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헤어질 결심’과 tvN 드라마 ‘작은 아씨들’을 집필한 정서경 작가는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가 점점 흐려지는 만큼 장르를 가리지 않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제공|tvN
‘헤어질 결심’ 이어 ‘작은 아씨들’로 세계를 흔든 정서경 작가
“방향성 잃지 않으려고 댓글 열독
박찬욱 감독 재밌다고 응원해줘
‘헤어질 결심’ 아카데미 후보 유력?
“상도 좋지만, 사람들에 울림 주길”
해외에서 일고 있는 케이(K) 콘텐츠의 최근 대표작으로 꼽히는 영화 ‘헤어질 결심’과 tvN 드라마 ‘작은 아씨들’의 중심에는 정서경(47) 작가가 있다. 그가 각본을 집필한 ‘헤어질 결심’은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데 이어 내년 미국 아카데미상 후보 지명까지 노리고 있다. 최근 종영한 ‘작은 아씨들’은 넷플릭스 ‘글로벌 가장 많이 본 TV프로그램’ 최고 5위에 올랐다. 이렇다 보니 방송가와 영화계 안팎에서는 “정 작가의 손을 거치면 글로벌 흥행은 따 놓은 당상”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방향성 잃지 않으려고 댓글 열독
박찬욱 감독 재밌다고 응원해줘
‘헤어질 결심’ 아카데미 후보 유력?
“상도 좋지만, 사람들에 울림 주길”
이에 대해 정 작가는 “문화도, 언어도 다른 해외 관객과 시청자가 반응을 해주는 게 신기할 따름”이라며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17일 화상으로 만난 그는 “매 순간 내가 맞게 쓰고 있는지 자신이 없다”면서 “그렇기에 작품을 저마다 방식으로 즐기는 관객과 시청자의 반응이 더욱 뿌듯하고 감격스럽게 다가온다”며 웃었다.
○“박찬욱 감독도 재밌게 봤대요”
2006년 영화 ‘모두들, 괜찮아요?’의 각본을 쓰며 시나리오 작가로 데뷔한 이후 ‘친절한 금자씨’, ‘박쥐’, ‘아가씨’ 등 화제작을 내놓은 그는 “드라마 방면에서는 아직 초보”라며 겸손해했다. 사실 ‘작은 아씨들’은 2018년 tvN ‘마더’ 이후 그가 내놓은 두 번째 드라마이다. 정 작가는 “‘빈센조’ 등을 만든 김희원 PD의 실력을 전적으로 믿었기에 시작할 수 있었다”고 돌이켰다.
“드라마는 길이가 길다는 것만 알고 시작했을 정도예요. 하하! 주어진 시간 안에 12부 대본을 완성한 게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큰 성과죠. 그런데 11.1%(닐슨코리아)를 찍은 시청률을 보며 얼마나 놀랐겠어요.”
정 작가는 “방향성을 잃지 않기 위해 평소에도 댓글을 엄청나게 찾아보는 편”이라고 말했다. “놓친 부분을 다각도로 파악해 다음 작품을 더 잘 쓰겠다”는 욕심 때문이다.
“‘아가씨’와 ‘헤어질 결심’ 등으로 만난 박찬욱 감독은 미리 대본을 보시고는 재미있다고 해줬어요. 바쁜 와중에도 드라마를 전부 챙겨보셨죠. 감사했어요. 드라마 초반에 호불호가 갈리는 반응을 보면서는 좀 더 세심하고 노련하게 써야겠다는 깨달음을 얻기도 했어요. 배운 게 참 많은 드라마였습니다.”
○“직업정신으로 하루하루 쓴다”
정 작가는 자신의 창작 배경에는 “세계문학전집이나 추리소설전집을 탐독한 어린 시절”이 있다고 밝혔다. 다양한 해외 소설을 읽으며 쌓은 감성이 “해외 팬들과 장벽을 좁힌 원동력”이라고 덧붙이며 자신의 작품이 세계시장에서도 통하는 배경을 자평했다.
“‘제인 에어’, ‘폭풍의 언덕’을 쓴 샬롯·에밀리 브론테, ‘오만과 편견’의 제인 오스틴은 연대감을 느끼며 드라마를 쓰게 만드는 작가들이에요. ‘빨간 머리 앤’을 읽으면서는 작가가 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어요. 이렇게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것도 한 인간의 정체성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죠.”
그는 ‘작은 아씨들’이 해외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헤어질 결심’이 내년 아카데미상을 겨냥하는 상황에서도 “글을 쓰면 그뿐”이라며 덤덤한 표정이다.
“하루라도 뭔가를 안 쓴 날이 없어요. 상을 받는 것도 좋지만 작품을 보는 사람들의 마음 깊은 곳에 울림을 만들면 그게 가장 기쁘죠.”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