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서 골이 필요할 때 골키퍼를 공격수로 올려 세우는 팀은 없다. 야구에서도 9회 말 역전이 필요한 순간에 마무리 투수를 타석에 세워 해결을 기대하지 않는다. 각자 맡은 역할이 있고, 그 역할을 가장 잘 수행하는 자리가 따로 있기 때문이다. 다만 경기는 팀으로 이뤄지듯, 의료 역시 영역은 다르되 하나의 목표를 향해 움직인다.

흔히 임신을 좀 더 빨리 하고 싶을 때 산부인과 의사에게 가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더 정확하게는 산부인과 의사 중에서도 난임전문의에게 가야 한다. 난임병원은 임신이 안 되는 난임환자만 가는 곳이 아니라 임신을 좀 더 빨리 하고 싶은 가임부부라면 모두 해당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전문성부터가 다르다. 산부인과가 임신의 모든 과정을 다루는 동일한 영역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분만을 담당하는 산과 의사가 ‘임신 이후’, 즉 한 생명을 안전하게 출산까지 이끌어가는 데 최적화된 훈련을 받아온 의료인이라면, 난임의사는 ‘임신 이전부터 임신에 이르기까지’를 다루는 전문의료인이다.

예를 들어 배란 초음파를 보더라도 그렇다. 산과 의사가 임신 이후, 즉 아기가 잘 자라는지와 그 움직임을 관찰하는 데 능숙하다면, 난임의사는 배란이 왜 안 되는지, 잘 됐는지 등을 시간의 흐름 안에서 읽어내고 예측한다. 난포의 성장 속도, 호르몬의 미묘한 변화, 배란 타이밍의 몇 시간 단위의 차이까지 집요하게 추적한다.

야구로 치면 난임의사는 ‘투수의 구종과 회전수, 타자의 타이밍을 분석하는 데이터 코치’인 셈이다. 단순히 공이 스트라이크인지 볼인지 보는 것이 아니라, 왜 타이밍이 늦었고 왜 배트가 밀렸는지를 분석하는 사람이다. 한마디로 난임의사는 임신이 되지 않는 ‘왜(why)’를 추적하며 임신이 되도록 이끄는 전문가다.

임신 방해요인을 찾아내는 것도 예외가 아니다. 난임의사는 수천, 수만 건의 임신실패와 성공을 피드백했기에 왜 임신이 안 되는지 패턴을 찾아낼 수 있다. 또한 정자의 미세한 질 변화, 난자의 질적 저하, 자궁내막의 수용성 문제, 면역학적 변수, 호르몬의 타이밍 오류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를 조합해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인공수정(IUI)과 시험관아기 시술(IVF)이 아닌 자연임신을 원해서 배란 타이밍만을 알고 싶다고 해도 일반 산부인과보다는 집 가까운 난임병원을 선택하는 게 효율적이고 합리적 선택이다. 배란 관찰(초음파)은 난임 진료의 기본 중의 기본이며, 많은 난임의사들이 반복된 임상 경험을 통해 높은 정확도를 갖추고 있다. 난임의사에게 배란관찰은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이기 때문이다.

다만 미혼 때부터 자궁내막증, 자궁근종 등 여러 가지 생식기 질환을 알고 있다면 난임병원을 찾더라도 경험이 풍부한 의사를 선택하는 게 좋다. 그래야 임신방해요인을 정확하게 찾아내고 최선의 판단을 할 수 있다.

지금 한국에서는 임신을 원하는 부부 6쌍 중 1쌍이 난임이라고 한다. 이는 단순히 생활 방식 하나로 설명되기보다 연령 상승, 환경 요인, 생식 건강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임신이 출산까지 무사히 완주하려면 배란 타이밍, 수정, 건강한 배아(염색체 이상이 없는), 착상환경 이렇게 네 가지가 모두 통과를 해야 하는데, 난임부부의 상당수는 배란 타이밍을 정확히 맞추지 못한 채 시도를 반복하고 있다.

배란테스트기, 배란 앱 등 시중에 배란 상품이 넘쳐나지만 그 어떤 것도 초음파 진단을 능가할 수 없다. 초음파만이 난포의 성장과 배란 직전 변화를 직접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임신은 ‘그 하루’를 얼마나 정확히 잡느냐의 문제다. 그 하루를 놓치면, 나머지 노력은 모두 빗나갈 수밖에 없다. 




조정현 원장/현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부회장, 사랑아이여성의원 원장
-연세대 의대 졸업, 강남차병원 교수, 미즈메디강남 원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