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JTBC 새 토일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연출 차영훈 극본 박해영, 약칭 ‘모자무싸’) 제작진이 방송을 앞두고 관전 포인트 세 가지를 9일 정리했다.

● ‘괜찮은 인간’이고픈 황동만의 몸부림

제작진에 따르면 영화계에서 잘나가는 친구들 사이에서 혼자만 데뷔하지 못한 황동만(구교환 분) 불안은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간다. 어떤 식으로든 ‘괜찮은 인간’이고픈 욕망이 좌절된 자리에 남은 것은 “잘나서 증명할 수 없다면 망가져서라도 증명해야 한다”는 처절함이다.
“남 잘되는 거에 미쳐 죽고, 남 안 되는 거에 행복해 죽는다”라고 다섯 편이나 개봉한 영화감독 박경세(오정세 분) 말마따나 황동만이 밥 먹고 하는 거라곤 딱 이 두 가지다.

어디든 황동만이 등장하는 곳이면 난장판이 되는 탓에, 고박필름 대표 고혜진(강말금 분)은 “네가 늘 기분을 망친다”라며 진저리를 친다. 최필름 기획 PD 최효진(박예니 분) 역시 “딴 거 다 떠나서 제발 조용했으면 좋겠다”라며 학을 뗀다. 하지만 그럴수록 황동만은 “내 입은 태어나서 한 번도 다물어져 본 적이 없다”라며 더 요란하게 허우적대며 장광설을 쏟아낸다.

누구나 잘나 보이고 싶은 욕심이 있지만, 현실이 따라주지 않을 때 터져 나오는 유치한 시기와 질투를 황동만은 숨기지 않고 노출한다. 친구들이 그를 보며 어금니를 꽉 깨무는 것 역시, 그에게서 차마 외면하고 싶었던 자신의 밑바닥을 발견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미치도록 자신 가치를 증명하려는 한 남자와, 그런 ‘의절 1순위’를 차마 버리지 못하고 어떻게든 끌어안으려 애쓰는 사람들. 이게 제작진이 말하는 첫 번째 관전 포인트다. 짠하고 못난 남자 한 명을 주변 사람들이 답답해 하면서도 끌어안고 사는 이유가 재미 포인트라고.

● 못난 황동만을 바라보는 변은아, 이상한 두 사람의 로맨스

세상이 황동만의 장광설을 소음이라고 치부할 때, 최필름 기획 PD 변은아(고윤정 분)만은 그 안에서 천 개의 문이 다 열려 있는 자유로움을 읽어낸다. 버려져서 무기력하게 죽음을 기다렸던 9살 때의 공포와 사투를 벌이고, 그래서 감정적 과부하가 걸릴 때마다 코피를 흘리는 변은아에게, “감히 누가 당신을 버릴까. 당신한테 X표를 치겠냐”라며 다가오는 황동만의 진심은 세상 그 무엇보다 강력한 해방구가 된다.

황동만 역시 변은아와 함께 있을 땐, 안 되는 시나리오 붙잡고 있을 때와 달리 온순해지고 해맑게 웃는다. 불안과 열등감이라는 적신호 앞에 멈춰 섰던 두 사람이 처음으로 녹색불을 켜진다. 서로 “크로스!”라고 외치는 순간 로맨스가 시작된다. 옆에 있으면 안심이 된다며 모두가 힘들어하는 황동만을 기꺼이 겪어보겠다고 다짐하는 변은아 선언은 결핍을 보듬어 간다.

시쳇말로 남들도 주워다 쓰지 못하는 남자 황동만을 주워다 쓰겠다는 변은아. 단순 일이 아닌 사람과 사람으로, 그리고 로맨스로 ‘모자무싸’는 풀어갈 예정이라고 제작진은 설명한다. 이게 두 번째 관전 포인트다.


● 무가치함과 싸우는 이들

“왜 우린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처럼 이렇게 힘들게 살고 있는 걸까”라는 말은 제작진이 작품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던지려는 메시지이다.

극 중 20년째 데뷔하지 못한 황동만부터, 유기 공포와 싸우는 변은아, 황동만과 똑같지 않다면서도 똑같이 날뛰는 박경세와 그런 남편이 부끄러운 고혜진, 무능의 끝을 경험하고 무너진 전직 시인 황진만(박해준 분), 배우는 항상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의 오정희(배종옥 분), 그리고 배역에 너무 몰입해 연기가 안 되는 장미란(한선화 분)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각자가 가진 내밀한 결핍과 사투를 벌인다.

제작진은 ‘모자무싸’가 각 인물의 사투를 외롭게 두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감추고 싶고 보여주고 싶지 않은 무가치함을 가감 없이 투명하게 드러내고 부딪히는 과정에서 이들은 오히려 ‘모두’, ‘함께’라는 위로를 발견한다고 설명한다. “행복해. 같이 미칠 수 있는 이런 관계가 있다는 게”라는 장미란 대사처럼, 인생의 밑바닥에서 서로를 가엽게 여기며 손을 맞잡는 순간 이들의 무가치함은 비로소 가치 있는 연대로 변모한다고.

“성공은 바라지도 않아요. 그냥 한 편만 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무가치함을 조금은 극복할 수 있게”라는 황동만 바람이 이 작품에서 어떻게 담길까. 제작진은 모두의 연대가 무가치함과 결핍을 극복하는 과정이라며 세 번째 관전 포인트라고 언급했다.

인생의 가장 밑바닥 감정을 가장 고귀한 문장으로 빚어내는 작가의 신작이라고 소개된 ‘모자무싸’다. JTBC 역시 ‘상반기 최상위 기대작’이라고 문구를 넣어 포장했다. 무가치함을 수년째 아니 20년째 싸우는 한 남자의 발악을 아름답게 포장한들 그가 20년간 구체적으로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작품에 온전히 담기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위로겠지만, 누군가에게 희망 고문일 수도 있다. ‘또 지켜봐 줘야 할까’라는 희망 고문.

20년째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이지 못한 무능력한 한 남자와 그런 남자를 애잔하게 바라보며 가치를 그나마 알아봐 주는 여자의 휴먼 로맨스 ‘모자무싸’는 18일 토요일 밤 10시 40분 첫 방송된다.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