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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아주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음주 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킨 방탄소년단 슈가(민윤기)와 그의 소속사 빅히트 뮤직(하이브)의 입장문의 일부가 거짓으로 밝혀졌다. 경찰이 입을 열자 대중에 납작 엎드리며 두 번째 입장문을 발표한 하이브. 그런데 어쩌나. 교묘한 입장문을 파고드는 진실게임은 이제 시작인데.지난 7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용산경찰서는 슈가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전날 오후 용산구 한남동 소재 노상에서 음주 상태로 전동 킥보드를 탔다가 넘어진 채로 발견된 슈가. 당시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0.08% 이상)으로 알려졌다.
음주운전 혐의가 보도되자 슈가는 7일 공식 커뮤니티를 통해 “여러분께 실망스러운 일로 찾아뵙게 되어 매우 무겁고 죄송한 마음”이라며 “어젯밤 식사 자리에서 술을 마신 후, 전동 킥보드를 타고 귀가했다”고 혐의를 인정했다. 더불어 “주변에 경찰관 분이 계셔서 음주 측정한 결과 면허취소 처분과 범칙금이 부과됐다”면서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부주의하고 잘못된 내 행동에 상처 입으신 모든 분들께 사과드리며, 앞으로는 이러한 일이 없도록 더욱더 행동에 주의하겠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슈가의 사과문에는 변명에 가까운 사족이 가득했다. 하이브의 사과문도 마찬가지였다. 슈가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운전 거리가 짧았으며, 음주 상태로는 전동 킥보드를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을 몰랐다고 호소했다. 집 앞 정문에서 전동 킥보드를 세우는 과정에서 혼자 넘어졌다면서 피해를 입은 사람이나 파손된 시설은 없었다고도 강조했다. 하이브 또한 슈가는 당시 헬멧을 착용했으며, 해당 사건으로 인명 피해나 재산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다는 사족을 달았다.
거.짓.말.이었다. 이날 경찰은 슈가가 운전한 이동장치는 전동 킥보드가 아닌 전동 스쿠터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전동 킥보드와 전동 스쿠터는 음주운전 처벌 수위가 다르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슈가와 하이브가 범죄 혐의를 축소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밖에도 슈가의 운전 거리, 발견 당시 상황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하이브는 이날 밤 두 번째 사과문을 발표했다. 슈가의 입장은 없었다. 하이브는 “먼저 불미스러운 일로 많은 분들께 실망감을 드린 데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 여러 정황을 세밀하게 살피지 못하고 서둘러 입장문을 발표해 혼란을 야기한 점에 대해서도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한다”고 입을 열었다.
전동 킥보드 용어를 사용한 것과 범칙금 부과 및 면허 취소 처분 관련된 내용이었다. 먼저 전동 킥보드에 대해서는 “당사에서는 아티스트가 이용한 제품을 안장이 달린 형태의 킥보드라고 판단해 '전동 킥보드'라고 설명드렸다. 추가 확인 과정에서 제품의 성능과 사양에 따라 분류가 달라지고, 사고에 대한 책임 범위도 달라질 수 있음을 인지하게 됐다”면서 “일각에서 말씀하시는 바와 같이 사안을 축소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 보다 면밀하게 살피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성급하게 말씀드린데 대하여 거듭 사과드린다. 향후 해당 제품에 대한 수사기관의 분류가 결정되면 그에 따른 책임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해명했다.
이어 범칙금 부과 및 면허 취소 처분 관련해 “지난 6일 아티스트는 현장에서 경찰의 음주 측정에 응한 뒤 바로 귀가 조치 됐다. 당사와 아티스트 모두 향후 절차가 남아있다는 점을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해당 사안이 종결된 것으로 잘못 인지했다. 사안의 심각성에 비추어, 내부 커뮤니케이션 착오로 잘못된 정보를 전달 드린 점 죄송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는 기간에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불미스러운 일을 일으킨 데 대해 아티스트와 회사 모두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 실망하셨을 팬 여러분들께도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이라며 “향후 경찰의 추가 조사에 성실히 협조하며, 조사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의혹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음주 라이딩을 즐긴 슈가의 이동 거리와, 발견 당시 상황에 대해 입장문과 다른 내용의 보도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 문제의 ‘사족’이 어떤 식으로 슈가와 하이브의 발목을 잡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슈가는 현재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2025년 6월 소집해제 예정이다.
정희연 동아닷컴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