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장마술=경마’로착각…경마천국홍콩관중경악
“우리는 말들이 발레하는 모습을 보러 온 것이 아니다.”
9일 홍콩올림픽승마경기장을 찾은 1만 400여 명의 관중들은 베이징올림픽 마장마술경기를 지켜보며 연신 쏟아지는 하품과 싸워야 했다.
홍콩은 아시아국가 중 일본과 함께 경마가 가장 번성한 곳으로 홍콩의 경마팬들은 ‘경마=마장마술’을 기대하며 경기장을 찾았으나 이내 ‘현실’을 깨닫고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 것.
한 홍콩여성 경마팬은 “말들은 단지 경기장 안을 왔다 갔다 걸어 다닌 것이 전부였다. 처음에는 연습을 하는 줄 알았지만 장내방송을 듣고 나서야 경기가 종료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는 홍콩사람들이 이런 경기를 좋아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텅 빈 관중석을 빠져 나가던 한 관객은 “나는 경마를 보기 위해 왔다. 오늘의 경기는 내 생애에서 가장 지루한 경기였다”라고 불평했다.
객실 예약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호텔 관계자들 역시 “외국 관광객들의 관심이 꺼져버렸다”며 울상이다.
국제경주분류위원회(ICDSC)의 국가분류에 따르면 아시아권에서는 유일하게 일본이 1군(Part1)에 올라 있으며 홍콩은 인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과 함께 2군에 속해 있다. 한국은 3군이다.
홍콩 경마팬들을 실망시킨(?) 마장마술경기는 장애물비월, 마장마술, 종합마술로 나뉘며 고도의 섬세한 기술과 예술성이 요구되는 종목이다. 가로 20m 세로 60m의 직사각형 마장에서 평보, 속보, 구보를 하며 정지, 후퇴, 답보교환, 파사지(Passage·말을 수축시킨 상태에서 박자에 맞추어 속보하기), 피아페(Piaffer·제자리에서 속보하기) 등 33가지 과목을 정해진 시간 내에 마쳐야 한다. 말이 경주로를 달리는 것은 이 종목에 없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