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춘천 진아하우스의 치즈버거. 일명 ‘하정우 버거’라고도 불리는 모양이다. 뛰어난 비주얼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보기와 달리 놀라울 만큼 부드러운 식감과 맛을 자랑한다. 춘천 | 양형모 기자
취재를 위해 1박을 보낸 춘천 레고랜드를 떠나는 날. 몸 안의 에너지는 바닥을 드러냈다. 중년 아재 기자의 체력이란 건, 완충되지 않는 중고 배터리와 같아서 조금만 과부하가 걸려도 금세 방전 신호를 보내오는 것이다. 다리는 천근만근이고 위장은 눈치 없이 요동쳤다.
“A씨, 인제 그만 ‘로그아웃’하고 서울로 가야 할 시간 아닙니까? 제 무릎이 아까부터 구조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내 엄살 섞인 투정에도 A씨는 요지부동이다. 그의 시선은 아까부터 춘천 시내의 한 낡은 간판에 꽂혀 있었다. 48년의 세월이 켜켜이 쌓인 곳, ‘진아하우스’다.
“1970년대 미군 부대 앞의 정취를 간직한 미식의 원형을 보지 않고 떠나는 건 직무 유기입니다. 이곳은 식당이기 이전에 춘천의 근현대사를 품은 장소니까요.”
운동은 싫어해도 먹는 것 앞에서는 강철 체력을 발휘하는 A씨를 따라 긴 줄 끝에 섰다. 48년이라니. 어지간한 아재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도 전부터 이곳은 불판을 달구고 있었다는 뜻이다.
기다림 끝에 마주한 ‘인지 부조화’의 미학
줄은 도통 줄어들 기미가 없다. 6000원짜리 치즈버거 한 번 맛보기 위해 중년 남성 둘이 길바닥에서 인내심을 시험해야 했다. 인내심이 바닥을 긁을 즈음, 간신히 치즈버거를 손에 쥘 수 있었다.막상 받아 든 버거의 생김새는 쭈글쭈글하니 소박하다. 솔직히 못생겼다. 가방 속에 사흘쯤 갇혀 있었던 매점 햄버거가 떠오르는 비주얼이다.
“A씨, 이거 비주얼이 너무 겸손한 거 아닙니까? 하정우 씨는 왜 이런 ‘못생긴 버거’에 반했다는 걸까요?”
질문을 던지며 한 입 베어 물었다. 그런데 웬걸. 입안에 닿는 감촉이 갓 세수한 뺨처럼 부드럽다. 뾰족하게 날이 서 있던 내 비평가적 본능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거칠게 저항하는 법 없이 술술 위장으로 넘어간다.
“오호, 이거 물건인데요? 모양만 보고 판단한 제 안목이 부끄러워질 정도입니다.”
A씨가 안경테를 고쳐 쓰며 자기 버거를 신중하게 응시했다.
“흥미롭군요. 서양의 치즈버거가 한국의 길거리 달걀 토스트와 ‘미토콘드리아’ 수준에서 결합한 형태입니다. 고기 패티를 보드라운 계란 지단으로 감싼 것, 그리고 잘게 썬 양배추 위로 마요네즈를 듬뿍 얹은 모양새는 영락없는 토스트의 아이디어군요. 유학 시절 만난 그 어떤 퓨전 요리 못지않게 논리적인 조합입니다.”
그는 ‘논리적’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확실히 그랬다. 세련되었다고는 말하기 어렵겠지만, 확실히 48년 동안 살아남은 생존자의 내공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춘천 진아하우스. 문 앞에 웨이팅을 하고 있는 손님들이 보인다. 춘천 | 양형모 기자
추억이라는 이름의 조미료
마음속 허기까지 채워지는 기분이다. 비주얼에 실망했던 마음은 사라지고, 마지막 한 입까지 아쉬워하며 목으로 넘겼다. 두 개 더 사 올 걸 그랬나 하는 뒤늦은 후회가 밀려온다.“A씨, 서울 가면 이 쭈글쭈글한 버거가 꽤 생각날 것 같습니다. 가끔은 이런 다정한 위로가 필요할 때가 있거든요.”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48년이라는 시간은 단순히 맛으로만 설명될 수 없는 것들을 식당 구석구석에 남겨놓았다. 누군가에게는 휴가 나온 군인의 첫 끼였을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온 어린 날의 사치였을 것이다.
A씨가 차 문을 열며 무심한 말투로 열며 말했다.
“다음엔 아침에 오시죠. ‘해장 버거’로 즐길 때 비로소 이 요리의 구조적 완성도가 정점에 달할 것 같으니까요.”
춘천의 바람에 실려 온 고소한 냄새가 차 안을 가득 채웠다. 세련된 맛은 아니었지만, 분명 마음 한구석을 꽉 채우는 맛. 우리는 그렇게 48년 전의 춘천과 작별하며 서울로 향했다. 입안에선 여전히 케요네즈의 달콤함과 부드러운 패티의 여운이 기분 좋게 남아 있었다.
PS. 서울로 돌아오는 차 속에서
“A씨, 아까부터 궁금했는데 버거 소스 말입니다. 케첩도 아니고 마요네즈도 아닌 것이, 이 묘하게 향수를 자극하는 분홍빛 소스의 정체가 뭡니까?”A씨는 화학 실험 결과를 발표하는 교수님 같은 표정으로 내 쪽을 돌아보았다.
“그것은 한국 노포 미식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케요네즈’입니다. 케첩의 라이코펜 성분이 지닌 산미와 마요네즈의 유지방이 지닌 고소함이 유화(Emulsification) 작용을 통해 결합한 형태죠.”
“그냥 케첩이랑 마요네즈 섞은 거 아닙니까.”
“단순한 혼합이 아닙니다. 이것은 1970~80년대 한국식 경양식과 길거리 토스트 문화를 지탱해 온 ‘팔레트의 마법’이죠. 서구의 ‘사우전드 아일랜드 드레싱’이 한국의 정서에 맞춰 로컬라이징된 결과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잘게 썬 양배추와 만났을 때, 케요네즈는 채소의 풋내를 완벽하게 제어하며 미각의 균형을 잡아줍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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