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오스트레일리아의‘과욕’

입력 2008-12-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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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 키드먼과 휴 잭맨. 오스트레일리아가 낳은 두 할리우드스타가 남녀 주인공을 맡은 ‘오스트레일리아’는 대형 서사극이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대륙 전체가 한 국가인 나라. 넓은 땅덩어리가 제목인 만큼 스케일도 참 크다. 그런데 그 스케일을 스크린에 담으려는 욕심이 너무 과했다. 166분에 이르는 러닝타임에 담긴 내용을 줄이고 자르고 또 압축하면 내용은 이렇다. 때는 제 2차 세계대전 초, 호주농장에서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찾아 귀족부인 새라(니콜 키드먼)는 런던에서 호주로 날아간다. 하지만 남편은 살해당하고 남겨진 것은 벨기에 보다 넓은 농장, 수천마리의 소 떼. 새라는 정의로운 카우보이(휴 잭맨)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농장과 소 떼를 지킨다. 이 중심 줄거리에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역사, 자연, 환경 등 온갖 주제와 메시지가 함께 담겨 있다. 호주에서 최근까지 핍박받고 차별된 호주 원주민 아보리진의 아픔, 제 2차 세계대전 일본의 침략, 광활한 영토를 개척한 땀과 노력까지. 마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파 앤드 어웨이’, ‘진주만’을 비벼 넣고 내셔널지오그래픽 호주 특별편, 호주관광청의 CF까지 우겨넣은 느낌이다. ‘아 드디어 영화가 끝났구나’ 생각하게 하는 장면이 몇 차례나 이어질 정도로 각 주제는 따로 놀며 일체감을 이루지 못했다. 다만 한 가지. 올 해 케빈 러드 총리가 국회에서 직접 사과하기도 했던 100년 이상 탄압을 받은 원주민 아보리진에 대한 반성이 이 영화의 유일한 메시지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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