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세영의 어쩌다: ‘이따금 어째서 왜?’로 시작된 이슈 뒤집어 보기. 전체 맥락, 행간을 짚어내고 분명하게 메시지를 담아내는 코너.
‘착수’란다. 거창하다. 대한민국 성인 남성이라면 신체적, 정신적인 결함이 없는 한 당연히 이행해야 하는 병역 의무를 하는데 말이다. 어차피 입대할 거면서 분란만 키운 방탄소년단 이야기다.
방탄소년단 소속사 빅히트 뮤직(하이브 산하)은 17일 공식입장문을 통해 “방탄소년단이 병역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준비에 착수했다. 우선 곧 개인 활동을 갖는 멤버 진(본명 김석진)은 이달 말, 입영 연기 취소를 신청할 예정이다. 이후 병무청의 입영 관련 절차를 따르게 된다. 다른 멤버들도 각자의 계획에 따라 순차적으로 병역을 이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빅히트 뮤직은 “당사는 아티스트들과 함께 그동안 병역 이행 계획을 구체화해왔다. 결정한 사항을 전할 시점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했다”며 “2030세계박람회 유치 지원을 위한 부산 콘서트가 마무리된 지금이 이를 알려 드리기에 가장 적절한 시기라고 판단했다”고 입대 관련 주체가 병무청이 아닌 빅히트 뮤직에 있다는 식으로 말했다.
이어 “당사와 멤버들은 대략 2025년에는 방탄소년단 완전체 활동의 재개를 희망하고 있다만, 현 시점에 정확한 시기를 특정하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한다”며 “이에 따라 방탄소년단은 각 멤버의 병역 이행 계획에 맞추어 당분간 개별 활동에 집중하게 된다. 앞으로의 방탄소년단 행보에도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한다“고 전했다.
코미디다. 입영 연기 등을 관할하는 것은 병무청에서 맡는다. 병무청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입영 유예를 결정하는 것이다. 신청인이 계획을 세우고 말고 할 게 아니다. 사정에 따라 입영을 연기할 수 있지만, 이미 방탄소년단 일부 멤버는 일반적인 상식에서 벗어난 ‘병역 연기 특혜’를 받은 상태다. ‘입대 착수’라는 거창한 표현은 코미디에 가깝다.
그동안 정치권은 ‘방탄소년단 병역 면제 특혜’를 주고자 노력했다. 아니 주고 싶어 안달이 났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살인적인 물가 오름세에 고통 받고, 환율 공포 등 현안이 시급한데 특정 아이돌 그룹 병역 문제에 관여하는 정치권 꼴이 우습다. 대단한 착각을 자행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에게만 소중한 2년이 있는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 청년 누구에게나 2년은 소중하다. 그 2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한 개인 또는 국가 미래가 달라진다. 그런데도 대다수 대한민국 20대 남성이 병역 의무를 이행하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다. 이를 마치 ‘대단한 결정’이라는 식의 표현이 아연실색하게 한다.
꼭 가야 하는 거고, 어차피 가는 거면 건강하게 다녀오면 된다. 그게 다다. 무슨 사족이 그리 길고, 찬양을 ‘우상숭배급’으로 하는가. 보는 사람도, 방탄소년단도 그런 행태가 낯부끄러울 것이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