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동아 양형모 기자]  말이 범람하는 시대에 타인의 목소리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듣는 행위’의 가치를 조명한 인문서가 독자들을 찾아왔다. 박인기 경인교육대학교 명예교수는 신간 ‘듣는 인간_호모 아우디투스’를 통해 우리 사회의 듣기 역량을 새롭게 정의했다.

저자는 인간을 ‘듣는 존재’로 규정하며 이를 ‘호모 아우디투스’라 명명했다. 듣기는 단순히 소리를 받아들이는 보조적인 활동이 아니라 인지와 정서 그리고 윤리가 결합한 능동적인 정신 활동이라는 것이 저자의 핵심적인 주장이다.

책은 듣기가 인간이 세상과 관계를 맺고 성장하는 바탕이 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유년기에는 읽어서 배우는 것보다 들어서 배우는 것이 훨씬 많으며 성인이 돼서도 듣기 활동은 다른 언어 활동보다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현재 학교 교육이 정보 파악 위주의 ‘전략적 듣기’에만 치중했다는 비판도 담았다. 저자는 언어 메시지의 표면적 의미를 넘어 맥락과 관계 그리고 침묵의 울림까지 함께 듣는 ‘열린 듣기’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잘 듣는 인간은 소리를 잘 알아듣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타자의 인격을 이해하고 허위와 선동을 분별하며 공감과 성찰을 통해 자신과 세계를 깊이 있게 받아들일 줄 아는 인간상을 의미한다.

지혜의 왕으로 알려진 솔로몬의 일화도 흥미롭다. 그가 기도로 간구했던 지혜는 히브리어로 ‘레브 쇼메아’인데 이는 ‘듣는 마음’을 뜻한다. 결국 지혜의 근본이 듣는 능력에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번 신간을 집필한 박인기 교수는 평생을 국어교육과 문학교육 연구에 매진해 온 권위자다. 1951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김천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교육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 교수의 이력은 교육 현장과 정책 그리고 미디어를 아우른다. EBS 프로듀서를 시작으로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원과 경인교육대학교 교수를 거쳤으며 한국독서학회 회장과 교육부 교육과정 심의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경인교육대학교 명예교수로서 외교부 재외동포정책위원과 유라시아문화포럼 이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국제PEN 한국본부 회원이자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꾸준히 글쓰기를 실천해 온 저력도 이번 책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그동안 박 교수는 ‘문학교육론’과 ‘국어과 창의·인성 교육’ 등 전문 학술서부터 산문집 ‘짐작’과 ‘언어적 인간 인간적 언어’까지 폭넓은 저술 활동을 펼쳤다. 이번 신간은 그의 인문학적 통찰이 집대성된 결과물이다.

도서출판 소락원이 펴낸 이 책은 자연의 소리와 사물의 전언 그리고 내면의 울림까지 듣기의 범주를 넓혔다. 2025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제작 지원을 받았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