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인공 교체 잡음을 딛고 ‘홍 자매’(홍정은·홍미란 작가) 흥행 역사를 이어갈까.
14일 오후 tvN 새 토일드라마 ‘환혼’(연출 박준화 극본 홍정은 홍미란) 온라인 제작발표회가 진행됐다. 행사에는 이재욱, 정소민, 황민현, 유준상, 신승호, 오나라, 유인수, 아린(오마이걸), 박준화 감독 등이 참석했다.
‘환혼’은 역사에도 지도에도 존재하지 않은 대호국을 배경으로, 영혼을 바꾸는 ‘환혼술’로 인해 운명이 비틀린 주인공들이 이를 극복하고 성장해가는 판타지 로맨스 활극이다. ‘쾌걸춘향’, ‘마이걸’, ‘환상의 커플’, ‘쾌도 홍길동’, ‘미남이시네요’,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최고의 사랑’, ‘빅’, ‘주군의 태양’, ‘화유기’, ‘호텔 델루나’ 등을 쓴 홍 자매와 ‘식샤를 합시다’ 시즌1·2, ‘싸우자 귀신아’, ‘이번 생은 처음이라’, ‘김비서가 왜 그럴까’ 등을 연출한 박준화 감독이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이재욱, 정소민, 황민현, 유준상, 신승호, 오나라, 유인수, 아린 등이 출연한다. 또 주상욱, 박병은, 염혜란, 고윤정 등 다양한 배우가 특별 출연한다.
이날 박준화 감독은 “역사에도 지도에도 없는 설정이 많다. 술사들 이야기다. 각 캐릭터 성장극”이라고 ‘환혼’을 소개했다.
작품 연출을 맡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홍 자매 대본은 누가 봐도 재미있다. 즐겁게 스토리를 만든다. 어떤 감독이 만들어도 잘할 듯하다. 이번 작품은 판타지 로맨스 활극이라는 설정 아래 역사에도 없는 이야기를 장면으로 구현해야 한다. 홍 자매에게 ‘나라도 괜찮냐’고 했더니 ‘어떤 감독이 와도 처음일 거다’라고 했다. 그래서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첫 사극 연출에 대해서는 “역사에도 없다 보니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했었다. 어떻게 보면 익숙하면서도 낯선 모습을 보여주면 시청자가 충분히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살짝 안 어울리지만, 그게 조금 익숙할 수 있는 포인트 같다. 예를 들어 사극에서 짧은 머리가 어색하지만, 실상에서 익숙하지 않나. 그런 점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이재욱은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너무나 신선하고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구현할 수 있을까 싶었다. 감독님 첫 미팅에서 ‘잘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는데, 박준화 감독님이 ‘나만 믿고 따라와라’고 했다. 그 말에 힘을 얻어 출연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여주인공 교체 잡음 끝에 급히 작품에 합류하게 된 정소민은 “대본 영향이 가장 컸다. 대본이 재미있더라. 홍자매 대본은 예상을 뛰어넘더라. 어떤 예상도 소용이 없었다. 그만큼 재미있었다”고 출연 배경을 밝혔다.
정소민은 앞서 박준화 감독과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작품에서 함께 했다. 그리고 ‘환혼’을 통해 재회했다. 박준화 감독은 “정소민은 보이는 그 자체가 사랑스럽고 매력적이다. 자연스러운 연기와 너무 좋아하는 표정이 있다. 정소민 밖에 없는 표정이 있다. 한순간의 감정 디테일을 다양한 표정으로 표현한다. 설명이 없어도 작품 상황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그게 매력”이라고 했다.
‘환혼’에서 무게감을 잡아줄 유준상은 약 1년 반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다. 유준상은 “공백이 그만큼 길었다면, 그만큼 촬영을 했다는 의미다. 따라서 다른 작품에 출연할 수 없었다. 한 작품을 그 시간만큼 공들여 촬영했다. 나도 처음에는 망설였고, 박준화 감독에게 ‘날 믿냐’고 했더니, ‘나만 따라오라’고 하더라. 그래서 ‘따라가겠다’고 해 출연하게 됐다. 박준화 감독이 섬세하고, 로맨스를 잘 찍는 분이지만, 액션도 상당 부분 공을 들여서 찍고 본인 의사를 정확히 피력하고 많은 스태프를 아우르더라. 덕분에 즐겁게 촬영했다. 젊은 친구들과 함께한 것도 좋았다. 새로운 에너지를 받았다. 오나라 씨 덕분에 행복한 순간도 있었다. 돌이켜 보면 여러분이 보면서 내내 훈훈하면서 아름답고 서정적이고 놀라운 작품이라고 할 정도다. 그만큼 박준화 감독이 후반 작업 중이다. 기대 부탁한다”고 말했다.
아이돌에서 배우로 전향한 황민현은 “(뉴이스트가 아닌) 황민현으로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에서 크게 다른 점은 없다. 나는 여전히 같은 사람이다. ‘환혼’이라는 작품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영광스럽다. 동시에 부담스러움도 있었지만, 더 나은 모습,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작품 준비 과정에 대해서는 “정말 좋아하고 존경하는 박준화 감독님과 홍 자매 두 작가가 만드는 작품에 함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좋았는데, 부담이더라. 판타지 로맨스 활극이라는 새로운 장르다. 항상 새로운 것에 고민과 걱정이 따르기 마련이다. 액션 연기는 처음이다. 액션 연기에 집중했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아린 역시 “정극은 처음이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멋진 선배들과 언니, 오빠들이 많이 도와줘 즐겁게 촬영했다”며 “여러 가지로 많이 긴장도 하고 걱정도 많이 했는데, 현장에서 선배들과 감독님에게 많이 도움받고 배웠다”고 말했다.
아린은 “캐릭터 분석에 가장 신경을 많이 썼다. 진초연 캐릭터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했다”고 전했다.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약칭 ‘지우학’)을 통해 주목받은 유인수는 “좀비들과 연기하다가 멋있고 아름다운 배우들과 함께하니까 거기서 얻는 새로운 에너지가 있어서 신선하고 즐겁게 촬영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유인수는 “이번에는 악역 아니다. ‘지우학’ 준비할 땐 인물이 가진 악한 모습을 유지하려고 했다면, ‘환혼’ 박당구는 배우들과 호흡을 통해, 인물이 가진 조건 없는 밝음을 유지하면서 표현하려고 했다”고 이야기했다.
배우들 호흡은 어떨까. 정소민은 “(이재욱이 연기하는 극 중 장욱과의) 관계성은 회차마다 계속 변한다. 보통 드라마는 한 두 차례 반전이 있지만, ‘환혼’에서 매회 달라진다. 하면서 따라가는 게 즐겁고 재미있더라. 튀는 느낌도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재욱 역시 “한번도 보지 못했던 관계성이다. 선택적인 관계로 만나 두 사람 사이가 변화해 간다. 코믹함과 감동이 더해진 관계다. 한 마디로 막장”이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환혼’은 파트제로 기획된 작품이다. 박준화 감독은 “담을 수 있는 이야기가 여러 가지다. 서사와 관계 이야기가 20부 안에 담기 어렵다. 그래서 초기에 파트제를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언뜻 산만하고 정신없지만, 판타지 로맨스 활극이라는 그럴싸한 포장지가 ‘환혼’을 기대하게 한다. 제작진 면면은 더욱 지켜볼 작품임에 틀림없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작품 제작 초반 불거진 여주인공 교체 문제다. ‘환혼’ 제작진은 보다 젊고, 눈에 띄는 신인 배우진으로 채우겠다는 계획에 따라 역대급이라는 오디션을 진행했다. 애초 제작·공개하려던 시점이 늦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이렇게 힘들게 캐스팅한 여주인공은 작품 제작 초반 사실상 반강제로 하차시켰다. 대신 박준화 감독과 친분이 두터운 정소민을 급히 투입했다. 정소민이 없었더라면 사실상 제작 중단 위기를 당할 뻔한 셈.
그런데도 이 문제에 대해 제작진은 단 한마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물론 정소민에 대한 미안함이겠지만, 적어도 제작진이 털고 갔어야 할 문제다. 캐스팅 잡음은 사실상 제작진에 대한 신뢰 문제다. 신뢰할 수 없는 제작진이 만든 작품을 어떻게 즐겁게 감상할 수 있을까. 그렇기에 ‘환혼’은 기대작이 아닌 ‘글쎄작’이다. 기대와 우려가 섞인 애매한 위치다. 무엇보다 그렇게 연기력을 따진 제작진이 내놓을 작품 속 배우들에 대한 연기 평가는 더욱 혹독할 수밖에 없다. 과연 ‘환혼’은 우려를 벗고 기대작이라는 제 타이틀을 오롯이 가져갈 수 있을까.
‘환혼’은 18일 밤 9시 10분 첫 방송된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