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날이 올 줄이야” 류현진과 재회에 가슴 벅찼던 한화 김경문 감독, 베이징 결승 이후 16년 만에 합작한 승리

입력 2024-06-06 20: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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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경기도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KT 위즈의 경기에서 한화 선발 투수 류현진이 마운드에 올라 역투하고 있다. 수원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내 가슴이 다 설레더라고요.”

한화 이글스 김경문 감독(66)이 류현진(37)과 한 팀 사령탑과 선수로 함께 뛴 것은 2008베이징올림픽이 마지막이었다. 올림픽 직행 티켓을 다툰 2007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 대표팀의 막내로 류현진을 데려간 게 처음이었으니 함께한 시간은 실제로 굉장히 짧았다. 2008년 올림픽 대륙별 예선과 본선까지 총 5경기에 불과했다. 하지만 강렬했다. 김 감독이 당시 만 21세에 불과했던 류현진을 쿠바와 올림픽 결승전 선발투수로 낸 것도, 류현진이 8.1이닝 2실점 역투로 화답한 것 모두 한국야구사에서 절대 빠뜨릴 수 없는 짧지만 강렬한 순간들이다.

16년이 흘러 김 감독은 류현진을 다시 만나게 됐다. 김 감독이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를 지휘하는 동안 서로를 반대편 덕아웃에서 바라봤지만, 어느덧 한 팀의 사령탑과 선수로 인연이 이어졌다. 이에 김 감독은 “내게 이런 시간이 올 줄 생각하지 못했다. (류)현진를 늘 상대하기만 하다 같은 팀 감독과 선수로 처음 만나는데 내가 다 떨리더라. 내 가슴이 다 설레었다”며 “미국에 있을 때 현진이의 한국행 소식을 들었다. 미국에서 모든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에 간다고 하기에 참 멋지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때만 해도 한 팀의 감독과 선수로 만날 줄은 정말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류현진도 어느새 30대 후반의 베테랑이 됐지만, 6일 수원 KT 위즈전에선 16년 전과 같은 역투로 김 감독의 가슴에 또 한번 불을 지폈다. 6이닝 5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로 팀의 6-0 완승에 앞장섰다. 두 사람이 승리를 합작한 것은 2008년 8월 23일 올림픽 결승전 이후 15년 9개월 21일(5766일)만이다. 이날 1만8700석 매진에 기여한 한화 팬들 역시 “오늘도 우리 뒤에는 이렇게나 많은 한화 팬이 있다. 모두 현진이를 보러 온 분들 아니겠나. 현진이에게 힘을 주십시오”라던 김 감독의 기도를 들은 듯했다.

6일 경기도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KT 위즈의 경기에서 6-0으로 승리한 한화 류현진이 김경문 감독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수원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완벽한 승리였다. 타선도 1-0으로 근소하게 앞선 9회초 노시환의 좌중월 솔로홈런(시즌 15호)을 신호탄 삼아 5득점 빅이닝을 만들었다. 이날 승리로 김 감독은 NC를 이끌던 2017년 7월 21~23일 마산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전 이후 6년 10개월 20일(2510일)만의 3연전 싹쓸이 승리를 맛봤다. 또 감독 통산 900승까지 1승만 남겨두게 됐다. 역대 900승 사령탑은 김응용(1554승), 김성근(1388승), 김인식(978승), 김재박(936승), 강병철(914승) 등 5명뿐이다.

수원 |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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