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와일라잇’피냐키스냐…사랑에빠진뱀파이어

입력 2008-12-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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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뱀파이어의‘애절한로맨스’그린영화
11일 개봉하는 ‘트와일라잇’은 앞서 공개된 미국에서 이미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1억 달러 이상의 제작비가 들어가는 작품이 수두룩한 상황에서 3700만 달러라는 ‘저렴한’ 제작비를 들였고 톱스타 한 명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개봉 첫 주말 7000만 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렸다. 이미 3편까지 제작이 확정된 이 영화는 1편부터 이미 새로운 판타지 영화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트와일라잇’은 17세 소녀 벨라가 엄마를 떠나 아버지 집으로 이사하며 시작된다. 그리고 벨라가 새 학교에서 만난 잘생긴 소년 에드워드를 만나며 느끼는 감정을 1인칭 시점에서 바라보며 진행된다. 시작은 얼핏 평범한 청춘영화다. 특이한 점은 하필 아버지의 집이 미국에서 가장 날씨가 흐리기로 유명한 워싱턴주 작은 마을이고, 잘생긴 에드워드의 얼굴이 분바른 것처럼 하얗다는 점 정도다. 영화가 중반부에 접어들면서 에드워드의 정체가 뱀파이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다른 영화 같으면 꽤 중요한 반전이나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전환점이다. 하지만 ‘트와일라잇’은 이를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이때부터 두 주인공 벨라와 에드워드의 사랑은 더 애절하게 관객들에게 전달된다. 그 비결은 간단하다. ‘트와일라잇’은 공포영화의 단골 주인공 뱀파이어를 전혀 다른 로맨틱한 왕자님으로 뒤바꿔놓았다. 햇빛을 쪼이면 더 잘생겨 보이는 뱀파이어. 아들의 인간 애인에게 마늘이 잔뜩 들어간 이탈리아요리를 대접하는 뱀파이어 엄마, 아빠. 그리고 인간과 더불어 살기위해 욕망을 꾹 참고 짐승의 피만으로 살아가는 착한 뱀파이어들. 특히 향긋이 풍기는 피 냄새에 정신을 못 차릴 정도지만 오직 사랑으로 욕망을 자제하는 매너까지. ‘트와일라잇’의 뱀파이어는 공포의 대상이 아닌 가슴 떨리는 멋쟁이다. 영화의 원작은 스테파니 메이어의 동명소설이다. 소설은 주인공 에드워드의 잘생긴 외모를 찬양하는 온갖 미사어구로 인해 닭살 돋는 청춘멜로다. 하지만 여성감독 캐서린 하드웍은 원작의 기름기를 걷어내고 산뜻한 청춘멜로에 액션에 스릴러까지 양념으로 넣었다. 인공 조명을 최대한 자제하고 구름이 잔뜩 낀 워싱턴주에서 촬영한 영상은 신비감을 더했다. 소설을 읽었다면 외모를 보고 잠시 실망할 수 있는 애드워드역에 로버트 패틴슨은 오히려 부담 없는 외모로 여심을 흔든다. 언제라도 이성을 잃고 자신의 목을 물어뜯을 수 있는 남자를 사랑하는 여주인공 벨라역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분위기 있는 미모로 새로운 스타탄생을 예고했다. ‘트와일라잇’은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같은 다른 초대형 블록버스터 판타지영화와 비교해 작은 영화의 분위기가 곳곳에서 난다. 액션은 절대 화려하지 않고 카메라앵글도 단순하다. 심지어 특수효과는 엉성한 느낌까지 든다. 그러나 영화 전체에 흐르는 떨리는 사랑은 모든 아쉬움을 다 가리고 한참이 남는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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