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좋은 필모그래피가 있을까. 사극부터 판타지 멜로, 심리 스릴러까지 각 장르를 오롯이 소화하는 배우 여진구 이야기다.
지난 10일 종영된 JTBC 금토드라마 ‘괴물’(연출 심나연 극본 김수진)은 폐쇄적인 지역 도시 ‘만양’이라는 장소적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그 속에서 사건을 파헤치는 두 남자 이야기를 다룬 작품. 20년 전 발생한 살인사건 진범을 찾아가는 과정을 현재 사건과 연결 지어 사건과 연루된 모든 인물 심리를 섬세하게 그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작품 속 캐릭터 심리 변화는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이고, 이를 연기하는 배우들은 높은 몰입감으로 극적 재미를 선사했다는 평가다. 그리고 이야기 한 축을 담당한 한주원 캐릭터를 연기한 여진구는 이 작품을 통해 한층 성장했다.
“첫 방송 전까지는 걱정을 많이 했어요. 초반에는 다소 비호감 느낌이 없지 않아요. 시청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느낄까 걱정했어요. 방송이 중반을 지나고 서서히 한주원이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드러나면서 시청자들이 많이 공감하고 이해해주신 것 같아요. 많이 좋아해 주셔서 감사해요. 한편으로 아쉽고, 한편으로 즐거웠던 시간이에요. 그만큼 ‘괴물’은 제게 특별해요. 배우라는 직업을 해 나가면서 어떻게 하면 계속 관심받고 좋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이 작품이 그 ‘답’과 ‘확신’을 제게 줬어요. ‘왕이 된 남자’, ‘호텔 델루나’만큼, 또는 그 이상의 필모그래피를 또 만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괴물’이라는 작품을 만나 이제 욕심이 생겨요. 더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확신과 욕심이요. 전에는 ‘내가 이런 욕심을 가져도 되나’ 싶었는데, 이제 조금 가져 보려고요. 배우로 성장하는 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괴물’은 제게 던져진 많은 숙제에 힌트와 답을 준 작품입니다.”
흔히 두 번 다시 만나기 힘든 작품, 제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듯한 작품을 만나면 ‘인생작’이라고 한다. 여진구에게 ‘괴물’은 ‘인생작’이다. 배우로서 자기반성하기에 적합한 거울 같은 작품이다. 그리고 작품에서 만난 신하균은 배우로서 여진구가 지향하고 싶은 ‘연기 교본’이다.
“신하균 선배님과 연기 호흡은 상상 그 이상으로 좋았어요. 전해 들은 것보다 그 이상으로 재미있어서 저 역시 놀랐어요. 유쾌하세요. 작품 속 진지함은 찾아보기 힘들어요. 현장 분위기 메이커라고 해도 무방해요. 그런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면 이동식이라는 인물로 동화되세요. 너무 충격적인 것은 촬영마다 다른 이동식이 제 앞에 나타나요. 대본에 담긴 정형화된 이동식이 아니라 현장, 분위기, 배우들과 오가는 호흡을 통해서 실제 존재하는 듯한 이동식을 매번 보여주세요. 제가 연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이는 부분을 정확히 짚어주세요. 이동식을 볼 때면, 한주원 감정이 어때야 하는지 천천히 보일 정도로요. ‘연기가 재밌다’는 것을 오롯이 느낀 것이 처음이에요. ‘연기하는 재미가 이렇구나’를 배웠어요. 다른 배우들도 대단해요. 다들 항상 몰입하고 있어요. 배우 자신은 없고, 촬영에서는 캐릭터로 존재하세요. 즉흥적이고 날 것이 살아있어요. 이런 현장에서 연기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어요. 많이 배웠고, 공부하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기회가 되면 이 출연진과 다시 만나고 싶어요. 정말 만양이라는 마을에 가면 존재할 것 같아요. (웃음)”
‘괴물’은 스토리와 연출 이상으로 배우들 호연이 돋보인 작품이다. 그만큼 신들린 연기 열전이다.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오히려 캐릭터가 지닌 색깔과 힘이 그 승패를 가를 정도다. 그렇다면 여진구는 한주원 캐릭터를 제외하고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었을까.
“최대훈 선배님이 연기한 박정제 캐릭터가 욕심나요. 기자간담회 때 ‘괴물’에서 유일하게 유약함을 담당한다고 하셨는데, 그 말이 유니크하더라고요. 새로웠어요. 앞으로 이런 캐릭터를 또 볼 수 있을까 싶고, 이런 캐릭터를 맡을 기회가 있을까 싶어요. 굉장히 새로울 것 같아요. 최대훈 선배님의 연기를 보면서 너무 새롭고 이런 캐릭터를 연기해 보는 것도 제 연기 발전에 있어서 많은 도움일 될 것이라 생각해요. 이상하게 애정이 가는 캐릭터예요.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아역스타에서 성인 연기자로 정주행하는 여진구는 ‘괴물’에서도 한층 성숙했다. 득도한 사람처럼 깨달음을 이따금 이야기한다.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크기가 커짐을 몸소 느낀다.
“전에는 ‘캐릭터가 어떻게 보여 질까’만 생각했어요. ‘배우니깐 당연히 캐릭터에만 집중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했어요. 이제는 작품 전체를 보려고 해요.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을 길러야겠다는 생각을 ‘괴물’을 통해서 하게 된 것 같아요. 캐릭터가 사랑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작품 자체가 시청자 또는 관객에게 신뢰받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더라고요. 저를 캐릭터로서 보여주는 것뿐만 아니라, 작품이 주는 분위기, 캐릭터 간의 호흡, 연출 방향, 스토리텔링 등 종합적인 측면에서 바라봐야 할 것 같아요. 제가 작품을 이끌어가는 입장이라는 그 흐름을 파악하는 게 분명히 필요하다고 느껴요. 작품 선택 기준이 전보다 보다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바뀐 것 같아요. ‘괴물’을 통해 깨달은 점이 많아요. 정말 큰 의미에서 많이 배웠고, 제가 더 채워 나가야 할 게 많다는 걸 이야기할 때마다 곱씹게 돼요. 이 시간에도 다시 한번 되뇌고 기억하게 되네요. (웃음)”
이쯤 되니 ‘연기 밖에 모르는 바보’라는 수식어가 정말 어울리는 ‘배우 여진구’다. 그렇다면 25살 청춘인 ‘인간 여진구’는 어떨까. 배우가 아닌 오롯이 자신의 삶에 있어서 이 시간을 만끽할 수 있는 것은 분명 한정적이기에 여진구는 하고 싶은 게 많다.
“‘인간 여진구’로서는 아직 해보지 못한 게 많아요. 스카이다이빙이나 배낭여행을 해보고 싶어요. 코로나19(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COVID-19) 때문에 당장 어디론가 떠날 수 없지만, 친구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어요. 물론 친구들 상황은 고려해야죠. 사실 또래 친구들에 비해 전 일찍 자리 잡은 편입니다. 배우로서 많은 것을 당겨쓰고 있다고 생각해요. 남보다 보다 일찍 좋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해요. 제 친구들은 이제 직업을 고민하고, 사회초년생을 준비하는데 말이죠. 친구들은 오히려 제게 더 많은 이야기를 해줘요. 응원하고 격려해요. 저는 오히려 그 친구들에게 어떤 말을 해줄 수가 없어요. 오히려 조심스러워요. 친구들 입장이 아니기에 제 섣부름이 친구들에게 오히려 상처를 줄 수도 있으니까요. 절 친구로서 배우로서 응원하는 친구들이 항상 고마워요. 그 친구들이 힘든 선택을 하지 않고, 좋은 상황에서 다 함께 웃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마음으로 응원합니다. 제 친구들을 믿기에. (많은 것이 담긴 미소)”
‘청춘 여진구’는 또래들이 겪는 많은 상황을 이해하면서도 섣부른 조언이나 첨언을 하지 않는다. 그게 최선의 응원임을 알기에. 그러나 ‘청춘 여진구’에게도 분명한 숙제는 남았다. 또래 남성이라면 으레 치르는 ‘병역 의무’에 대해서다.
“처음에는 (군대를) 빨리 다녀올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20대 초반에만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그것을 포기할 수 없었어요. 욕심도 있었고요. 지금 생각해도 그것들을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마침 생각보다 빨리 좋은 작품들을 통해 큰 사랑을 받게 됐고, 이 감을 이어가고 싶어요. 당장 언제라고 단정해 말하긴 어렵지만, (군대를) 다녀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곳에서도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배울 것 같아요. 연기는 잠시 쉬겠지만, ‘인간 여진구’로서 많은 배움이 있다고 생각해요. 가게 되는 시기에 건강하게 잘 다녀올 생각입니다.”
정확한 계획을 이야기하지 않지만, 가고자 하는 방향은 명확하고 명료하다. 누구라도 수용 가능한 범위에서 ‘배우 여진구’, ‘인간 여진구’, ‘청춘 여진구’를 내보인다. 하고 싶은 것도 보고 싶은 것도 많은 여진구는 다음을 준비한다. ‘괴물’ 이후 어떤 작품을 보여줄까.
“아직 ‘차기작이 어떤 작품이다’라고 말하기 어려워요. 다만, 어떤 작품이든 그 캐릭터로서 보여드리고, 기억되고 싶어요. 새로운 캐릭터, 장르도 중요하지만, 제 자신이 자체로도 새로운 연기를 보여줄 수 있었으면 해요. 행복하게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남들에게 내보일 수 있는 취미이자 특기가 ‘연기력’을 지니고 싶어요. 제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야망도 있고, 욕심도 있어요. 하하하 (큰 웃음). 많은 분에게 실망시키지 않는, 제 스스로를 믿을 수 있는 연기자가 되겠습니다. 앞으로 많은 응원과 사랑 부탁합니다. ‘괴물’과 한주원을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더 좋은 작품, 새로운 캐릭터로 다시 인사할게요. (웃음)”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지난 10일 종영된 JTBC 금토드라마 ‘괴물’(연출 심나연 극본 김수진)은 폐쇄적인 지역 도시 ‘만양’이라는 장소적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그 속에서 사건을 파헤치는 두 남자 이야기를 다룬 작품. 20년 전 발생한 살인사건 진범을 찾아가는 과정을 현재 사건과 연결 지어 사건과 연루된 모든 인물 심리를 섬세하게 그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작품 속 캐릭터 심리 변화는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이고, 이를 연기하는 배우들은 높은 몰입감으로 극적 재미를 선사했다는 평가다. 그리고 이야기 한 축을 담당한 한주원 캐릭터를 연기한 여진구는 이 작품을 통해 한층 성장했다.
“첫 방송 전까지는 걱정을 많이 했어요. 초반에는 다소 비호감 느낌이 없지 않아요. 시청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느낄까 걱정했어요. 방송이 중반을 지나고 서서히 한주원이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드러나면서 시청자들이 많이 공감하고 이해해주신 것 같아요. 많이 좋아해 주셔서 감사해요. 한편으로 아쉽고, 한편으로 즐거웠던 시간이에요. 그만큼 ‘괴물’은 제게 특별해요. 배우라는 직업을 해 나가면서 어떻게 하면 계속 관심받고 좋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이 작품이 그 ‘답’과 ‘확신’을 제게 줬어요. ‘왕이 된 남자’, ‘호텔 델루나’만큼, 또는 그 이상의 필모그래피를 또 만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괴물’이라는 작품을 만나 이제 욕심이 생겨요. 더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확신과 욕심이요. 전에는 ‘내가 이런 욕심을 가져도 되나’ 싶었는데, 이제 조금 가져 보려고요. 배우로 성장하는 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괴물’은 제게 던져진 많은 숙제에 힌트와 답을 준 작품입니다.”
흔히 두 번 다시 만나기 힘든 작품, 제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듯한 작품을 만나면 ‘인생작’이라고 한다. 여진구에게 ‘괴물’은 ‘인생작’이다. 배우로서 자기반성하기에 적합한 거울 같은 작품이다. 그리고 작품에서 만난 신하균은 배우로서 여진구가 지향하고 싶은 ‘연기 교본’이다.
“신하균 선배님과 연기 호흡은 상상 그 이상으로 좋았어요. 전해 들은 것보다 그 이상으로 재미있어서 저 역시 놀랐어요. 유쾌하세요. 작품 속 진지함은 찾아보기 힘들어요. 현장 분위기 메이커라고 해도 무방해요. 그런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면 이동식이라는 인물로 동화되세요. 너무 충격적인 것은 촬영마다 다른 이동식이 제 앞에 나타나요. 대본에 담긴 정형화된 이동식이 아니라 현장, 분위기, 배우들과 오가는 호흡을 통해서 실제 존재하는 듯한 이동식을 매번 보여주세요. 제가 연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이는 부분을 정확히 짚어주세요. 이동식을 볼 때면, 한주원 감정이 어때야 하는지 천천히 보일 정도로요. ‘연기가 재밌다’는 것을 오롯이 느낀 것이 처음이에요. ‘연기하는 재미가 이렇구나’를 배웠어요. 다른 배우들도 대단해요. 다들 항상 몰입하고 있어요. 배우 자신은 없고, 촬영에서는 캐릭터로 존재하세요. 즉흥적이고 날 것이 살아있어요. 이런 현장에서 연기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어요. 많이 배웠고, 공부하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기회가 되면 이 출연진과 다시 만나고 싶어요. 정말 만양이라는 마을에 가면 존재할 것 같아요. (웃음)”
‘괴물’은 스토리와 연출 이상으로 배우들 호연이 돋보인 작품이다. 그만큼 신들린 연기 열전이다.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오히려 캐릭터가 지닌 색깔과 힘이 그 승패를 가를 정도다. 그렇다면 여진구는 한주원 캐릭터를 제외하고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었을까.
“최대훈 선배님이 연기한 박정제 캐릭터가 욕심나요. 기자간담회 때 ‘괴물’에서 유일하게 유약함을 담당한다고 하셨는데, 그 말이 유니크하더라고요. 새로웠어요. 앞으로 이런 캐릭터를 또 볼 수 있을까 싶고, 이런 캐릭터를 맡을 기회가 있을까 싶어요. 굉장히 새로울 것 같아요. 최대훈 선배님의 연기를 보면서 너무 새롭고 이런 캐릭터를 연기해 보는 것도 제 연기 발전에 있어서 많은 도움일 될 것이라 생각해요. 이상하게 애정이 가는 캐릭터예요.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아역스타에서 성인 연기자로 정주행하는 여진구는 ‘괴물’에서도 한층 성숙했다. 득도한 사람처럼 깨달음을 이따금 이야기한다.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크기가 커짐을 몸소 느낀다.
“전에는 ‘캐릭터가 어떻게 보여 질까’만 생각했어요. ‘배우니깐 당연히 캐릭터에만 집중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했어요. 이제는 작품 전체를 보려고 해요.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을 길러야겠다는 생각을 ‘괴물’을 통해서 하게 된 것 같아요. 캐릭터가 사랑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작품 자체가 시청자 또는 관객에게 신뢰받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더라고요. 저를 캐릭터로서 보여주는 것뿐만 아니라, 작품이 주는 분위기, 캐릭터 간의 호흡, 연출 방향, 스토리텔링 등 종합적인 측면에서 바라봐야 할 것 같아요. 제가 작품을 이끌어가는 입장이라는 그 흐름을 파악하는 게 분명히 필요하다고 느껴요. 작품 선택 기준이 전보다 보다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바뀐 것 같아요. ‘괴물’을 통해 깨달은 점이 많아요. 정말 큰 의미에서 많이 배웠고, 제가 더 채워 나가야 할 게 많다는 걸 이야기할 때마다 곱씹게 돼요. 이 시간에도 다시 한번 되뇌고 기억하게 되네요. (웃음)”
이쯤 되니 ‘연기 밖에 모르는 바보’라는 수식어가 정말 어울리는 ‘배우 여진구’다. 그렇다면 25살 청춘인 ‘인간 여진구’는 어떨까. 배우가 아닌 오롯이 자신의 삶에 있어서 이 시간을 만끽할 수 있는 것은 분명 한정적이기에 여진구는 하고 싶은 게 많다.
“‘인간 여진구’로서는 아직 해보지 못한 게 많아요. 스카이다이빙이나 배낭여행을 해보고 싶어요. 코로나19(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COVID-19) 때문에 당장 어디론가 떠날 수 없지만, 친구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어요. 물론 친구들 상황은 고려해야죠. 사실 또래 친구들에 비해 전 일찍 자리 잡은 편입니다. 배우로서 많은 것을 당겨쓰고 있다고 생각해요. 남보다 보다 일찍 좋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해요. 제 친구들은 이제 직업을 고민하고, 사회초년생을 준비하는데 말이죠. 친구들은 오히려 제게 더 많은 이야기를 해줘요. 응원하고 격려해요. 저는 오히려 그 친구들에게 어떤 말을 해줄 수가 없어요. 오히려 조심스러워요. 친구들 입장이 아니기에 제 섣부름이 친구들에게 오히려 상처를 줄 수도 있으니까요. 절 친구로서 배우로서 응원하는 친구들이 항상 고마워요. 그 친구들이 힘든 선택을 하지 않고, 좋은 상황에서 다 함께 웃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마음으로 응원합니다. 제 친구들을 믿기에. (많은 것이 담긴 미소)”
‘청춘 여진구’는 또래들이 겪는 많은 상황을 이해하면서도 섣부른 조언이나 첨언을 하지 않는다. 그게 최선의 응원임을 알기에. 그러나 ‘청춘 여진구’에게도 분명한 숙제는 남았다. 또래 남성이라면 으레 치르는 ‘병역 의무’에 대해서다.
“처음에는 (군대를) 빨리 다녀올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20대 초반에만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그것을 포기할 수 없었어요. 욕심도 있었고요. 지금 생각해도 그것들을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마침 생각보다 빨리 좋은 작품들을 통해 큰 사랑을 받게 됐고, 이 감을 이어가고 싶어요. 당장 언제라고 단정해 말하긴 어렵지만, (군대를) 다녀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곳에서도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배울 것 같아요. 연기는 잠시 쉬겠지만, ‘인간 여진구’로서 많은 배움이 있다고 생각해요. 가게 되는 시기에 건강하게 잘 다녀올 생각입니다.”
정확한 계획을 이야기하지 않지만, 가고자 하는 방향은 명확하고 명료하다. 누구라도 수용 가능한 범위에서 ‘배우 여진구’, ‘인간 여진구’, ‘청춘 여진구’를 내보인다. 하고 싶은 것도 보고 싶은 것도 많은 여진구는 다음을 준비한다. ‘괴물’ 이후 어떤 작품을 보여줄까.
“아직 ‘차기작이 어떤 작품이다’라고 말하기 어려워요. 다만, 어떤 작품이든 그 캐릭터로서 보여드리고, 기억되고 싶어요. 새로운 캐릭터, 장르도 중요하지만, 제 자신이 자체로도 새로운 연기를 보여줄 수 있었으면 해요. 행복하게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남들에게 내보일 수 있는 취미이자 특기가 ‘연기력’을 지니고 싶어요. 제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야망도 있고, 욕심도 있어요. 하하하 (큰 웃음). 많은 분에게 실망시키지 않는, 제 스스로를 믿을 수 있는 연기자가 되겠습니다. 앞으로 많은 응원과 사랑 부탁합니다. ‘괴물’과 한주원을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더 좋은 작품, 새로운 캐릭터로 다시 인사할게요. (웃음)”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