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요즘 올림픽 모드다. 국내의 전 스포츠가 일시 멈췄을 정도로 올림픽에 ‘올인’돼 있다. 기업과 상인들은 ‘올림픽 특수’를 살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상파 방송마다 틀었다하면 올림픽 중계다. 사실 올림픽은 4년 만에 벌어지는 지구촌 축제이기 때문에 그럴 만도 하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어떨까. 그저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고 있는 스프츠 이벤트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하면 된다. NBC 방송을 시청하지 않으면 현재 올림픽이 벌어지고 있는지 조차 알 수가 없다. NBC는 미국의 올림픽 독점 중계권을 갖고 있어 스포츠뿐 아니라 일반적인 뉴스 프로그램도 올림픽과 중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구촌 40억 인구가 시청했다는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이 서부시간으로 8일 새벽 5시에 벌어졌다. 당연히 개막식은 생중계로 방영될 줄 알고 TV를 켰으나 다른 프로그램을 하고 있었다. 미국 서부 지역에서는 개막식이 벌어진 뒤 15시간이 지나고 시청할 수 있었다. 방송사의 프라임타임 시간대에 맞추기 위한 횡포(?)다. 올림픽 개막 이튿날 미국이 금·은·동을 휩쓴 펜싱도 녹화로 중계됐다. 박태환이 금메달을 획득한 400m 자유형 경기도 2시간이 지난 뒤 방영하면서 버젓이 Live라는 자막을 넣고 있었다. 공영방송 체제인 한국에서는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그러나 NBC는 상업방송인 탓에 탓할 수가 없다. NBC는 이번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광고 수입으로만 10억달러(1조원)를 벌어들였다. 개막식 당일 각 언론사 사이트에 팬들이 비난의 댓글을 남겼으나 꿈쩍할 NBC가 아니다. 미국서는 방송사에 욕설 전화를 걸었다가는 자칫 쇠고랑을 찰 수 있다. 전화는 녹음이 된다. 현재 한국서는 모든 뉴스가 올림픽으로 통하지만 미국서는 다르다. 그렇다고 올림픽 뉴스를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스포츠 전문방송 ESPN도 매 시간 올림픽 뉴스를 보도한다. 그러나 이 뉴스를 크게 다루고 싶어도 화면이 없다. 사진으로 처리해야 된다. 현재 미국 스포츠의 가장 큰 뉴스는 NFL 그린베이 패커스 쿼터백이었던 브렛 파브(39)의 뉴욕 제츠 이적과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메이저리그 페넌트레이스 소식이다. 파브는 지난 3월 눈물을 흘리며 은퇴를 선언했었다. 그러나 은퇴를 번복하면서 스포츠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파브의 동정이 ESPN의 톱뉴스다. 메이저리그는 현재 지구 경쟁으로 열기가 후끈 달아 올라 있다. 플레이오프 경쟁을 벌이는 팀은 구장마다 매진이다. LA 다저스의 경우도 매니 라미레스의 영입으로 평소보다 9000여명 이상이 더 구장을 찾고 있다. 미국은 나라가 크고, 뉴스거리가 워낙 많아 올림픽에 올인할 상황이 아니다. 펜실베이니아 윌리엄스포트에서 벌어지는 리틀리그 월드시리즈도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감동의 올림픽, 미국서는 크게 실감나지 않는다. LA|문상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