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식 이어 이번엔 축구 자막사고…나사 풀린 MBC

입력 2021-07-27 06:5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MBC가 2020 도쿄올림픽 중계방송에서 잇단 부적절한 자막 등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MBC 박성제 사장이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 MBC 사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제공|MBC

루마니아 자책골에 “고마워요 마린”
루마니아축협 “조롱당한 기분” 발끈
박성제 사장 “배려 부족했다” 사과
MBC가 또 다시 2020 도쿄올림픽 중계 도중 부적절한 자막을 내보냈다. 이에 “국제적 망신”이라는 비난까지 이어지자 결국 박성제 사장이 사과했다. 하지만 비판 여론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방송가에서는 스포츠국의 자회사 이관 등 조직적·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게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MBC는 25일 남자 축구 조별리그 B조 2차전 한국과 루마니아의 경기 중계에서 자책골을 기록한 루마니아의 마리우스 마린을 두고 “고마워요 마린”이라는 자막을 노출해 비난을 샀다. 앞서 23일 개회식 중계에서도 선수단 입장 순서 중 우크라이나와 아이티 등 일부 나라를 소개하며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진과 대통령 암살 사건 등 부적절한 영상과 자막을 사용해 쏟아지는 비난을 받았다.

외신들도 관련 소식을 상세히 전하며 지적했다. CNN은 “MBC는 일부 그릇된 고정 관념으로 국가를 묘사했다”며 “대한민국이 세월호 참사의 나라로 소개되면 어떻겠느냐”며 비난했고, 뉴욕타임스 역시 “MBC는 (해당 국가들에) 공격적이거나, 부정적 편견이 포함된 내용의 이미지를 사용해 시청자들 비판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AFP통신, 영국 인디펜던트, 미국 폭스뉴스도 일제히 부적절한 이미지 사용과 자막을 비판했다.

“올림픽 정신에 대한 인식 미비”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박성제 사장은 26일 서울 마포구 상암 MBC 사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했다. 박 사장은 “1차 경위를 파악한 결과 특정 몇몇 제작진을 징계하는 것에서 그칠 수 없는, 기본적인 규범 인식과 콘텐츠 검수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철저히 원인을 파악하고, 책임도 반드시 묻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26일 현재 관련 인력 중 일부는 업무에서 배제된 상태로 알려졌다.

방송가에서는 시청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관련 콘텐츠에 지나치게 가볍게 접근하려는 관행적 시각이 작동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박 사장은 “지구인의 우정과 연대, 화합이라는 올림픽 정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참가국을 존중하지 못한 ‘인식 미비’가 가장 큰 문제”라고 밝혔다.

“조직개편 여파…중계 경험자 없어”


방송가 안팎에서는 올해 초 MBC 스포츠국을 자회사인 MBC플러스로 이관하면서 생겨난 내부 시스템 문제에서 비롯된 사고라는 시선이 나온다. 당시 스포츠 콘텐츠를 제작하는 일부 PD들이 다른 부서로 재배치됐다.

이에 대해 스포츠국 구성원들은 “도쿄올림픽과 동계올림픽, 월드컵 등 빅 이벤트”를 앞두고 “경쟁력 약화를 조장한다”고 우려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도 “제작·기획에 필요한 최소 인원만 남기고 프로그램 중계 및 제작 기능을 이관하면서 PD 인력을 22명에서 10명으로 줄인 상황에 제작 인력이 공급되지 못해 올림픽 준비를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익명을 요구한 MBC 한 관계자도 “올림픽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까지 제대로 조직을 구축하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내부 관리·감독이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올림픽 관련 제작진은 대형 스포츠 중계 경험이 없는 인원이 전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 사장은 “동의할 수 없다”면서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올림픽 정신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참가국을 존중하지 못한 규범적 인식이 미비했다”며 “바쁜 과정에서 지나치게 복잡한 화면이 만들어졌고, 별다른 데스킹(감독·관리) 없이 부실하게 이뤄졌다. 마지막에 일이 몰리면서 발생한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