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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시즌2는 지난 달 26일 공개 이후, 넷플릭스 사상 최초 93개 서비스 국가 및 지역 ‘전체 1위’를 차지하는 등 대기록을 써내려 가고 있다. 황 감독은 “최근 한국에 좋은 소식이 없는데, 영어가 아닌 우리말 콘텐츠로 조금이나마 기분 좋은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축복이다”며 미소 지었다. 이정재 역시 지금의 글로벌 성적은 물론, “더 좋은 시즌3를 만들 수 있게 도움이 될 다양한 반응 모두 감사할 뿐”이라 힘줘 말했다.
○“시즌1 만큼 충격 아닐지라도…”
경이로운 흥행 성적을 내고 있는 시즌2지만, 지나치게 많은 인물 등장 등 이유로 극명한 ‘호불호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황 감독은 “시즌1의 신선한 충격만큼의 기대를 채우기 어려울 것을 알았기에 압도적 평가를 받기 힘들 거란 점은 예상했다” 덤덤히 말했다.
“시즌1의 로튼토마토 지수(글로벌 평점)가 90%였는데, 시즌2는 80% 대를 유지 중이에요. 이 정도면 괜찮은 성적이 아닐까 싶어요. 등장 인물을 대거 늘린 이유는 선과 악으로 나뉘는 소수 인물로 다소 단선적인 이야기를 했던 시즌1와 달리 소수자, MZ세대 등 더 복잡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황 감독은 과열된 자본주의 경쟁 시스템에 대한 비판을 담았던 시즌1 주제와 더불어, 시즌2에선 “대의제 민주주의에 대한 문제점”을 중점으로 다루고 싶었다 했다. 시즌2에는 게임 지속 여부를 둘러싼 참여자들의 OX 투표, 일종의 ‘선거’를 통해 극심하게 대립하는 장면이 비중있게 묘사된다.
“권력자들이 자신을 뽑은 국민 탓을 하는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선거 제도 허점이 드러나고 있어요. 특히 리더에 의해 국가가 크게 좌지우지되는 제왕적 대통령제에 가까운 우리나라가 대표적이죠. 그럴수록 국민의 분노는 바로 위, 권력자들을 향해야 해요. 그런데 지금 현실은 약자들까지, 성별끼리, 세대끼리 서로를 향하고 있어요. 우리는 서로가 아닌 ‘위’를 향해 싸워야 해요. 극 중 성기훈(이정재)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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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1 이주노동자 알리(아누팜)에 이어 시즌2 트랜스젠더 현주(박성훈)를 통해 “사회의 마이너리티(소수자)”에 주목하고 싶었다고도 했다.
“성소수자는 여전히 가장 소외당하는 계층이에요. 코로나 때도 이태원의 성소수자 클럽이 마치 원흉처럼 융단폭격을 받았잖아요. 가장 소외되고 비난받는 계층이지만 가장 의로운 현주를 통해 이들을 궁지를 내몰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죠.”
황 감독은 마약, 도박, 가상화폐에 대한 집착 등 최근 사회에 큰 화두가 되는 “MZ세대 문제”를 타노스 등 캐릭터로 대변하려 했다 전하며, 마약 전과로 인해 캐스팅 단계부터 논란이 됐던 타노스 역의 최승현에 대해선 “호불호를 예상했던 캐릭터”라 조심히 말했다.
“시즌1 덕수(허성태), 미녀(김주령) 같은 캐릭터도 지나치게 과장됐다며 호불호가 있었어요. 그런데 그런 캐릭터에 대한 해외 반응이 굉장히 좋았어요. 그래서 만든 게 타노스였죠. 사실 촬영하며 ‘이 톤이 맞나?’ 싶기도 했지만, 이 이상한 에너지와 스웨그를 가진 인물이 필요했어요.”
오랜 시간 ‘오징어 게임’ 시리즈에 매달려 온 황 감독은 오는 6월 시즌3을 공개 이후 차기작으로 극장 영화를 구상 중이라 했다. 시즌1을 준비하며 스트레스와 과로로 “치아 7~8개를 잃었다” 한 황 감독은 시즌2·3을 준비하며 “수명이 7~8년은 준 듯하단” 말로 그만큼 혼신을 기울였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