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피오르드’ 스틸, 사진제공|네온

영화 ‘피오르드’ 스틸, 사진제공|네온


[스포츠동아 이승미 기자] 미국의 독립 영화 배급사 네온(NEON)이 올해 칸 영화제에서도 최고 영예를 안으며 글로벌 영화계의 절대적인 ‘미다스의 손’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네온이 북미 배급권을 확보한 루마니아 거장 크리스티안 문쥬 감독의 신작 ‘피오르드’(Fjord)가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피오르드’는 23일(현지시각) 폐막한 제79회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이번 수상을 통해 연출자 크리스티안 문쥬 감독은 칸 영화제 역사상 황금종려상을 두 번 이상 수상한 열 번째 감독이 되었다. 그는 지난 2007년 영화 ‘4개월, 3주… 그리고 2일’로 첫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바 있으며, 이후 ‘신의 소녀들’(2012년 각본상), ‘엘리시움’(2016년 감독상) 등으로 칸과 깊은 인연을 이어왔다.

‘피오르드’는 문쥬 감독의 첫 영어 연출작으로, 아내의 고향인 노르웨이의 한 피오르드 마을로 이주한 루마니아·노르웨이 국제 부부와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새로운 삶을 꿈꾸며 이주한 이들이 자신들과 전혀 다른 가치관을 가진 부부와 갈등을 겪으며 벌어지는 사건을 담았다. 칸 영화제 월드 프리미어 상영 당시 12분간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다.

‘피오르드’의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인해 네온은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시작으로 ‘티탄’(2021·쥘리아 뒤쿠르노 감독), ‘슬픔의 삼각형’(2022·루벤 외스틀룬드 감독), ‘추락의 해부’(2023·쥐스틴 트리에 감독), ‘아노라’(2024·션 베이커 감독), 지난해 ‘그저 사고였을 뿐’(자파르 파나히 감독에 이어 올해 ‘피오르드’까지 무려 7년 연속 황금종려상 수상작을 배급하는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세우게 되었다. 예술성과 대중성을 모두 꿰뚫어 보는 네온의 안목이 칸 영화제 무대에서 완벽하게 통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네온의 이러한 행보는 단순히 축제에서의 수상에 그치지 않고, 세계 최고 권위의 아카데미 시상식으로까지 이어지며 할리우드 내 존재감을 키워왔다. 앞서 배급한 황금종려상 수상작들이 오스카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비롯해 수많은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지난해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이었던 ‘센티멘탈 밸리’ 역시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하며 네온의 저력을 입증한 바 있다. 영화계에서는 “칸의 진정한 승자는 매년 황금종려상을 선점하는 네온”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한편, 올해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한국 영화로는 유일하게 초청되어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나홍진 감독의 SF 액션 스릴러 신작 ‘호프’ 역시 일찌감치 네온을 통해 북미 시장 배급을 확정 지었다. 비록 이번 폐막식에서 수상에는 아쉽게 실패했으나, 칸에서 검증된 네온의 독보적인 배급망과 프로모션 역량을 바탕으로 향후 북미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본격적인 흥행 몰이에 나설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