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남편의손톱때는아름다운훈장

입력 2009-04-01 05: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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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남편은 무엇이든 진득하게 하는 법이 없습니다. 얼마 전에도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겠다고 하는 겁니다. 사실 제 남편은 몸은 말랐는데 배만 볼록 튀어나왔습니다. 옆에서 보면 영락없는 ET 모습입니다. 주변 사람들도 처음엔 너무 말랐다고 살 좀 찌우라고 하다가, 목욕탕 한번 갔다 오면 뱃살 좀 빼라고 말이 바뀔 정도입니다. 제가 운동 좀 하라고 그동안 잔소리를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왜 하필이면 돈 많이 드는 인라인스케이트냔 말입니까? 남편은 스케이트며, 보호 장비며, 헬멧까지 모든 걸 풀 세트로 완벽하게 사겠다고 했습니다. 물론 다 갖추고 운동하는 게 제일 좋지만 가격이 워낙 비싸서 헬멧 하나는 좀 빼자고 하는데도, “에헤~ 사람한테 머리가 얼마나 중요한데 헬멧을 빼. 내가 스케이트 타다가 잘못 넘어져서 당신 얼굴도 못 알아보고 그러면 당신 책임 질 거야?”이러면서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사놓고 며칠 잘 타는 것 같더니 그새 남편 흥미가 시들해져 버린 것 같았습니다. 몇 번 타는 것 같더니 또 TV리모컨만 잡고 길게 누워있습니다. 인라인스케이트 장비들 6개월 할부로 샀는데 할부금 낼 때마다 어찌나 약이 오르던지 “그러게 타지도 않을 걸 왜 사달라고 그 돈을 들여서 말이야. 난 돈 아낀다고 훌라후프로 운동하는데, 저런 거 탈 줄 몰라 안타나? 돈 아까워~” 하며 잔소리를 해댔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는지, 이번엔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겠다며 저를 괴롭혔습니다. 헬멧은 있으니 자전거만 사면된다나요. 며칠 제 속을 뒤집어 놓더니, 10몇 만원 주고, 자전거도 한 대 사왔습니다. 당연히 제 속은 뒤집어 졌습니다. 그런데 이 자전거가 없을 때 보다 돈이 더 들어가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술 마신 날엔, 자전거가 대리운전이 되는 게 아니니까 어쩔 수없이 회사 앞에 세워놓고, 택시 타고 집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다음 날엔 자전거를 끌고 와야 하니 또 택시 타고 출근합니다. 그렇게 술은 술대로 먹고 다니고 돈은 돈대로 들어가고 제가 아주 제 명에 못 살겠습니다. 그래 놓고 최근엔 자전거 경기하는 선수들이나 입을 법한 스판 바지를 사달라고 졸라댑니다. 몸에 쫙~ 붙어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인 그 바지를 왜 그렇게 입겠다고 난리인지 “이왕 하는 거 제대로 갖춰서 해야지~ 그거 입으면 정말 자전거 열심히 탈 것 같은데~” 이러면서 저를 또 괴롭힙니다. 집안에 들어오면 인라인스케이트 보고 한숨쉬고, 집 밖에 나가면 자전거 보고 한숨쉬고 제가 아주 속상해 죽겠습니다! 대구 달서 | 이지현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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