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10년 전 고시원 살던 시절”…이중옥이 추가한 이성민 미담

입력 2019-02-16 13: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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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박스오피스 5위에 올라선 영화 ‘극한직업’(14일 기준 1359만명 기록). 이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오프닝에 등장하는 ‘신 스틸러’를 기억할 것이다. 영화의 시작과 동시에 마약반 5명과 엎치락뒤치락 추격전을 벌이며 유쾌한 웃음의 시동을 거는 ‘뽕쟁이’ 환동. 바로 배우 이중옥이다.

“짧게 나오긴 했지만 같이 작업한 것만으로도 영광이고 감사하죠. 영화가 잘 되어서 저도 기분이 좋아요. ‘극한직업’의 시작과 함께하는 캐릭터라 부담이 되기도 했지만 잘 찍은 것 같아요. 주변에서도 ‘잘 봤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많이 보내주시더라고요. ‘잘 해오고 있었구나’ 싶어서 정말 기분 좋더라고요.”

이중옥은 지난해 OCN 드라마 ‘손: the guest’와 영화 ‘마약왕’에서도 남다른 존재감을 뽐냈다. 먼저 ‘손: the guest’에서는 폐차장 형제 가운데 부마자 형 최민상을 맡아 소름끼치는 빙의 연기를 선보였다.

“영화 ‘검은 사제들’ 등을 보면서 참고했지만 제 생각대로 연기한 것 같아요. 현장에서 컷 소리를 듣자마자 눈물이 나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봐도 그때 왜 울었는지 모르겠어요. 캐릭터에 대한 연민인가. 설명할 수 없는 오묘한 감정이었어요. 슬픈 연기를 해도 단 한 번도 운 적이 없거든요. ‘연기자가 이렇게까지 갈 수 있구나’ 싶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좋은 경험이었지만 스태프들에게는 죄송했어요. 달래주느라 촬영에 지장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마약왕’에서는 부산 건달 윤강식 역을 연기했다. 극 중 주인공 이두삼(송강호)의 일대기에서 극적으로 관계가 전환되는 인물. 당시 실제 헤어스타일이었던 단발머리로 촬영에 임한 이중옥은 밥통과 함께 ‘마약왕’에 강렬하게 등장, 깊은 인상을 남겼다.

“원래 제 머리였어요. 예전에는 가슴 정도까지 기른 적도 있어요. 하하. 저를 잘 보여주는 스타일리기도 하고 헤어 관리에 큰 관심이 없기도 해서 두곤 했죠. 자를까 말까 고민했는데 우민호 감독님이 그 머리를 그대로 사용하시더라고요. 센 캐릭터고 각인이 안 될 수 없는 캐릭터라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대본을 받고 많이 떨었던 기억이 나요.”

관객들에겐 신선한 얼굴이겠지만 이중옥은 무대에서 오랜 기간 갈고 닦은 ‘무림의 고수’. 그는 송강호, 문소리, 이성민 등 쟁쟁한 배우들을 배출한 극단 차이무 출신이다. 20대 초반부터 무대 곁에서 살아온 그는 20년 가까이 연기와 연극 연출을 함께해왔다. “무대에 섰을 때 가장 편안하다”는 이중옥.

“연기하기 전에는 그림만 그리던 사람이었어요. 그림은 혼자하면 되는 건데 연기는 사람들과 섞여서 같이 해나가야 하잖아요. 앙상블, 호흡이 정말 중요하죠. 그런 과정이 재밌더라고요. 처음에는 많이 헤맸고 많이 혼났지만 배운 게 더 많았어요. 지나고 돌아보니 배움의 과정 덕분에 제 안에 켜켜이 쌓인 게 많더라고요.”



특히 극단 선배 이성민은 “특히 많이 혼내던 선배 중 한 분”이라고. 이중옥은 이성민과의 진한 인연을 언급하다 그에게 고마웠던 일화를 공개하기도 했다.

“얄짤 없는 분이거든요. 하하하. 선배가 해주신 조언을 하나하나 다 기억나요. 무대 안팎으로 많은 조언을 해주셨어요. 한 10년 전 쯤이었나. 제가 고시원에 살 때였어요. 선배는 조금씩 활동을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경제 사정이 넉넉하진 않았을 거예요. 그럼에도 밥을 잘 사주셨어요. 그냥 사주시는 게 아니라 꼭 옆에서 제가 다 먹는 모습을 지켜보시곤 했죠. 어느 날에는 ‘잠깐 있어봐’라고 하시더니 고시원 방값을 봉투에 넣어주시더라고요. 정말 감사했죠. 아직까지 못 갚았는데 꼭 갚아야죠.”

최근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 촬영을 마친 이중옥은 올해 더욱 활발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뭐든 들어오면 열심히 해야죠.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요? 제가 그런 말을 할 입장이 아닌 것 같아요. 가릴 처리가 아니거든요. 하하하. 좋은 역할이 왔으면 하는 바람은 있지만 어떤 역할이든 가리지 않고 잘 해내려고 노력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최근에는 센 역할을 맡았긴 했지만 어떤 모습이 제게 어울릴지 스스로도 확신이 안 서서 궁금해요. 어느 작품이든, 어떤 캐릭터든 ‘미스 캐스팅’이라는 말 듣지 않게 항상 열심히 할게요.”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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