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이해’ 정가람 “사랑? 제 밥그룻부터 챙길 줄 알아야” (종합)[DA:인터뷰]

입력 2023-02-12 12: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크게보기


어딘가 있을 법한 가장 현실에 부합하는 인물이다. 그래서 더 많은 욕을 먹는다. 관점에 따라 애틋하기도 애잔하기도 안타깝기도 하다. JTBC 수목드라마 ‘사랑의 이해’(극본 이서현 이현정, 연출 조영민) 속 정종현 캐릭터가 그렇다. 정종현은 KCU 은행 영포점 청경(청원 경찰)이자 경찰공무원 수험생이다. 극 초반 안수영(문가영 분)과 풋풋한 로맨스를 보여주지만, 종반에는 두 사람 로맨스는 잠깐의 추억으로 각자의 기억 속 어딘가에 묻는다. 그리고 정종현을 연기한 정가람도 ‘사랑의 이해’를 남다른 추억으로 남긴다.

“전역 후 2년여 만에 카메라 앞에 서는 거라 낯설었어요. 처음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렸어요. 신인 시절로 돌아간 기분입니다. 다행히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았어요. 작품 내용을 떠나 현장은 너무 행복했어요. 이렇게 좋은 현장이 있었나 싶을 정도예요. 얼마나 사이가 좋으면 배우들이 모여 첫 방송을 함께 시청했어요. 마지막 방송도 함께 했어요. 배우들이 작품에 애정이 남달라서이지 않을까 싶어요. 2022년을 ‘사랑의 이해’ 촬영으로 보냈고, 2023년을 ‘사랑의 이해’로 시작했어요. 홀가분하면서도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정가람에게는 ‘사랑의 이해’는 계속 기억하고픈 작품이다. 자신을 성장시켜준 작품이기에 ‘사랑의 이해’를 향한 애정은 남다르다. 특히 자신이 연기한 정종현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애틋함이 묻어난다.


“시청자 반응은 예상했어요. 욕먹을 포인트가 많죠. 그렇지만 정종현은 가장 현실에 있을 법한 인물이에요. 많은 작품이 희망찬 이야기를 그리지만, 현실에서는 항상 역경을 극복하고 희망을 품을 수 없어요. 애쓰고 극복해보려고 해도 안 될 때가 있죠. 무너지는 때요. 정종현이 그래요. 가진 것 하나 없는 정종현이 남자로서 안수영에게 잘 보이고 싶고, 잘하고 싶지만 그럴 상황과 능력이 되지 않아 좌절감에 어긋나요. 그런 마음이 정종현에게 투영돼 반영된 느낌이에요. 어리석죠. 정종현이 보여주는 사랑은 이해할 수 없지만, 그가 처한 현실은 많은 부분에서 공감돼요. 저 역시 경남 밀양에서 상경해 꿈을 키워 지금도 그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어요. 꿈을 좇아 현실의 벽에 부딪혀 살아가는 이들이라면 공감하는 포인트가 있을 것 같아요. 아무것도 없이 시작하는 나약함과 작아지는 그 기분이요. 그래서 정종현에게 애정이 더 많이 가요.”

정가람조차 정종현 사랑법에는 선을 긋는다. 하지만 그가 보여주는 소심한 표현에는 그럴만한 이유를 찾는다. 정종현 나름의 배려라는 것. 특히 소경필(문태유 분)과의 은행 내 추문에 대한 반응은 정종현이 보여준 사랑의 최대라고 평한다.

“혹자는 다른 남자와 잠자리를 했다는 여자친구에게 ‘나쁜 X’이라는 말밖에 못하는 것을 두고 쓴소리할 수도 있지만, 정종현 입장에서는 극대화 된 분노의 표현입니다. 정말 최악이라서 한 말이에요. ‘진짜 잤냐’고 흐느끼며 묻잖아요. 정종현의 못난 모습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그가 정말 극의 치닫는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 같아요. 정작 제가 가장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은 소경필입니다. 모든 상황을 종료시킨 인물이죠. 어느 지점에서 왜 갑자기 끼어들었는지 알 수 없지만, 그가 네 사람 사랑과 감정에 끼어들면서 모든 상황이 한 번에 정리됐어요. 어떻게 친구가 좋아하는 상대와 하룻밤을 보낼 수 있죠. 문태유 선배가 연기를 잘해주신 탓일지 모르겠지만, 정종현의 못난 모습은 이해해도 소경필 행동은 정말 이해 불가입니다. (웃음)”



극이 절정에 치달을수록 캐릭터를 향한 격한 반응이 쏟아진다. 이런 반응은 이미 촬영장에서 배우들도 느낀 부분. 실제로 정가람과 문가영은 연기하면서 두 캐릭터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했다고.

“시청자 반응을 찾아보니 ‘식탁 장면을 없애라’고 하세요. 숨 막힌다고요. 식탁에만 앉으면 분위기가 가라앉고 답답한 이야기만 주고받는다고 지적하세요. (웃음) 실제로 배우들하고 촬영하면서도 ‘아니 왜 그랬을까’라는 말을 많이 했어요. 각자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지만, 제 3자로 봤을 때에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죠. 문가영 배우도 촬영이 끝나면 ‘마음 상할 만하다’, ‘나쁘다’는 말을 주고받았어요. 그만큼 배우들도 캐릭터뿐만 아니라 제 3자로 작품에 몰입했던 것 같아요.”

타이틀은 ‘사랑의 이해’지만, 작품을 마친 정가람 역시 아직 사랑에는 물음표를 던진다. 오히려 제 모습을 작품을 촬영하면서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격한 감정 장면이 많았어요. 감정 깊이도 깊었고요. 어떻게 보일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제가 느낀, 제가 생각한 방향이 그대로 전달될까 싶었어요. 욕하는 분이 많더라고요. (웃음) 다행히 잘 전달됐구나 싶었어요. 와 닿는 부분이 있으니 욕하겠지 생각했어요. 한편으로는 나쁜 말을 하는 게 쉽지 않아요. 나를 위해 애썼던 사람한테요. 그 마음을 연기하는 게 마음 아팠어요. 사람은 누구나 미성숙한 부분이 있어요. 사랑을 할 때 특히요. 다신 그러지 말아야지 하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할 때가 있고요. 저 역시 미성숙하거나 못난 모습을 보일 때가 있죠. 완벽할 수 없잖아요. 정종현이라는 인물로 살면서 또 배운 것 같아요. 사랑이요? 더 복잡해졌어요. ‘사랑’을 아직 정의하지 못할 것 같아요. 저도 ‘낭만파’지만, 밥그릇은 중요해요. 제 밥그릇은 챙길 수 있을 때 충분히 주고받는 사랑도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누군가에게 받기만 해서 미안한 이가 주변에 꽤 많다. 정종현 같은 정종현인 듯한 이들에게 정가람이 하고픈 말은 무엇일까.

“‘사랑의 이해’ 시청자들 입장에서 이기적이라고 욕할 수 있지만, 저는 ‘당신 편입니다’라고 하고 싶어요. 좋은 말이라고 건네고 싶어요. 지치고 힘들고 쓰러질 것 같아도 견디고 일어나길 바란다고요. 후회하더라도 반복하지 않기만 바라요. 긍정의 에너지를 주고 싶어요. 어딘가에 있을 정종현, 당신에게 밝았던 그 마음을 잃지 말라고요. 사랑합니다. 힘내세요. 그리고 ‘사랑의 이해’를 사랑해준 모든 분에게 감사해요. 정종현, 안수영, 하상수, 박미경은 어딘가에서 분명 행복하게 지내고 있을 거니 걱정마세요. 모두 아프지 말고 행복하기 바라요. 몸도 마음도 건강하길 바랍니다. 다음에는 다른 작품과 인물로 새로운 모습을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