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이 나갔나 보다. 드라마를 알리겠다는 것인지 농담을 따먹겠다는 것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tvN 새 월화드라마 ‘너는 나의 봄’(극본 이미나 연출 정지현) 이야기다.
5일 오후 ‘너는 나의 봄’ 온라인 제작발표회가 진행됐다. 행사에는 배우 서현진, 김동욱, 윤박, 남규리, 이미나 작가, 정지현 감독이 참석했다.
‘너는 나의 봄’은 저마다의 일곱 살을 가슴에 품은 채 ‘어른’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살인사건이 일어난 건물에 모여 살게 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담는다. ‘너는 나의 봄이다’,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 작사가이자 드라마 ‘풍선껌’을 집필한 이미나 작가와 ‘더 킹-영원의 군주’,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를 연출한 정지현 감독이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멜로 기대작으로 꼽힌다. 출연진도 좋고 작가와 감독도 좋다. 제작발표회 전까지는 말이다. 제작발표회가 시작되자, 기대감은 반감된다. ‘아무 말 대잔치’로 일관하는 배우들과 이를 이끌어내는 재재가 파국으로 이끈다. 홍보라는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친목도모’, ‘농담 따먹기’라는 촌극이 작품 이미지를 망친다.
진행자 행태는 더욱 가관이다. 처음부터 높은 텐션으로 일관, 차분하고 안정된 진행을 보여주지 않는다. 배우들이 질문에 답을 하면 끼어들고, 답을 정리하기보다 자기 생각을 말하기에 바쁘다. 정말 어디로 튈지 모르는 행사 과정이다.
배우들과 제작진도 마찬가지다. 각자 질문에 대한 성실한 답보다는 서로 ‘농담 따먹기’를 하거나 대화하는 포커스를 맞춘다. 질문 요지에 벗어나는 말을 하거나 답을 하는 배우 말에 끼어들어 자기 말을 하는 이도 있다. 한마디로 행사는 엉망진창이다.
결국 행사는 작품을 알리는 집중하기 보다 배우들이 얼마나 화기애애했는지만 보여줬다. 이게 홍보라면 홍보일 수 있다. 다만, 이는 팬미팅 행사가 아니다. 엄연히 언론 대응하는 제작발표회다. 비대면이라는 이유로 취재진 질의를 무시하는 행위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행사 취지를 몰랐을리 없고, 알고도 이런 식이라면 다음은 파국 뿐이다.
첫 방송 당일 홍보력을 최대로 끌어 올릴 수 있는 행사를 망친 ‘너는 나의 봄’은 과연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까. 방송 첫 날 홍보 실패를 만회할 수 있을까. 이제 작품으로 승부를 보는 수밖에 없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