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 없는 갈림길, 당신이라면…‘트롤리’ 분명한 메시지 [DA:스퀘어]

입력 2023-01-19 09: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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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세영의 어쩌다: ‘이따금 어째서 왜?’로 시작된 이슈 뒤집어 보기. 전체 맥락, 행간을 짚어내고 분명하게 메시지를 담아내는 코너.

인생에 정답이 없듯, 진실도 항상 정답은 아니다. 어떤 진실을 마주하느냐에 따라 결과도 달라진다. 모두를 만족하기 어려운, 위험한 선택의 기로에 선 이들의 진실 게임을 그린 SBS 월화드라마 ‘트롤리’(연출 김문교, 극본 류보리)가 그렇다.

‘트롤리’는 과거를 숨긴 채 조용히 살던 국회의원 아내의 비밀이 세상에 밝혀지면서 부부가 마주하게 되는 딜레마와 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딜레마 멜로다. 로그라인이 이렇다. 깊게 들어가면 과거 성범죄 피해자인 국회의원 남중도(박희순 분) 아내 김혜주(김현주 분)가 자신 일과 닮은 듯 다른 사건에 개입하면서 본인 과거까지 들춰지는 상황에 직면하는 상황을 그린다. 작품 핵심은 성범죄 피해자는 존재하나, 가해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해 존재하지 않는 모순된 상황이다. 국내 법률상 ‘피의자 사망’은 곧 ‘공소권 없음’에 해당돼 수사 자체가 종료된다. 문제는 이로 인해 파생된 문제다. ‘트롤리’는 이 문제의 핵심을 짚는다.

극 중 김혜주는 과거 고등학교 시절 단짝 친구 진승희(류현경 분) 쌍둥이 형제 진승호(이민재 분)로부터 성추행 미수 피해를 입는다. 하지만 진승호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다. 김혜주 성추행 미수 사건은 피의자 사망으로 ‘공소권 없음’에 해당돼 수사조차 진행되지 않는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수사조차 진행되지 않자, 진승희·진승호 모친 이유신(길해연 분)은 아들이 사망하기 전 김혜주에게 장학금을 주겠다고 회유했지만, 결국 자신 아들이 죽자 모든 탓을 김혜주로 몬다. 절친한 진승희마저 죽음을 앞둔 진승호 말만 믿는다. 결국 피해자가 한 사람을 죽게 한 가해자로 둔갑된 비극이 펼쳐진다.

남중도가 개입한 디지털 성폭력 사건도 마찬가지다. 명문 의대생으로부터 자신 신체를 불법 촬영 당한 20대 여성이 생을 마감하게 된다. 이를 알게 된 남중도가 이 문제를 공론화하면서 명문 의대생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피해자도 가해자도 세상에 없는 상황이지만, 사건은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다. 피해자 유족과 가해자 유족 모두 가족을 잃은 슬픔을 분노로 대신한다. 피해자 유족은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손녀에 대한 한탄을, 가해자 유족은 남중도가 사건을 공론화해 아들이 죽었다고 생각한다.




이 문제는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파국으로 치닫는다. 남중도 선의와 국회의원으로서의 신념이 자신, 무엇보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아내 김혜주에게 향하는 화살을 막지 못한다. 오히려 세상을 피해 이름까지 바꾼 김혜주가 다시 세상에 제 모습을 드러내고 과거 상처를 드러내야 하는 역설적인 순간에 마주한다. 이를 류보리 작가는 ‘트롤리 딜레마’에 비유한다. 류보리 작가는 “‘트롤리 딜레마’는 트롤리 전차의 브레이크가 고장 난 상황 속, 내가 진행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선로 변환기 앞에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트롤리를 그대로 달리게 두면 그 선로 위에서 일하고 있던 인부 5명이 죽지만, 내가 선로 변환기를 당겨 방향을 바꾸면 옆 선로 위에서 일하고 있던 인부 1명이 죽게 될 때 ‘나는 트롤리의 선로를 바꿀 것인가’라는 문제다. 정답이 없는 ‘트롤리 딜레마’와 이 드라마 속 각 인물 상황에 맞닿은 지점이 있어 자연스럽게 ‘트롤리’를 제목으로 정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그렇다. ‘트롤리’가 이야기하는 주제 의식은 명확하다. 드라마라는 틀에서의 작품성보다 메시지가 분명한 작품이다. 선택의 기로에 선 자신을 떠올리며 그 선택까지 떠밀려야 하는 상황에 대한 문제 인식이다. 애초 피해자 존재하고 가해자가 특정된 상황에서 가해자가 사망했다는 이유로 수사가 진행되지 않는, 사건만 존재하는 불편한 상황 말이다. 가해자 행동으로 가해자 유족을 탓할 수 없지만, 피해자가 세상에 존재하는 한, 최소한 그 억울함이 풀릴 수 있는 사법 장치가 필요하다. 그리고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 변화와 가해자 유족에게 필요 이상의 연좌 행위를 하지 않는 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 ‘트롤리’가 말하는 선택하는 자의 슬픔을 위로하는 길이 아닐까. 배우들 열연만큼 메시지가 분명한 ‘트롤리’가 종국에는 어떤 이야기를 전할지 주목된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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