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살슈터“나비처럼날아곰처럼쐈다”

입력 2008-07-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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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여자핸드볼 오성옥(36·히포방크)은 마이크를 갖다대자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직 메달을 딴 것도 아닌데 (고생한 생각 때문에) 인터뷰만 하면 눈물이 난다”고 했다. 여자핸드볼의 강훈련은 정평이 나있다. 북유럽 선수들에게 비해 체격적인 불리함을 안고서도 세계정상급의 실력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었다. 태릉선수촌 최경택 체력담당지도위원은 “지난 20년간, 핸드볼 선수들이 여자선수들 가운데 가장 강한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스포츠동아> 임오경(37·서울시청감독) 해설위원은 “선수촌에서 다른 종목 선수들이 부러운 적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얼마나 힘들 길래…. 국가대표 만큼이나 힘든 훈련으로 소문이 난 서울시청 여자핸드볼팀을 찾았다. ○토털사커로 체력훈련 서울 송파구 한국체대 체육관. 가벼운 스트레칭 후 임오경 감독이 배구공을 가져왔다. “일단 축구부터 합시다.” 주장 김진순(29)의 연습슈팅 한 방만으로도 선수들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었다. 발등에 정확히 맞은 공은 회전 없이 골대에 꽂혔다. 강지혜(28)가 “몸조심 하시라”며 겁을 준다. 미니축구는 훈련의 지루함을 덜기 위해 시작됐다. 시야를 넓히고, 몸싸움을 익히는 효과까지 있다. 체력을 짜내기 위해 규칙도 보통 축구경기와 다르다. 공격 시에는 공격 팀 모든 선수가 하프라인을 넘어가야 한다. 골을 성공시키더라도 하프라인을 넘지 않은 선수가 있으면 무효. 반대로 상대편이 공격을 할 때는 전원이 하프라인 아래로 내려와 수비에 가담해야 한다. 만약, 상대편이 골을 성공시키는 순간 내려오지 않은 선수가 있다면 그 숫자만큼 점수가 더해진다. 2명이 상대 진영에 있었다면 3점(1+2)이다. 헤딩슛은 2점. 헤딩을 권장하는 것은 보다 많은 몸싸움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임 감독은 “히로시마 메이플레즈 감독 시절에는 핸드볼보다 축구를 더 많이 시켰다”면서 “우승 비결은 축구”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휘슬이 울리자 청일점 채병준(31) 코치가 안예순(25)을 밀어붙였다. ‘좀 심한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때쯤 박혜경(26)의 강력한 어깨싸움. 코트에 한 번 나뒹굴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전반 20분이 끝나자 벌써 다리는 꼬였다. 후반전이 되자 우리 팀은 넣어도 무효, 상대는 넣으면 2점이다. 전원공격, 전원수비 흐름에 동참하지 못하는 한 선수 때문.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하프라인 근처에서 어슬렁거리다 공격 시에는 살짝 넘어갔다가 수비를 할 때면 다시 살짝 넘어왔다. 5명 대 6명의 싸움이 됐지만 어쨌든 0점 슛과 2점 슛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왁스가 가르쳐준 바운드 슛 핸드볼의 기본은 스텝. 크로스스텝, 사이드스텝은 수비 시 상대선수를 따라가는데 사용한다. 턴백, 백코스, 유턴 등은 공수전환시 유용하다. 기본스텝을 익힌 다음에는 임 감독의 휘슬소리에 맞춰 여러 스텝을 조합시켜야 한다. ‘사이드스텝, 턴백, 점프.’, ‘크로스스텝, 백코스, 점프.’ 횟수가 거듭될수록 숨소리는 거칠어진다. 결국 ‘꽈당.’ 임 감독은 “핸드볼은 손이 아니라 발로 하는 것”이라고 했다. 훈련시작 1시간 반 만에 공을 잡아봤다. 스탠드 슛, 페인팅 슛, 러닝 슛, 사이드 슛, 스카이 슛 등 종류도 여러 가지. 유럽선수들이 손목의 힘만으로 빠르게 슛을 던지는데 반해 한국선수들은 몸을 비틀어 어깨의 힘을 최대한 활용한다. 가장 흥미로운 슛은 윙들이 주로 하는 사이드 슛. 보통 오른손잡이는 왼발로 점프를 하면서 슛을 한다. 하지만 왼쪽 사이드 슛은 오른손잡이도 오른발로 점프를 해야 한다. 최대한으로 각도를 만들기 위해서다. 핸드볼은 공을 잡은 상태에서 농구보다 한 발을 더 걸을 수 있다. 스텝이 맞아야 강하고 정확한 슛을 던질 수 있지만 농구스텝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트레블링에라도 걸린 듯 어색하다. 골키퍼가 가장 까다로워 하는 슛 중 하나는 바운드 슛. 하지만 강하게 던지려고만 하면 공이 뜬다. 손에 땀이 흐르자 공이 미끄러졌다. 선수들은 손에 왁스를 발라 공이 빠지는 것을 방지한다. 핸드볼 공에 묻어있는 검은 얼룩들도 왁스자국. “그렇게 많이 안 바르셔도 되는데….” 로션 바르듯 많이 묻힌 것이 오히려 득이 됐다. 손이 찐득찐득하다보니 저절로 공이 바닥을 향한다. “유레카!” 우연히 바운드 슛의 감을 익혔다. ○내 몸에 공을 때려라 스텝, 드리블, 패스, 슛 등 기본 기술을 익힌 후에는 포지션 훈련. 핸드볼은 골키퍼와 센터백, 라이트 백, 레프트 백, 피봇, 라이트 윙, 레프트 윙 등의 포지션이 있다. 센터백은 농구로 치자면 포인트가드. 감독의 지시를 코트에 직접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영리하고, 시야가 넓어야 한다. 라이트·레프트 백은 중거리 슛에 능한 선수들이 맡는다. 라이트·레프트 윙은 속공의 첨병. 발이 빠른 선수가 좋다. 슛의 각도 때문에 라이트 윙은 왼손잡이가, 레프트 윙은 오른손잡이가 많다. 피봇은 포스트플레이어. 몸싸움에 강해야 한다. 센터백과 라이트백이 공을 주고받다가 레프트윙에게 패스를 연결하면 공중에서 바로 슛까지 마무리하는 3:3 스카이플레이. 감싸 안고, 옷까지 잡아당기는 김경미(24)의 수비를 뚫고 빠르게 날아오는 패스를 잡는 것조차 쉽지 않다. 답답한 임 감독. “야, 그냥 막지 말아봐.” 노마크 슛에 이은 억지 박수를 받고서야 골키퍼가 될 수 있었다. 남자선수의 구속은 120km/h, 여자선수도 100km/h 정도까지 나온다. 6m라인 밖에서 골 대쪽을 향해 날아드는 선수와 각도를 좁히며 튀어나오는 골키퍼 간의 최소 거리는 1-2m. 공이 얼굴 옆을 스쳐지나갈 때마다 오싹해진다. “얼굴을 가리면 어떡해요.” 임 감독의 호통소리. 선수들과 “절대로 얼굴과 중요부위를 겨냥하지 않겠다”고 굳은 약속을 맺었는데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공을 눈으로 보고 막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각도를 좁히며 몸을 최대한 벌려 “내 몸에 때려라”는 각오로 달려 나가야 한다. 공이 와서 팔·다리에 맞았다. 뼛속까지 진동이 느껴졌다. “아프죠?” 임 감독이 물었다. “그렇게 몸 한 번 사리지 않고 따낸 금메달·은메달이었습니다.” 다음 날 손목이 부어올랐다. 하지만 그 때만큼은 아프다는 호들갑을 떨 수 없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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