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에써먹을수있는와인이야기…에로이카

입력 2009-01-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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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틱한한잔,혀끝에긴여운이…
소믈리에가 와인을 들고 온다. 병 속 액체는 볏짚색 기운의 연두빛을 띄고 있고, 검정색 직사각형 에티켓과 흰색 글자로 적힌 ‘EROICA’가 동공을 자극한다. ‘에로이카’라. 느낌이 강렬하다. 등이 깊게 파인 검정색 드레스를 입은 매혹적인 여성의 자태 같다고 할까. 와인을 잔에 따르며 소믈리에가 입을 연다. “손님이 지금 드시는 와인은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리슬링’입니다. 원래 이름은 ‘에로이카’지만 ‘에로티카’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 하죠.” 맞다! 섹시함이다. 이 와인을 관통하는 이미지는 바로 뒤태를 드러낸 여성이 고개를 내 쪽으로 돌리기 직전 심장 박동수를 증가시키는 그 섹시함이다. 그런데 원래 리슬링은 독일에서 유명한거 아니던가? “미국 워싱턴 주에서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 ‘샤토 생 미셸’이 독일 모젤 지방에서 최고 명성의 리슬링을 만드는 닥터 루슨과 합작해 만든 와인입죠. 샤토 생 미셸은 리슬링 와인 생산에 있어 단일 회사로는 세계 최대랍니다. 이런 회사가 200년 넘게 가족 경영을 하고 있는 닥터 루슨과 만들어 탄생시킨 게 바로 에로이카랍니다.” 달콤한 과일 향에 긴 여운, 당도와 산도가 적절히 조화된 풍미가 혀를 간질인다. 맛있다. 행복하다. “에로이카하면 맨 먼저 떠오르시는 게 있으시죠. 맞아요. 베토벤 교향곡 3번입니다. 구대륙(독일)과 신대륙(미국)의 합주를 뜻하려는 의도였을 겁니다. 이 덕분인지 1999년부터 2003년 빈티지까지 5년 연속 와인스펙테이터 지 ‘톱 100’에 오르며 품질을 인정받았어요.” “그렇군요. 에로이카 하니까 떠오르는 게 저도 있네요. 원래 이 곡은 베토벤이 나폴레옹에게 헌정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얘기 아시죠. 그런데 원래 제목은 ‘보나파르트’였다고 해요. 그러다 나폴레옹이 폭군이 돼 버리자 분노해 이름을 바꿨다는군요.”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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