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커셔니스트 김미연, 예술의전당 독주회 ‘Resonance’…앨범 발매도 카운트다운

타악기의 공명으로 그리는 시간과 계절의 이야기
한국 초연 작품들로 채워지는 깊은 울림의 무대
스승과 제자의 인연에서 탄생한 협주곡 ‘Destiny’
공연의 감동, 앨범 ‘Resonance’로 다시 만난다

퍼커셔니스트 김미연이 10월 15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독주회 ‘Resonance’를 연다. 서울시립교향악단에서 20년 이상 활동하며 한국과 세계 무대에서 활약해온 김미연은 이번 무대를 통해 타악기의 예술적 스펙트럼을 확장하는 울림을 전한다.

김미연은 2007년 벨기에 유니버설 마림바 콩쿠르에서 우승과 3관왕을 동시에 차지하며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이후 유럽과 미국, 아시아를 오가며 독주자이자 실내악 연주자로 활동했고, 최근에는 미국 University of North Texas의 American Percussion Seminar에 Faculty로 초청돼 마스터 클래스와 리사이틀을 펼쳤다. 김미연의 연주는 “지적인 해석과 다채로운 감성의 결합”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기교를 넘어 청중과 시간과 기억을 공유하는 깊은 여정을 만들어왔다.

이번 무대는 특히 한국 초연 작품들이 중심을 이룬다. 첫 곡은 한국 작곡가 서주리의 ‘Twelve Preludes for Marimba’로, 사계절의 흐름과 시간의 순환을 담아낸 12개의 프렐류드가 마림바의 울림 속에서 펼쳐진다. 꿈을 이야기하는 섬세한 장면에서부터 토카타풍의 격렬한 리듬, 낭만적 정취가 깃든 선율, 그리고 춤곡적 활력이 이어지는 과정은 마치 계절의 변화와 인생의 흐름을 은유하는 듯하다.

이어지는 앤디 아키호의 ‘LIgNEouS I’는 마림바라는 악기를 전혀 다른 차원에서 탐구한 작품이다. 자작나무 스틱으로 현악 사중주와 함께 연주하며, 나무가 부딪히는 듯한 거친 질감과 긴장감 있는 리듬을 구현한다. 소리와 리듬이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독특한 긴장감은 청중에게 낯설지만 매혹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헝가리 출신의 거장 페테르 외트뵈시의 ‘Thunder’는 제목 그대로 강렬한 타악기의 폭발력을 무대에 불러낸다. 급격하게 교차하는 다이내믹과 다양한 음향 효과가 ‘소리의 폭풍’을 만들어내며, 타악기만이 표현할 수 있는 극적인 에너지를 보여준다.

마지막은 김미연의 스승 에릭 사뮈가 김미연을 위해 쓴 작품 ‘Destiny’가 장식한다. 현악 앙상블과 마림바 독주가 어우러지는 이 협주곡은 라틴 리듬에서부터 바흐의 선율, 몽환적 아르페지오와 모차르트적 유희까지 넘나들며 다채로운 색채를 그린다.

김미연은 이 곡이 탄생한 사연도 들려줬다. 김미연은 “제가 저를 위한 마림바 협주곡을 써줄 수 있겠냐고 제안했을 때, 에릭 사뮈 선생님은 기쁘게 수락했지만 워낙 바쁘셔서 언제 완성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작은 사고로 어깨를 다치셔서 연주를 쉬게 되셨고, 그 시간에 곡을 놀라운 속도로 완성하셨다. 함께 최종 점검을 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인연과 곡이 만들어진 과정을 두고 ‘운명 같다’며 ‘Destiny’라는 제목을 붙이셨다”고 설명했다.
이 곡은 단순한 헌정작품이 아니라, 음악으로 연결된 두 사람의 관계와 시간 자체가 응축된 결과물이다.

이번 공연에는 바이올리니스트 웨인 린과 정지혜, 비올리스트 김대일, 첼리스트 강미사, 더블베이시스트 이영수가 함께하며 현악과 타악기의 폭넓은 조화를 선보인다.

독주회와 동명의 앨범 ‘Resonance’도 발매될 예정이다. 이번 음반은 무대에서 선보이는 서주리, 아키호, 사뮈의 작품과 더불어 세계적인 타악기 연주자 이블린 글레니의 ‘A Little Prayer’가 수록된다. 글레니의 곡은 원래 마림바 독주곡이지만, 김미연이 직접 바이올린과 마림바 듀오로 편곡해 경건한 기도와 같은 울림을 담아냈다. 김미연은 “마림바 앞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고, 그 공명 속에서 삶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공연장에서 만난 ‘공명’은 앨범으로 이어져 더 많은 청중에게 다가갈 것이다. 김미연의 ‘Resonance’는 현장의 감동을 기록으로 확장하며, 타악기의 현대적 가능성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이정표로 남게 될 듯하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