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 새 트렌드 ‘술방’ 제동 시작…자정작용 나올까

입력 2023-12-05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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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성시경의 ‘먹을텐데’ 한 장면. 사진출처|유튜브 캡쳐

가수 성시경의 ‘먹을텐데’ 한 장면. 사진출처|유튜브 캡쳐

무분별한 취중진담 콘텐츠 그만!

스타들의 ‘술방’…청소년 모방 위험성에
보건복지부, 음주 장면 가이드라인 개정
강제성은 없지만, 방송가 자정작용 기대
스타들이 술을 마시며 방송을 진행하는 이른바 ‘술방’(술 방송)이 트렌드로 떠오른 가운데 음주 문화를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일부 우려 섞인 시선이 방송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각 OTT와 유튜브에서 연예인들이 ‘취중진담’하는 모습을 강조하는 등 무분별 하게 ‘술방’을 공개하자 정부도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음주 미화는 연령 제한 필요”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최근 ‘미디어 음주 장면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발표했다. 기존 ▲음주 장면 최소화 ▲음주 긍정적 묘사 지양 ▲유명인 음주 장면 신중하게 묘사 등의 10개 항목에 더해 “음주 행위를 과도하게 부각하거나 미화하는 콘텐츠는 연령 제한 등을 통해 어린이와 청소년의 접근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경고 문구 등으로 음주의 유해성을 알려야 한다” 등 2개 항목을 추가했다.

보건복지부 측은 “유튜브와 OTT를 법으로는 규제할 수 없어 자율적 자제를 촉구하는 뜻에서 개정했다”고 밝혔다. 향후 크리에이터(제작자) 협회 등과 논의해 콘텐츠 제작 단계부터 음주 장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활용할 방침이다,

개정안은 최근 들어 유튜브 예능 콘텐츠 사이에서 ‘술방’ 열풍이 불면서 관련 우려가 커진 데에 따른 조치다. 올해에만 가수 이영지의 ‘차린건 쥐뿔도 없지만’, 방송인 신동엽의 ‘짠한 형’, 가수 성시경의 ‘먹을텐데’, 기안84의 ‘술터뷰’, 조현아의 ‘목요일 밤’ 등이 줄지어 제작돼 최고 2000만 조회수를 기록할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각 콘텐츠에 세븐틴, 에스파, 몬스타엑스 등 아이돌 그룹과 배우 정우성, 가수 이효리 등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스타들이 출연해 청소년들의 모방 위험이 높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또 출연자들이 “술을 마시니 더 솔직해진다” 등의 대사를 하고, 만취해서 조는 장면까지 등장해 잘못된 음주 문화를 일반적으로 묘사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술방’의 위험성을 인식하는 계기로”




예능프로그램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8조에 의거해 음주 장면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제재를 받고 있지만, OTT와 유튜브 콘텐츠는 술·담배 판매 등 불법행위에 대해서만 단속이 이뤄져 이를 제재할 기준이 따로 없다는 점은 한계로 지목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가이드라인도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다만 방송가에 자정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기대가 곳곳에서 나온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4일 “가이드라인 개정이 정부 부처와 유관기관이 관련 조치를 시행하는 데 자극제가 될 것이다”며 “문화체육관광부 등에서 관련 모범 사례를 권장해 긍정적인 변화를 유도하는 움직임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공숙 안동대 한국문화산업전문대학원 교수도 “시청자가 ‘술방’의 위험성을 인식하는 계기로 작용해 의미 있다”고 말했다.

시행 4일째인 4일까지 관련 콘텐츠에 경고 문구 등이 삽입된 사례 등은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일각에서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박명수는 최근 KBS 라디오 ‘박명수의 라디오쇼’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연예인으로서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경계를 당부했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박사는 지난달 27일 MBC ‘오은영 리포트-알콜지옥’을 내놓으며 술의 위험성을 역설하는 메시지도 전하고 있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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