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문희.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소풍’ 두 주역 나문희&김영옥
배우 나문희(82)와 김영옥(86)이 7일 개봉한 영화 ‘소풍’(감독 김용균·제작 로케트필름)을 통해 설 연휴 극장가에 깊은 감동과 울림을 안기기 위해 나선다. 연기 구력만 도합 131년인 두 배우가 나란히 주연한 영화는 절친이자 사돈지간인 두 친구가 고향인 경남 남해로 여행을 떠나 16살 추억을 돌이키는 이야기를 그린다. 특히 두 사람은 실제 60년간 나눠온 우정을 이번 영화에서도 고스란히 녹여냈다. 이날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나문희와 김영옥은 노년의 삶과 노인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다룬 영화의 내용이 “곧 우리의 이야기”라고 공감하며 “그 어느 때보다 진심으로 연기했다”고 힘줘 말했다. ●나문희 “영옥 언니랑 임영웅 콘서트 가서 팬 됐죠”
나문희가 이번 영화를 선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20년 간 함께 해온 매니저 때문이다. 영화의 각본가가 바로 매니저의 아내이다. 20년 간 곁에서 물심양면 도와준 매니저에게 어떤 방식로든 도움을 주고 싶었다.
“다른 작품을 정할 때도 난 우리 매니저의 선택을 전적으로 믿어요.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니까 내게 가장 잘 맞는 걸 선택해주거든요. 이번 영화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시작은 매니저를 돕겠다는 마음으로 출발했지만, 촬영하며 어느새 영화에 온 마음과 정성을 쏟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스스로도 놀랐다고 했다. 사실적인 연기가 중요하다고 믿는 자신과 이번 영화의 결이 딱 맞아 떨어져서다.
“나는 늘 보편적인 사람을 표현하려고 해요. 보통의 엄마, 보통의 할머니 같은 사람이죠. 제가 꼭 챙겨보는 TV프로그램이 ‘무엇이든 물어 보세요’와 ‘인간극장’, ‘6시 내 고향’이에요. 왜냐면 보통의 사람들이 나오니까요. 평소에도 늘 대중탕 가고 요구르트를 나눠먹으며 다른 할머니들과 함께 지내려고 해요.”
최근 김영옥과 함께 다녀온 임영웅 콘서트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임영웅의 열혈 팬인 김영옥과 달리 큰 관심이 없었다는 그는 “공연을 다녀온 후 이제는 내가 더 좋아하게 됐다”며 환하게 웃었다. “예전에는 영옥 언니를 보면서 ‘왜 저렇게까지 좋아하나’ 했어요. 그런데 공연을 보니까 알겠더라고요. (임영웅이)무대에서 사람을 녹여 내려요. 똑똑한데다가 얼마나 타인에 대한 배려도 잘하는지 정말 홀딱 반했어요. 우리 영화의 OST에 참여해준 것도 너무나 고맙고요.”
지난해 12월, 그는 남편을 먼저 떠나보냈다. 이번 영화 촬영으로 부산과 남해에 머무느라 아픈 남편의 곁에 있어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과 남편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먹먹하게 곱씹었다. “지방에 머물며 촬영하는 동안 자기 전에 매일 남편에게 전화해 ‘여보 사랑해’라고 말했어요. 솔직히 그때는 그렇게 간절한 마음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영화를 찍고 와보니 남편 상태가 더 나빠졌더라고요. 다행인건 남편이 떠나기 전에 나에게 충분히 사랑할 시간을 줬다는 거예요. 5월에 영화 촬영을 마치고 남편이 떠나기 전까지 정말 아낌없이 사랑했어요. ‘백만송이 장미’의 노래 가사처럼 미워하는 마음 없는 아낌없는 순수한 사랑을 그때 했던 것 같아요.”
이승미 스포츠동아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