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 정우성 “캐릭터 참고 영상=내 영상…감독님 미쳤나 싶어” (종합)[DA:인터뷰]

입력 2023-11-21 16: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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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봄’ 정우성 “캐릭터 참고 영상=내 영상…감독님 미쳤나 싶어” (종합)[DA:인터뷰]

배우 정우성이 부담감 속에서도 영화 ‘서울의 봄’에 출연한 이유를 밝혔다.

정우성은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안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영화 ‘서울의 봄’ 인터뷰에서 개봉을 앞둔 소감으로 “어느 순간 모든 영화인들이 목표 수치가 손익분기점이 됐다. 극장 상황이 너무 안 좋은 것을 아니까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제발 손익분기점을 넘겼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이라고 고백했다.

‘서울의 봄’은 당초 연출자 김성수 감독의 인터뷰만 예정돼 있었으나 지난 9일 언론시사회 이후 호평이 이어지면서 정우성도 감사한 마음으로 인터뷰에 응하게 됐다. 정우성은 “만든 사람들의 생각과 다르게 여러 시선으로 바라보고, 잘못하면 한쪽으로 쏠릴 수 있는 사건을 다룬 영화라 조심스러웠다. 김성수 감독님의 뛰어난 연출력 덕분에 의도대로 영화를 바라봐주시는 것 같아서 조금 안도가 된다. 기자 분들도 영화를 잘 봐주셨는데 직접 인터뷰하는 게 맞는 거 아닌가 싶었다”고 털어놨다.


정우성이 그만큼 조심스러웠던 이유는 영화 ‘서울의 봄’이 한국 영화 사상 처음으로 12.12 군사반란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기 때문.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렸다.

정우성은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나한테 제안이 오겠구나’하는 직감이 들었다. 감독님으로부터 전화가 오겠구나 싶었는데 김성수 감독님이기 때문에 일단 50%는 마음이 기울었다. 하지만 ‘헌트’ 촬영이 끝난 시점이라 캐릭터가 외적으로 비슷해 보일 수도 있기에 ‘이태신으로 보기에 허들이 하나 생길까’ 우려된다고 말씀드렸다. ‘좋은 배우 많은데 다른 배우를 찾으라’고 하니까 ‘알았어. 작품 엎을게. 나 너 아니면 안 해’라고 하시더라”면서 “감독님에 대한 신뢰는 절대적이지만 외피적인 요소들로 인해 감독님이 만들고자 하는 캐릭터에 접근하기 어려움이 있을까봐 걱정이 됐지만 내 말이 귓등에도 안 먹히는 것 같더라”고 말했다.


정우성은 ‘서울의 봄’에서 홀로 반란군에 맞선 진압군 측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을 연기했다. 이태신은 실존 인물 장태완 소장을 모티브로 새롭게 그려진 캐릭터. 장태완은 2005년 드라마 ‘제5공화국’에서도 다뤄진 바 있지만 정우성은 “이태신은 실존 인물에 허구성을 입힌 캐릭터”라며 기존의 것들을 모두 배척하고 연기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태신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김 감독이 참고 영상으로 정우성 자신의 영상을 보내줬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김성수 감독님이 ‘불과 물의 싸움이고 싶다’고 하더라. 내가 UN 난민기구 친선대사로 인터뷰 했던 영상을 계속 보내며 ‘이태신은 이랬으면 좋겠다’고 했다. ‘감독님이 미쳤나’ 싶었는데 조심스럽고 차분한 자세를 요구하신 것 같다. 인터뷰에 임하는 ‘정우성의 자세’를 보신 것 같다”면서 “불 같이 저돌적으로 달려가는 사람들을 대할 때 감정적이지 않고 본분을 지키면서 이성적인 사고와 차분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군인으로서의 책임과 소신을 가진 인물이라고 생각하면서 찾아갔다. 계속해서 외면당하고 상황은 더 악화되는데 그 상황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우성은 이태신에 대한 뜨거운 호평에 “이태신이라는 사람은 자기 본분을 지키려고 부단히 노력하지만 우리 모두는 인간이기 때문에 여러 사람이 뭉치고 힘이 세지면 그 쪽으로 붙고자 하는 의지도 있지 않나. 어떤 상황에서는 눈치를 보기도 한다. 그렇게 내 안에 여러 인물이 있는데 이태신의 바람직한 모습에 그를 응원하고 공감하게 되는 마음이 아닐까 싶다”면서 “이태신이 멋지다고 표현해주시지만 이태신이 멋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감독님이 ‘이태신을 통해서 그날을 함께 목격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인간들의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 인간의 본성에 대해 보여주고자 한 것 같다. 영화가 어떠한 명분이나 정의를 강요하지 않기 때문에 관객들이 오히려 편하게 스스로의 감정으로 목격자가 된 듯 관람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정우성은 정의로운 캐릭터로 평가되는 것을 경계하며 “이태신을 보면서 그렇게 평가해주시니까 다음에는 ‘X놈’을 연기해야 하나 싶다. ‘비트’가 끝나고 ‘청춘의 아이콘’이라는 수식어가 씌워진 순간 빨리 벗어던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청춘의 외로움을 보여주려고 한 것일 뿐 청춘의 아이콘이 되고 싶지 않았다. 이번에도 빨리 정의로움을 던져 버려야 할 것 같다”면서 “‘서울의 봄’ 이태신을 너무 많이들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서 나에게 부담스러운 캐릭터가 될 것 같다. 지금은 정의하기 어렵고 시간이 흘러서 돌아볼 때 이태신이 어떤 캐릭터였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태신의 대척점에 있는 전두광은 황정민이 연기했다. 전두광은 아군과 국민을 향해 전선을 구축한 보안사령관으로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실존인물 전두환을 모티브로 했다. 정우성은 “시나리오로 읽을 때는 이미지화 돼 있지 않아서 캐릭터의 묘사를 상상하면서 읽었는데 만만치 않은 캐릭터라 걱정이 됐다. 하지만 황정민 형이 만드는 전두광의 대척점에 있을 때 받는 에너지가 있고 그걸 잘 해냈을 때 대립이 얼마나 쫀쫀하겠나. 잘 해야 한다는 부담과 두려움이 있었지만 배우로서 감당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황정민과 복도에서 묘한 긴장감을 자아내는 신을 언급하며 “리허설을 할 때 진짜 자기 연기를 하지 않고 상대를 관찰하는데 ‘세네? 큰일 났다’ 싶었다”고 농담하며 “연기가 끝나고 상대방의 표정에서 내 캐릭터를 느꼈다는 것을 느낀다. 황정민 형의 표정에서 이태신을 느낀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황)정민이 형과 붙는 신은 별로 없는데 정민이 형의 연기를 가장 많이 본 작품이 아닌가 싶었다. 징글징글하게 해내니까 ‘큰일 났다’ 싶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서울의 봄’은 정우성이 김성수 감독과 ‘비트’ ‘태양은 없다’ ‘무사’ ‘아수라’에 이어 무려 다섯 번째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정우성은 김성수 감독에 대해 “큰 형이기도 하지만 현장을 느끼게 해준 엄청 좋은 선배이자 무한히 신뢰하는 감독”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비트’ 때도 나를 젊고 예쁘장하고 인기 많은 배우로 대하지 않고 동료로 대해줬다. ‘영화 작업이란 게 이런 거구나’ 많이 배우고 느꼈다. 모든 영화와 영화인을, 본인의 작품 연출부였던 감독이 입봉했을 때도 동료로 대하고 그들에게 계속 배우려는 자세로 임하는 감독이다. 그게 감독님이 청춘을 유지하는 비결이 아닐까 싶다. 아주 사소한 것도 큰 가치로 평가해주시고 배우려고 하신다. 지칠 텐데 어디서 원동력이 나오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정우성은 연출자의 꿈을 꾸게 된 것에도 김성수 감독의 영향이 크다고 밝혔다. 그는 “칭찬을 많이 듣는 아이가 건전하고 건강하게 자란하도 하지 않나. 많은 칭찬으로 내 욕구를 계속 상승시켜준 분이다. 칭찬 받으니 좋더라”고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이어 “김 감독님을 사랑한다. 함께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감독님이 작품을 많이 하셨으면 좋겠고 될 수 있으면 그 작품에 내가 계속 함께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정우성의 열연을 담은 김성수 감독의 ‘서울의 봄’은 22일 극장 개봉해 관객들을 만난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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