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 참 기발하네요! 물론 저는 쓰지 않겠습니다”

입력 2011-02-01 09:5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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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하거나 혹은 쓸모없거나?

위대한 발명은 세상을 바꾼다. 하지만 참신함이 곧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특허청이 발표한 ‘한국의 특허동향 2006’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05년까지 국내에 출원된 특허는 1,294,202건. 이중 살아남은 발명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빛을 보지 못한 발명품을 살펴보면, 어딘가 한 가지씩 부족한 부분이 발견된다. 실용성이 부족하거나, 가격이 너무 비싸거나, 현대인들의 정서와 동떨어졌거나,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다. 이에 발상 자체는 참 그럴싸한데 정작 자신이 쓰기에 꺼려지는 최근 발명품들을 추려봤다.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나

스마트폰이 대세가 되면서 스마트폰 액세서리 시장도 더불어 커졌다. 개중에는 “어머, 이건 꼭 사야 해!”라는 마음이 들 정도로 필수적인 액세서리도 있지만, 왜 있는지 모를 액세서리도 있다. 아이폰 액세서리 ‘아이퓨전 스마트스테이션(iFusion Smartstation, 이하 아이퓨전)’도 그 중 하나다.


아이퓨전은 아이폰을 집전화기로 만들어주는 액세서리다. 일반적인 집전화기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키패드 대신 아이폰을 꽂을 수 있는 거치대가 마련돼 있다. 제작사는 “통합 USB케이블을 통해 아이폰 충전 및 데이터 동기화가 가능하다”며 “내장 스피커폰으로 아이폰에 저장된 음악도 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제작사는 “가정이나 회사에서 필수적인 고품질 음성 통화가 가능한 제품”이라는 자랑도 빼놓지 않았다. 이는 지난 해 출시된 아이폰4의 좌측 하단부분에 손이 닿으면 안테나 감도가 떨어지는 ‘데스그립’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통화 품질을 올리자고 스마트폰을 집전화기로 만드는 것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크다는 의견이 많다. 통화 품질이 중요하긴 하지만, 스마트폰의 최대 장점 중 하나인 휴대성과 바꿀 만큼 중요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북미웹진 기즈모도(www.gizmodo.com)도 아이퓨전에 대해 “유선 전화기와 아이폰이 가진 최악의 단점만 모아놓은 제품”이라고 혹평을 서슴지 않았다.

가격도 부담스럽다. 4월에 정식 출시되는 아이퓨전의 가격은 169달러(한화 약 22만 원), 사전 예약 할인 가격은 149달러(한화 약 17만 원)다. 누군가가 선물로 사주면 모를까 내 돈 주고 사기에는 영 내키지 않는다.


시대를 너무 앞서나가도 문제

지난 1월, 스페인 BMW는 FDI(바르셀로나에 있는 국제 디자인 스쿨)와 손잡고 ‘미래의 탈 것’이라는 주제의 전시회를 열었다. 이 전시회에 참가한 학생들은 스케이트보드, 스키, 4륜 탈 것 등을 주제로 한 다양한 컨셉 디자인을 선보였다.

예를 들면, 보관할 때는 접어서 가방 형태로 만들 수 있는 4륜 전기 자동차 ‘플라이맥(Flymag)’이나 전자헬멧, 척추보호대, 인라인 스케이트 신발로 구성된 ‘콤 데스 보이쳐(Comme des Voitures) 등이 그것이다. 영화 ‘백투더퓨처’에 나올법한 스케이트보드인 ‘B모션(B-Motion)’과 GPS를 장착한 스키인 ‘시티 스킹(City Skiing)’도 눈에 띈다.



문제는 이 디자인들이 지나치게 미래 지향적이라 낯설다는 점이다. 실제 개발중인 제품이 아닌 컨셉 디자인임을 감안해도 너무 현실과 동떨어진 것 아니냐는 평이 많다. 게다가 정체불명의 우주복을 꼭 입어야 하느냐는 볼멘 소리도 나오고 있다.

물론 현재에도 이와 비슷한 스타일의 패션인 ‘퓨처리즘’이 존재한다. 하지만 패션쇼 모델이나 연예인들의 전유물로 인식될 뿐 일상복으로 입기에는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실용성과는 거리가 먼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은 참신함 보다는 어색함을 만들어낼 뿐이다.


호기심은 좋지만 너무 창피해

지난 해 12월, DIY 전문사이트 인스트럭터블(www.instructables.com)에는 자신을 3인칭으로 볼 수 있는 발명품의 사진이 올라왔다. 이 작품은 사이트에서 활동하는 ‘BigRedRocket’라는 사용자가 만든 것. 배낭 형태의 이 발명품에는 기다란 막대가 달려 있고, 막대 끝에는 디지털카메라가 장착되어 있다.


BigRedRocket은 “말 그대로 머리에서 영혼을 끄집어내는 프로젝트”라며 “집에 있는 카메라로 만들어서 비용은 얼마 들지 않았지만, 제대로 활용하고 싶은 사람들은 고성능 카메라가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동안 게임에서는 3인칭 시점을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실생활에서 3인칭 시점을 적용한 제품은 만날 수 없었다. 딱히 쓸 데가 없고 모양새도 우스꽝스럽기 때문이다. 물론 자신의 뒤통수를 내려다보고 싶은 호기심은 높이 살 만 하지만, 실제로 이 제품이 상용화되었을 때 직접 사용하겠다고 나설 사람들이 있을지 의문이다.


참신하긴 한데, 실용성은 글쎄

초이락게임즈가 서비스중인 노래방 리듬액션 게임 ‘슈퍼스타킹’에는 특이한 액세서리가 있다. 소음을 완전하게 막아주는 게임전용 멀티마스크가 그것이다. 이 마스크는 손오공 최신규 회장이 직접 개발을 제안한 것으로, 실용신안 특허까지 받은 아이디어 상품이다.

슈퍼스타킹은 기존 리듬액션 게임에 노래방 기능을 가미한 게임이다. 하지만 가정이 아닌 PC방 등 공개된 곳에서는 소음 때문에 노래를 마음대로 부를 수가 없다. 이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고안된 이 마스크의 모양새는 마치 방독면과 비슷하게 생겼다. 사용자의 입을 완전하게 감싸기 때문에 외부로 노랫소리가 새어나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이 마스크가 공개되자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표했다. 모양새는 둘째치고 위생에 문제가 많다는 것. 개인용으로 판매한다면 구입해 볼만 하지만, PC방에서 여러 사람이 돌려 쓰기에는 아무래도 거부감이 든다는 지적이다. 특히 흡연자가 사용했던 마스크를 물려받아 사용할 비흡연자들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초이락게임즈는 지난 해 10월 이 멀티 마스크를 선보였지만, 현재 실제로 판매하지는 않고 있다.


더 나아진 모습을 기대하며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다. 발명왕 에디슨도 전구를 완성할 때까지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당장은 쓸모 없어 보이는 발명품일지라도 단점을 개선해 나가면 언젠가 좋은 제품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발한 발명품들을 기대해 본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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