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바이포엠엔터테인먼
우여곡절 끝에 “극장용 영화를 극장에서” 선보일 수 있게 돼 “뛸 듯 기쁘다” 말한 이병헌은 영화의 완성도와 재미에 대해서 만큼은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영화를 보고 ‘살아야 할 모든 요소가 다 살아 있구나’ 생각을 가장 먼저 했다” 한 그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가득했다.
O“온 가족과 바둑 연습”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번 영화에서 그는 ‘바둑 레전드’ 조훈현 9단을 역을 맡아, 극 중 제자이자 ‘바둑 신동’ 이창호(유아인)와의 물러설 수 없는 승부를 그렸다. 캐릭터를 준비할 때부터 조훈현 9단과 여러 차례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영감을 받았다는 그는“조훈현 선생께서도 영화를 만족스러워했다” 뿌듯해했다.
“조훈현 선생님께서 제가 드라마 ‘올인’에서 연기한 캐릭터 모델이었던 갬블러 차민수 선생님과 친구라 하시더라고요. 지금도 자주 만나는 진짜 절친이요. 제가 그런 두 분의 캐릭터를 모두 연기했다는 게 참 신기하죠. 정말 묘한 인연인 것 같아요.”
그는 옆으로 빗어넘긴 촌스러운 헤어스타일과 모시 의상까지 1990년대 조훈현의 비주얼을 고스란히 재연했다. 시사 이후에도 이병헌과 조훈현의 높은 싱크로율이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조 선생님의 눈매나 눈썹이 굉장히 매섭고 날카로워요. 그래서 분장할 때 컨실러로 제 본래 눈썹을 전부 지우고 위쪽으로 새로 그리기도 했죠. 사실 그런 외적인 흉내는 그리 어렵지는 않아요. 제가 고민한 부분은 대국을 앞둔 선생님의 마음가짐이나 패배 직후 심리 상태 같은 내적인 것들이었죠.”

영화 ‘승부’ 스틸, 사진제공|바이포엠엔터테인먼트
어려운 바둑의 세계를 모두 이해하며 연기할 순 없었지만, 바둑판에 돌을 올릴 때 자세와 자연스러운 손 모양만큼은 완벽히 구현하기 위해 애를 썼다고 돌이켰다.
“전문가 레슨을 받고 집에 오면 아들을 앉혀놓고 오목을 뒀어요. 오목을 둘 때 전 손 모양이나 자세에 신경을 썼죠. 아들이 없을 때는 아내 (이)민정 씨가 상대가 돼 줬어요. 장인어른이 도와주실 때도 있었고요. 특히 장인어른이 ‘찐 바둑 팬’이셔 이런저런 이야기도 많이 해주셨어요.”
유아인으로 인해 영화가 겪은 우여곡절에 대해서는 “아쉽고 안타까웠다” 했지만, 현장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유아인 연기는 흠잡을 곳이 없었다 솔직히 말하기도 했다.
“(논란 이후) 유아인 씨와 따로 연락한 적은 없어요. 하지만 현장에서 이창호 선생님 특유의 무덤덤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눈빛 등을 연기하는 유아인 씨 표현력이 정말 대단하더라고요. 실제로도 말수가 적고 과묵한 친구였어요. 캐릭터에 계속 몰입하려는 것 같았죠.”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