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2’ 류승완 감독 “흐트러뜨리고 싶은 정해인, 정약용 자손의 광기 보고파”[인터뷰]

입력 2024-09-11 16: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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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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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감독과 배우 정해인이 영화 ‘베테랑2’로 추석 연휴 극장가를 ‘싹쓸이’하기 위해 나선다. 2015년 관객에게 엄청난 사랑을 받으며 1341만 관객을 동원한 ‘베테랑’의 9년 만 속편인 영화는 서도철(황정민) 형사가 이끄는 강력범죄수사대와 함께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연쇄살인범을 뒤쫓는 이야기를 그린다.

전편에서 조태오라는 희대의 빌런을 탄생시킨 류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핵심이 되는 새로운 빌런 박선우 역을 정해인에게 맡겼다. “류 감독의 오랜 팬”으로서 늘 함께 작품을 하길 기다렸던 정해인에 이번 영화는 “영광” 그 자체다. 정해인을 “신뢰감을 줄 수 있는 배우”라고 표현한 류 감독은 “영화를 보니 내 선택은 역시 틀리지 않았다”고 힘줘 말했다. 

류 감독은 시리즈 영화 연출을 고려한 적은 없으나 ‘베테랑’ 속편 제작만큼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흘러왔다고 말했다. 전편 촬영 종료 직후 속편을 만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극 중 서도철(황정민)이 입었던 재킷을 챙겨뒀을 정도였다. 그랬던 ‘베테랑’ 속편이 나오기까지 무려 9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릴진 몰랐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1편은 대작이 아니었어요. ‘중급 규모’ 영화였고 우리끼리도 400만 관객이 넘으면 대성공이라는 말까지 했는데, 그 3배가 넘는 스코어를 기록하니까 좋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바로 속편을 제작하기) 불안하기도 했어요. 그 사이 저와 황정민 배우 모두 다른 작품을 하고 시간을 보내다 보니 이렇게 세월이 흘러버렸죠.”

“전편 성공을 그대로 답습하고 싶지 않았다”는 류 감독은 “베테랑 형사가 누가 봐도 나쁜 절대 악을 통쾌하게 처단하는” 성공 플롯을 과감히 포기했다. 오히려 정의를 부르짖는 자들이 범하는 오류와 악과 선의 모호한 경계를 영화에 담아내고자 했다.

“어떤 가해자를 향해 일방적으로 비난하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바뀌기도 하고, 누군가를 정의라는 이름으로 스스로 단죄하려고 하는 일들이 일어나요. 더 이상 우리 삶에서 나를 위협하는 모든 것들을 단순한 ‘악’이라고 규정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럼에도 달라지지 않는 건 바로 서도철이에요. 서도철이 중심에 있는 시리즈니까요. 만약 황정민 배우가 서도철을 더 이상 연기하지 않겠다고 하면 이 시리즈는 바로 종결될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빌런 박선우 캐릭터 역시 모호한 인물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런 모호한 빌런을 위해 오히려 ‘반듯한 이미지’의 정해인 캐스팅이 딱 맞았다고 돌이킨 그는 “다산(정약용)의 자손이 보여주는 정직한 광기가 궁금했다”고 말하며 장난스럽게 웃기도 했다. 정해인은 다산 정약용 6대 손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정해인 배우를 처음 본 게 제가 제작자로 참여한 영화 ‘시동’ 촬영장이었어요. 마치 큰 어른 만난 사람처럼 벌떡 일어나서 제 말을 경청하는데 정말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서 있더라고요, 짝다리조차 짚지 않고. 그때 ‘뭐지, 이 젊은이는!’이라고 생각했어요, 하하! 이 인간을 한번 흐트러뜨리고 싶더라고요. 사실 대화를 해보면 정해인 배우 안에도 ‘화’가 있어요. ‘그 화를 어떻게 분출하냐’니까 운동한다는 거예요. 내면에서 조용히 들끓는 그 용광로를 제가 끌어내고 싶었죠.”

일각에서는 방향을 튼 ‘베테랑’이 비슷한 액션물인 ‘범죄도시’ 시리즈를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하지만 류 감독은 “의식하기에는 두 영화의 체급이 너무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전편에서 말미 ‘아트박스 사장’으로 특별출연했던 ‘범죄도시’의 주인공 마동석을 언급하며 “얼마 전에 마 선배를 만나 두 영화가 만나야 하는 거 아니냐고 농담도 했다”며 웃었다.

“저 또한 ‘범죄도시’의 팬이지만, ‘범죄도시’의 마석도와 서도철은 응징을 위해 어떤 선을 넘기도 하지만 서도철은 어떤 선을 절대 넘지 않아요. 이번 영화에 등장하는 사이버 렉카 캐릭터를 서도철을 구하려고 하지만 마석도는 한 대 더 때리지 않았을까요? 하하!”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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