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은퇴 경주마 심장의고동, 태어난 곳에서 ‘제2의 삶’ 준비

2020년 1월 19일 세계일보배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에 들어오는 심장의고동과 박태종기수(12번마) 사진제공｜한국마사회

2024년 12월 29일 서울 11경주, 지난해 경마 시즌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경주였지만, 또한 한 시대를 풍미한 백전노장 경주마 심장의고동 은퇴경주이기도 했다.
이날 심장의 고동 성적은 11두 중 8위였다. 하지만 3세~5세 경주마가 주로 출전한 가운데 유일한 8세 경주마였다.

심장의 고동은 2019년 1월 데뷔해 49회 출전, 3번의 대상경주 우승, 두바이 원정 도전 등 뚜렷한 성과를 남겼다. 현재 자신이 태어난 제주도 목장으로 돌아가 씨수마로서의 ‘제2의 삶’을 준비하고 있다.

심장의고동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부마 지금이순간이다. 경마를 조금 아는 사람들은 한 세대 더 거슬러 올라가 인그란디어를 이야기한다. 심장의고동의 친할아버지다.
인그란디어는 일본의 유명 경주마 목장 샤다이팜 출신으로 한국으로 건너와 종마로 활동하며 지금이순간, 강성대국, 코스모스킹 등의 자마를 배출했다.
일본에서 경주거리 3200m인 최장거리 일본 대상경주에서 우승했던 인그란디어에 이어 지금이순간과 심장의고동 역시 중장거리 경주에 특히 강했다.

심장의고동 팬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경주로는 2019년 4월 20일 경주가 꼽힌다. 갓 데뷔한 신예 경주마였음에도 팬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1위로 들어왔다. 5월 12일 펼쳐진 코리안더비에서 2위라는 우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다른 경주마였다면 엄두를 내지 못했을 강행군의 스케줄이었지만 좋은 성과를 냈다.

2021년 11월 28일 대통령배에서 우승한 심장의고동과 문세영기수 사진제공｜한국마사회

생애 3번째 대상경주 우승인 2021년 대통령배도 심장의고동 팬들이 꼽는 명 레이스다. 당시 발가락 골절로 기승이 어려웠던 문세영 기수에게 적극적인 구애 끝에 기승을 약속받고 당시 지용철 조교사팀이 하나되어 최선을 다한 결과 최고 영예라는 대통령배 우승을 했다.

심장의고동 오종환 마주는 “이 아이 태어나자마자 봤는데 심장소리가 무척 컸어요. 아가인데도 심장소리가 매우 크게 들렸거든요. 그래서 이름을 심장의고동이라고 지었습니다”라며 “오랜 기간 말을 사랑하셨던 저의 부모님에게도 큰 기쁨을 드릴 수 있어 심장의고동에게 그저 감사한 마음뿐이다”고 말했다.

심장의고동은 지난해 12월 마지막 경주까지 출전한 후 은퇴식 없이 조용히 제주도 소재의 코리아호스랜드 목장으로 내려갔다 오종환 마주가 운영하는 목장으로 심장의고동이 나고 자란 고향이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