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고려 거란 전쟁’이 고려와 거란의 치열한 전투를 생생하게 담아 중장년뿐 아니라 젊은 시청자들의 시선까지 잡아끌고 있다. 사진제공|KBS
정통사극 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 인기 비결
입소문 타고 6회만에 시청률 7.8% 터치
실감나는 전투 장면, SNS서 화제 모아
1회 1.2% 그친 ‘2049시청률’ 4회 2배↑
‘정통사극은 중장년 드라마’ 선입견 깨
KBS 2TV ‘고려 거란 전쟁’의 기세가 무섭다. 고려 8대 왕 현종(김동준)이 강감찬 장군(최수종) 등과 함께 거란의 침략을 이겨내는 과정을 담아 시청률 상승 가도를 달리고 있다. 빠른 속도로 그린 전쟁 이야기를 통해 긴박한 재미를 끌어 올리면서 정통사극이 중장년에 주로 소구한다는 선입견을 깨고 젊은 시청자들의 반응까지 얻는 데 성공했다. 입소문 타고 6회만에 시청률 7.8% 터치
실감나는 전투 장면, SNS서 화제 모아
1회 1.2% 그친 ‘2049시청률’ 4회 2배↑
‘정통사극은 중장년 드라마’ 선입견 깨
●“군더더기 없는 전개 독특”
‘고려 거란 전쟁’은 현종이 천추태후(이민영)의 방해해도 불구하고 왕위에 오르고, 고려에 침략할 기회를 노리던 거란이 이를 빌미로 전쟁을 일으키는 과정을 담는다. 여요전쟁 중 40만 거란군을 3000명의 군사가 막아낸 일화로 잘 알려진 흥화진전투도 6회에 등장했다.
최근 드라마는 입소문을 타면서 11일 5.5%(이하 닐슨코리아)로 시작한 시청률을 26일 6회 만에 7.8%까지 끌어올렸다. 특히 20∼49세 시청자 상대로 집계해 방송 트렌드의 지표로 꼽히는 ‘2049시청률’은 1회 1.2%에서 최고 2.6%(4회)로 2배 이상 올랐다.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3’(2.3%), JTBC ‘싱어게인3’(2.7%) 등 젊은 시청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예능프로그램들에 뒤지지 않는 결과다. 10∼20대 이용자가 많은 트위터 등 SNS에서도 각종 전투 장면이 ‘짤’(짧은 동영상)로 제작돼 1000여 번 리트윗 되고 있다.
시청자들은 SNS 등에 “잘 몰랐던 양규 장군(지승현) 등의 활약상이 자세히 그려져 좋다”며 후기를 줄줄이 올렸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29일 “앞서 퓨전사극의 유행으로 인해 오히려 젊은 시청자 사이에서 역사를 다룬 정통사극에 대한 호기심이 커졌다”면서 “드라마가 전쟁을 중심축 삼아 군더더기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 전개가 다소 느리고 산만했던 기존 사극의 단점을 극복한 점도 젊은 시청자의 시선을 잡아끈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게임에 익숙한 세대 관심”
시각특수효과(VFX),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컴퓨터그래픽 등으로 재현한 대규모 전투 장면들은 양규 장군 등의 영웅 서사를 더욱 웅장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임진왜란 1592’ 등 전쟁사극을 만든 김한솔 PD가 흥화진전투, 귀주대첩, 삼수채전투 등 3개 전투 장면을 도맡아 불덩이를 성벽에 날리고, 비처럼 화살을 쏘는 장면 등을 실감 나게 연출했다.
고려군과 야율융서 등 거란 장군들의 치열한 전략 싸움도 볼거리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드라마가 영웅 서사를 평면적으로 그리지 않고, 다양한 전술을 동원하는 양측의 두뇌싸움으로 그려 게임에 익숙한 10∼20대 시청자도 몰입하기 좋다”고 말했다.
최근 세계에서 크고 작은 전쟁이 일어나는 상황이 드라마와 맞닿아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정 평론가는 “욕망으로 비롯된 외세의 침략을 막기 위한 고려군의 전쟁은 평화를 지키려는 목적이다”면서 “전쟁의 참혹함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메시지가 현실과도 무관치 않아 더욱 다양한 세대 시청자의 관심을 끄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