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년의 순옥은 시력을 잃어가게 되자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한다. 뷰티풀라이프는 한 노부부의 삶을 역순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인생의 아름다움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연극이다. 순옥을 연기한 배우 유인. 사진제공 | 지안컴퍼니
인생은 왜 이렇게 ‘눈물이 나게’ 뷰티풀할까. 정녕 눈물이 없이는 뷰티풀할 수 없는 걸까.
연극 ‘뷰티풀 라이프’는 한 노부부의 삶을 거꾸로 되감는다. 이별의 끝에서 출발해 첫 만남으로 향한다. 기억은 흐려지는데 사랑은 선명해지는 시간 여행. 롱런하는 작품에는 뭐가 됐든 ‘한방’이 있는 법. 이 작품은 시작 10분이면 충분하다. 아, 이거구나.
웃음 8에 눈물 2를 섞었다. 이 레시피, 훔치고 싶을 정도다. 웃다가 울고, 울다가 또 웃는다. 방심하는 순간 코끝이 찡해져 버린다. 감정을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이지 않으면서도 관객을 원하는 곳으로 데려간다.
이미 다녀간 관객들이 입을 모아 찬사를 퍼부은 포장마차 장면은 역시 좋았다. 술잔이 오가고, 싱거운 농담이 오가고, 그 틈새로 사랑과 세월이 스민다. 2인극은 결국 배우의 합이다. 둘 중 하나라도 어긋나면 금세 눈에 띄게 흔들려 버리고 만다. 남녀 2인의 합(꼭 연인이나 부부가 아니더라도)은 사랑하고 애틋할 때보다 싸우고 다투는 장면에서 드러나 보이는데, 아주 좋았다. 자연스러웠다. 뷰티풀한 싸움이었다.
‘순옥’을 맡은 유인은 궁금한 배우였다. 대학로에서 공연 중인 ‘리타 길들이기’ 캐스팅에서도 그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다. 조혜련, 최여진과 함께 리타를 연기 중이다. ‘뷰티풀 라이프’는 오픈런 공연 중이고, 유인은 2024시즌부터 박순옥을 맡고 있다. 슬슬 ‘순옥 스페셜리스트’라는 이름표를 달아줘도 되지 않을까 싶다.



맑고 선한 인상의 얼굴은 그의 확실한 자산이다. 여기에 반전이라면 반전이라 할 중음의 보이스가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 배우, 좀 더 보고 싶다.
10대 미싱공에서 시력을 잃은 노년에 이르기까지, 순옥의 굴곡진 생을 과장 없이 풀어낸다. 담담하다. 수채화 붓처럼 캐릭터에 은은하게 색감을 입혀나간다. 아마도 이런 연기가 그의 강점일 텐데, 언젠가 꽤 센 캐릭터로 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중년이 된 순옥은 점점 시력을 잃어가는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결국 완전히 어둠이 찾아온 날, 순옥은 춘식에게 이혼을 요구한다. 하지만 춘식은 약을 찾기 위해 엎드려 바닥을 더듬는 아내를 발견하고 만다. 순옥이 “나 이제 어떡해”하며 춘식을 붙들고 오열하는 장면은 잊기 어렵다.
만약 당신이 결혼했고, 배우자로부터 “나 이제 어떡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면, 그것만으로도 꽤 뷰티풀한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쩔 수 없이, 조금은 창피했지만, 눈물이 났다.
‘김춘식’의 김진호는 개그감이 뛰어났다. 흥미로운 건, 그 유머가 거의 99% 계산된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타이밍, 호흡, 눈빛. 유인과의 대사 호흡은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오래된 듀오를 보는 듯 ‘예술적’이다. 한쪽이 튀어나올 때는 슬그머니 한발 물러서 주지만, 자신이 나와야 할 때는 확실하게 캐릭터를 드러낸다.
세상에 평범한 삶은 없다. 그렇게 보였다면, 멀리서 훔쳐본 인생이 잠잠해 보였을 뿐이다. 거꾸로 돌려보면, 누구에게나 인생의 몇 장면쯤은 남아있을 것이다.
개에게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개가 “7년 전에 뜯었던 갈비가 참 맛있었지. 제 몫을 다 먹고 조용히 내 모습을 바라보던 그녀의 목덜미 냄새를 아직도 잊을 수 없군” 하고 회상하지는 않을 것 같다.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 기억하고, 떠올리고, 그 장면을 다시 꺼내어 자신을 위로하는 일.
나이 들어간다는 건 추억할 장면이 많아진다는 뜻이다. 삶이 굴곡질수록 명장면도 많아진다. 그렇게 살았던 그대는 추억의 부자다.
언젠가 우리의 시간도 역순으로 재생될 날이 온다면, 그 장면들이 너무 초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니, 어쩌면 우리의 생각보다 꽤 근사할지도 모른다. 우리의 인생은, 이미 충분히 뷰티풀할 테니까.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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