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내 안의 그놈’ 진영 “좋은 배우이기 전에 호감형 인간이고 싶다”

입력 2019-01-19 13: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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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겸 배우 진영이 유쾌한 신년을 시작했다. 9일 개봉한 ‘내 안의 그놈’이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안타를 크게 날렸기 때문. 곧 손익분기점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스크린으로는 첫 주연을 맡은 진영에게는 더없이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결과가 좋으니 이제야 말할 수 있지만 진영은 개봉 전까지 걱정이 무척 많았다. ‘연기 논란이 일어나면 어떡하지’라는 별별 생각도 다 했을 정도다.

“연기는 정말 하면서도 어려운 것 같아요. 정답이 없으니 더 어려워요. 처음에는 ‘바디 체인지’라는 소재를 해본 적이 없어서 도전이라는 생각으로 멘 땅에 헤딩을 했어요. 이 때가 아니면 못할 것 같았거든요. 고난도 연기가 있더라도 일단 해보자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하면 할수록 내가 잘 하고 있는 건지 감이 안 오더라고요. 촬영이 끝나고 나서도 걱정이 많이 됐어요. 모니터링 시사 때 점수가 잘 나와서 안도의 한숨을 쉬긴 했지만 진짜 개봉은 또 다를 수도 있으니까요. 엄청 떨었어요.”

‘내 안의 그놈’은 일명 ‘빵셔틀’인 왕따 동현(진영 분)이 학교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중 사고로 건물에서 추락해 밑에 있던 판수(박성웅 분)와 부딪히며 영혼이 뒤바뀌어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 진영은 몸은 동현이지만 영혼은 판수인 이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연기하기 위해 세세한 노력을 했다. 그는 “박성웅 선배가 나오는 ‘신세계’를 스무 번은 넘게 봤다”라며 “박성웅 선배님이 대본에 있는 대사를 모두 읽어주셔서 그 녹음을 들었다. 두 번 정도 들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흉내를 내기보다 성웅 선배님의 포인트만 잡고 가자고 생각했어요. 선배님이 말을 천천히 하시는 스타일이시고 말끝마다 ‘응?’이라고 되물으시는 습관이 있으시더라고요. 어찌됐든 관객을 속여야 하는 입장이니 선배님의 몸동작 등도 익혀뒀어요. 그리고 저희끼리 입술을 만지는 모습이나 뭐든 깨끗이 닦는 결벽증 같은 것을 설정시켜서 같은 인물임을 보여주자고 생각했어요.”


몸은 10대지만 조직에 몸담고 있는 40대 아저씨의 영혼을 가진 터라 액션도 펼치고 과거 첫사랑과의 로맨스, 그리고 부성애까지 넓은 연기를 펼쳐야 했다. 특히 판수의 첫사랑 ‘미선’(라미란 분)에게 키스를 하다가 뺨을 맞는 장면은 설렘과 동시에 웃음을 줬다. 진영은 이 장면을 촬영하면서 긴장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 번도 맞는 연기를 해 본 적이 없어 얼마나 아플지도 상상이 안 되더라”고 했다.

“다행히 라미란 선배가 주도를 잘 해주셔서 단 한 번에 해냈어요. 슛 들어가기 전에 미란 선배가 ‘진영아, 세게 한 번만 치고 끝내자’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뺨을 맞았는데 몸이 ‘휘청’거렸어요. 대본 지문에는 ‘슬픈 눈으로 미선을 바라봄’이라고 적혀있는데 그냥 카페 의자에 주저 앉아버렸죠. 그 이후에도 몇 번 더 촬영을 했는데 제가 맞기도 전에 눈을 계속 감아서 첫 번째 촬영 분이 완성본으로 나왔더라고요.”

진영은 액션 장면을 촬영할 때는 쾌감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칼을 휘두르며 액션 연기를 펼쳐본 적이 있기에 좀 더 자신감이 있었다. 영화 촬영이 시작되기 전 그는 액션 스쿨에 다니면서 동작을 몸에 익혔다. 열심히 한 덕분에 모든 액션연기를 혼자 해냈다. 그는 “액션에서 오는 뿌듯함이 있다. 몸을 쓰고 합을 맞추는 게 정말 재미있다. 게다가 정의감을 실현하는 장면이라 더 재미있었다”라고 말했다.

진영의 첫 주연작은 모교인 충북 충주중산고등학교에서 특별시사회를 갖기도 했다. 그는 오랜만에 학교를 찾아 후배들과 뜻 깊은 시간을 가졌다. 진영은 평소 고향을 찾을 때면 모교를 방문해 은사님들께 인사드리고, 외할아버지인 이병헌 작사가 노래비가 있는 탄금대를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첫 주연 영화를 후배들과 선배님들에게 꼭 보여드리고 싶었다. 다행히 학교 측에서 흔쾌히 허락을 해주셔서 가능했다”라며 “충주가 작은 도시라서 이웃끼리 잘 알고 지냈다. 학교 선배로서, 함께 살았던 사람으로서 좋은 추억을 선사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학창시절 진영은 어떤 학생이었을까. 그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다른 학생들처럼 재미있게 노는 것도 좋아했고 학교 수업이 마치면 노래방에 자주 가서 노래도 많이 불렀다”라며 “초등학생 때는 부회장을 했었는데 아침마다 마시는 우유가 이상해서 교장실에 가서 우유를 바꿔달라고 말한 적도 있더라. 그런데 그 이야기가 아버지에게까지 들어가기도 했다. 작은 도시라 그랬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도시가 워낙 작아서 학교에서도 ‘빵셔틀’이나 ‘학교 폭력’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극 중에서 연기를 해보기도 했고 실제로도 이런 일이 있다니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꼭 사라졌으면 하는 것들이에요.”

한편, 진영의 차기작은 넷플릭스 ‘첫사랑은 처음이라서’다. 이번엔 까칠하고 시크한 차도남(차가운 도시남자) 이미지로 변신한다. 20대 청춘들의 풋풋한 첫사랑을 다룬 이 작품에서 진영은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모범생으로 분해 사랑이라는 감정에 서서히 눈 떠가는 섬세하고 매력적인 연기를 펼칠 예정이다.

앞으로 다양한 차기작으로 연기하고 싶다는 그는 “좋은 배우이기보다 호감인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예전에는 어떤 역할이든 소화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었는데 그건 배우로서 당연한 일인 것 같아요. 지금은 제 자체가 호감인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정말 괜찮은 사람’, ‘노력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싶고요. 진영의 진짜 모습을 많이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좋겠어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메리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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