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치매시어머니잘해드릴게요

입력 2008-08-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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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에 ‘한 부모는 열 자식을 거둘 수 있지만 열 자식은 하나의 부모를 못 거둔다’는 말이 있습니다. 정말 옛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습니다. 저희 시어머님은 평생 가난한 촌부로 뼈빠지게 일하고, 항상 열심히 사는 분이셨습니다. 성격도 활달하시고 매사에 적극적이셨습니다. 연세가 드셔도 치매에 걸리실 거라곤 상상도 못 했습니다. 그런데 시어머님 생신 치른 그 다음날, 갑자기 저희 어머님께서 정신을 놓아버리고 말았습니다. 결혼도 안 한 시동생에게 애기 언제 데려올 거냐고 묻기도 하시고, 어머님 댁 윗집에 어머님 친구가 살고 있다고 이상한 소리를 하기도 하셨습니다. 누군가 어머님께 심한 장난을 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 상황이 쉽게 받아들여지지가 않았습니다. 그렇게 정정하시던 분이 어째서 갑자기 저렇게 되셨는지, 아니 저렇게 조금씩 나빠지고 있었는데 왜 아무도 그걸 몰랐을까 모두가 답답한 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장은 어머님을 어떻게 모실 것인지 정하는 게 시급했습니다. 형제들이 모여 의논을 했고, 모두들 살아가기 바쁘다는 핑계로 어머님을 병원에 모시자고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그나마 가까운 곳에서 살고 있는 큰시누님께서 어머님을 자주 찾아뵙고 보살펴 드리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한 달하고 보름이 흘렀습니다. 하루는 병원에 계신 어머님을 저희 형제들이 집으로 모셔오게 됐습니다. 잠시 하는 외출이었지만, 어머님은 집에 오니 너무나 좋아하셨습니다. 전화기 줄을 목에 감기도 하시고 텔레비전의 볼륨을 높였다가 낮췄다가 하면서 어린아이처럼 집안 곳곳에서 놀고 계셨습니다. 시누들은 그런 어머님이 귀엽다며 웃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당에서 고기를 구워먹는데, 어머님께서 잠시 정신이 돌아오셨는지 “감자 구워라! 마늘도 구워야한다” 잔소리를 하셨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 반가웠습니다. 그런데 막상 저녁을 먹을 때는 어머니가 계시지 않으셨습니다. 얼른 어머님을 찾아 방으로 들어가봤더니 어머님이 검정 비닐봉지에 뭔가를 담아 장롱 속에 숨기고 계셨습니다. 봤더니 어머님이 저희 없는 동안 배변 조절이 안 되셔서 바지에 실수를 하셨습니다. 그걸 자식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 장롱 속에 숨기고 계셨습니다. 저희가 그걸 찾아냈더니, 그냥 모른척하지 그걸 뭐 하러 찾았냐고 나무라셨습니다. 그런 어머니를 모시고 욕실로 들어갔는데, 아니나 다를까 몸에도 오물이 묻으셨습니다. 제가 씻겨 드리려고 하니 몸을 잔뜩 움츠리며 숨으려 하셨습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병원에 모셔드리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앞으로 어머님께서 더 오랫동안 병원에 입원해 계실 텐데 앞으로가 더 걱정입니다. 시누, 시동생, 남편까지 모두 육남매인데 서로 마음 상하지 않고 어머님 계신 동안 잘 지내야 할 텐데…. 지금의 어머님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지낼 수 있어야 할 텐데…. 그럴 수 있을까 쓸데없이 걱정이 됩니다. 저도 나중에 후회하지 않게 어머님을 더 열심히 보살펴드려야겠습니다. 부산 북구|김보미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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