빈틈이 메워졌다고 극찬을 했을 정도.

139분 러닝타임에 펼쳐지는 이두삼의 수많은 ‘순간들’은 곧 송강호의 수많은 ‘얼굴들’이다. ‘넘버3’ ‘변호인’ ‘택시 운전사’ 속의 송강호가 보이다가도 또 새롭다. 친근하다가도 낯설어지고 연민을 주다가도 환멸을 느끼게 하는 이두삼을 송강호가 아니면 누가 소화했을까. 송강호를 사랑하는 관객에게 아마 ‘마약왕’은 ‘송강호 종합세트’로 남지 않을까.


Q. ‘마약왕’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요.

A. 지난 10여 년 동안 친근하면서도 정의로운 모습을 추구하는 소시민 캐릭터 혹은 진지한 역할을 주로 해왔던 것 같아요. 이번 ‘마약왕’을 통해 ‘살인의 추억’ ‘넘버3’ ‘초록물고기’ 등에서 보여준 유쾌한 모습도 보여줄 수 있겠구나 싶었죠. 다양한 얼굴을 보여드릴 생각에 신이 났죠. 그러면서도 후반부에서는 제가 보여주지 못한 모습이 나올 거라는 기대도 있었고요. 어쩌면 굉장히 쇼킹한 영화가 나오지 않을까 싶었어요. 스스로는 그런 지점에 도달한 것 같아서 굉장히 만족하고 있어요.


Q. 다양한 ‘송강호의 얼굴들’이 담겼더라고요.

A. 전혀 다른 모습을 필요로 하니까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심장이 뛰는 느낌이 들어서 신 났어요. 전반기 얼굴은 편하고 경쾌한 느낌이라면 후반부에서는 새로운 얼굴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Q. 후반부 저택에서 보여준 연기는 마치 연극 무대 같았어요.



A. 저도 새로웠어요. 영화에서 늘 보여주던 방식과 달리 인물의 내면이 파괴되는 과정을 무대화시키는 것은 저도 처음이라 도전이었어요. 전형적이지 않으면서 독창적으로 또 설득력 있게 보여줘야 하기에 난이도가 높았죠. 그만큼 위험 부담도 있지만 성취감도 있을 것 같았어요. 신 나기도 하고 부담도 됐죠. 여러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어요.


Q. 마약을 소재로 다뤘다는 점에서 부담스럽지는 않았나요.

A. 부담스러웠죠. 하하. 경험이 전무한 세계에 접근해야 하니까 막연한 두려움도 있었죠. 관객들에게 실감나고 현실감 있게 보여줘야 하는데 어떻게 접근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기술적으로도 그렇지만 저 스스로가 감각적으로 체화해서 연기해야 하니까 표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Q. ‘마약왕’은 여러모로 파격적인 선택이 아닐 수 없네요.

A. 지금까지 늘 그렇게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대중적인 성적보다는 새로운 시선과 정서의 작품에 늘 끌리더라고요. 캐릭터는 그 다음이죠. ‘마약왕’도 소재주의적으로 새롭다기보다는 한 인간의 삐뚤어진 야망과 왜곡된 집착이 뒤섞이면서 파멸하는 과정을 담는 과정이 흥미로웠어요. 소재는 마약을 다뤘지만 인간에 대한 탐구에서 파격적이고 새롭고 신선한 이야기였어요.


Q. 1218만명이 관람한 ‘택시운전사’ 직후의 작품이었어요. 흥행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요.

A. 배우들은 흥행에 대해 아무도 예상할 수 없어요. 어떻게 짐작할 수 있을까요. 어떤 결과가 나오든 겸허히 받아들여야죠. 좋게 보든 좋지 않게 보든 논쟁이 되는 영화인 것 같아서 만족해요.


Q. 배두나 조정석 김대명 등 함께한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요.

A. 배두나 씨가 저를 보면 큰 오빠라고 부르는데 정말 제게도 막내 여동생 같았어요. 조정석 씨는 정말 동생 같고요. 잘 따르더라고요. 배우로서 호흡도 좋았고요. 김대명 조우진 이희준 씨는 ‘마약왕’에서 처음 만났어요. 영화에서 많이 봐왔기 때문에 잘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만나니까 제가 긴장되더라고요. ‘나에게 실망만 안 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이었죠. 그 분들은 ‘어떻게 연기하나’ 봤더니 잘 하더라고요 다들 변화무쌍한 모습과 함께 최고의 연기를 보여줬어요.


Q. 함께한 배우들에게 부산 사투리 특훈도 해주셨다고요.

A. 감독님이 사투리에 대해서 잘 모르셨어요. 김소진 김대명 씨는 고향이 서울이라 부산 사투리를 잘 몰랐고요. 제가 사투리를 가르쳐주기도 하면서 셋이 연습을 많이 했죠. 두 분이 처음에는 진짜 못해서 포기할 뻔 했습니다. 하하. 인내력을 가지고 임했어요. 역시 뛰어난 배우들이라 나중에는 깜짝 놀랄 정도로 잘 하더라고요. 특별한 재능들이 있는 것 같아요.


Q. 정말 바쁜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는데요. 재충전할 때는 어떤 활동들을 주로 하는지도 궁금해요.

A. 작품을 끝내고 나면 여행을 가거나 운동을 하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번잡한 것을 싫어해서 가만히 있는 편이에요. 정말 가만히요. 대부분의 시간을 가만히 있어요. 그게 제일 편안하더라고요. 아무런 목적도 없고요. 산책을 하거나 등산 같지 않은 등산을 하곤 해요. 간혹 알아보는 분들도 있지만 제가 빠른 걸음으로 지나가기 때문에 말씀을 나눌 시간이 없어요. ‘어?’ ‘어!’ 하는 사이에 바로 지나가거든요. 하하.


Q. 베테랑 배우 송강호에게도 또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가 있을까요.

A. 공포 영화는 한 번 해보고 싶네요. 보진 못하는데 찍고는 싶어요.


Q. 멜로 영화는 고려사항에 없을까요.

A. 제 기준에서 멜로는 두 편 했다고 생각합니다. 전형적인 멜로의 구성을 지니진 않았지만 ‘밀양’과 ‘박쥐’를 멜로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사랑을 다른 식으로 표현한 작품들이었죠. 일반적인 남녀의 멜로는 저와 안 맞는 것 같아요. 하하.


Q. ‘송강호의 드라마’도 기대하고 궁금해하는 팬들이 많은데요. 드라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A. 2000년대 초반에는 가끔씩 제안이 들어왔는데요. 아예 닫아놓은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영화 관련 스케줄이 꽉 차 있다 보니까…. (영화로)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있는 것 같아요.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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