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이미지 실추” “표현의 자유”…영화 ‘치악산’ 갑론을박

입력 2023-08-28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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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치악산’ 포스터. 사진제공|와이드릴리즈(주)

토막 시신 괴담 모티브로한 공포물
원주 법적대응, 상영 반대운동 확산
제작사 “재촬영 불가능” 입장 고수
괴담을 모티브로 한 공포영화 ‘치악산’이 강원 원주시와 갈등을 빚고 있다. 원주시가 치악산에서 18개 조각이 난 의문의 사체가 발견됐다는 괴담을 담은 영화가 지역의 이미지를 실추·왜곡시켰다고 주장하면서 제작사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원주시는 제작사에 법적 대응까지 하고 나섰고, 온라인에서는 영화의 표현의 자유와 한계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배우 윤균상·김예원이 주연한 ‘치악산’은 1980년 치악산에서 18토막 난 시신 10구가 발견돼 비밀리에 수사가 진행됐다는 내용을 그린 공포영화다.

원주시는 제목 변경, 영화 속 ‘치악산’이라는 대사가 등장하는 부분의 삭제 등을 지속 요구했으나 제작사가 이를 거부하자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상영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유무형의 피해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치악산 국립공원에 있는 사찰 구룡사도 28일 영화 개봉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낼 예정이며 원주시 사회단체협의회와 ‘치악산’ 브랜드를 사용하는 농축산업계, 관광업계까지 상영 반대운동에 동참하기로 했다.

제작사 도호엔터테인먼트 측은 “원주시와 지역 주민들에게 불편을 끼쳐 유감스럽다”라면서도 여러 현실적인 이유들로 제목 등의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제작사는 “영화를 처음부터 다시 촬영해야 할 정도로 이야기의 연결이 맞지 않으며, 주연배우의 입대로 재촬영 역시 불가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창작물의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란이 새삼 일고 있다. 누리꾼들도 지역 사회에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의견과 허구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문제없다는 시각이 맞서고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대중문화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부정적인 내용의 영화가 지역 주민이나 경제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콘텐츠업계는 “창작물은 창작물로 바라봐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드라마 제작자 관계자는 “더 다채로운 영상콘텐츠 제작을 위해서는 창작자의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며 “특히 호러, 스릴러 장르는 몰입감을 높이기 위해서 실제 지명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2016년 나홍진 감독의 영화 ‘곡성’도 개봉 전 지자체 측과 갈등을 빚은 사례를 언급하며 “이후 영화가 곡성군의 관광 상품으로 개발하는 등 호재를 누린 것처럼 오히려 새로운 지역 상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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