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아침편지]어떻게하면요리잘할까요?

입력 2008-08-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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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결혼한 지 23년이 되었지만, 김장은 딱 한 번 해봤습니다. 저희 시어머님께서 해마다 김장을 해주시기 때문입니다. 시댁이 시골이라 어머니가 밭에다 배추도 심으시고, 무도 심으시고 파, 콩, 고추 등 여러 가지 채소를 심어 키우고 계십니다. 저희는 결혼해서 남편 직장 때문에 바로 분가해서 살았습니다. 걱정이 되셨는지 시어머니께서는 반찬을 종종 보내주셨습니다. 저는 학교 졸업하고 계속 직장을 다녀서 집안 살림을 잘 할 줄 몰랐습니다. 거기다 제가 6남매에 막내입니다. 저희 친정어머니께서 막내 안쓰럽다고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해주셨습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제 속옷부터 겉옷까지 모두 엄마가 다 빨아주셨답니다. 반찬도 김치며, 깍두기, 밑반찬 등을 보내주셨는데, 친정에서 얻어먹고 시댁에서 얻어먹고, 그러니 제가 요리할 일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저희 집 반찬이 다 떨어졌는데 시댁에서도, 친정에서도 아무도 반찬을 보내주시지 않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큰 맘 먹고 직접 김치를 담그게 됐습니다. 일단 보고 들은 건 있어서, 배추부터 소금에 절여 숨을 죽였습니다. 그리고 엄마 김치 담글 때 어깨너머로 본 기억을 더듬으며 절여진 배추를 씻어 소쿠리에 건져냈습니다. 그리고 고춧가루도 뿌리고, 양념하고, 제 딴에는 잘 담아 보겠다고 여러 가지 양념을 넣어 김치를 담갔습니다. 그런데 김치가 맵기만 했지, 제대로 맛이 안 나는 겁니다. 양념도 다 넣고, 열심히 만들었는데 아무 맛도 없었습니다. 그 때는 신혼이어서 남편은 제게 뭐라 하지도 못 하고 “김치가 너무 맵다” 이러면서 물에 씻어 먹었습니다. 그 후로 김치는 절대 담그지 않고, 떨어지면 이웃에서 얻어먹거나, 사서 먹었습니다. 요즘도 저희 시어머님은 “아파트에 살면서 어떻게 김장을 하겠냐? 여기 시골에서라면 금방 담그지” 이러면서 김치를 보내주고 계십니다. 감사하면서도 참 부끄럽기도 합니다. 요리는 하면 할수록 는다고 하는데, 어떤 때는 짜고, 또 어떤 땐 싱겁고. 간 맞추는 게 세상에서 제일 어렵습니다. 손맛이 부족해서 그럴까요? 정성이 부족해서 그럴까요? 그래서 저는 세상에서 제일 부러운 사람이 요리 잘하는 사람이랍니다. 음식 맛있게 하는 방법, 제발 좀 알려주세요∼! 경남 창녕|임복연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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