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박찬욱인터뷰①“감각기관으로느끼는영화”

입력 2009-05-15 21:5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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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 [스포츠동아DB]

“모든 감각기관으로 느껴지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신작 ‘박쥐’를 제62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선보인 박찬욱 감독은 “스토리를 따라가
는 데 어려움 없이 머리로 생각하지 않도록 친절히 그리려 했다”면서 “그러나 눈과 귀, 때로는 냄새와 촉각으로도 느끼는 영화를 만들려 했다”고 말했다.

박찬욱 감독과 ‘박쥐’의 송강호와 김옥빈은 15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프랑스 칸 팔레 데 페스티벌에서 경쟁부문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찬욱 감독은 “내 작품 중 가장 감각적인 영화를 의도했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찬욱 감독과 가진 일문일답.

- 주인공을 신부로 삼았다. 최근 ‘천사와 악마’를 둘러싸고 교황청의 반발이 거세는 등 논란이 있는데.

“톰 행크스 주연 ‘천사와 악마’에 대한 관심 만큼 ‘박쥐’에 가져준다면 고맙겠다. 신부에 대해 조롱하려 한 게 아니다. 신부에 대한 존경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신부는 가장 숭고한 휴머니스트이다. 그런 신부가 남의 피를 마셔야 하는 상황에 놓일 때 도덕적 딜레마는 얼마나 클까를 생각해 그런 설정을 했다. 내 영화를 진지하게 본 관객이라면 나의 선택을 지지할 것이다.”

- 관객이 이 영화를 어떻게 보기를 바라나.

“내 영화 중 가장 감각적인 작품을 의도했다. 스토리를 따라가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머리로 생각하지 않게끔 친절히 그리려 했다. 그러나 눈과 귀, 때로는 냄새와 촉각으로도 느끼는, 감각기관으로 느껴지는 영화를 의도한 것이다. 극중 신부가 처음 뱀파이어가 되는 순간을 묘사할 때, 소리와 냄새 등 모든 감각이 인간의 수준을 뛰어넘는 것으로 확장되는 것처럼 말이다.”

- 극중 두 남녀의 정사장면이 등장한다. 평범하지 않고 자세도 이상하다.

“그게 이상한가?(웃음) 남자는 성적 경험이 없다. 여자도 ‘처녀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평범한 자세를 취하도록 했다. 여자의 발을 핥는 것도 고독과 정열을 이길 수 없어 발바닥이 거칠게 된 것에 대한 연민과 동정을 그린 것이다. 성경에 근거한, 발을 씻겨주는 것을 연상시킨다.”

- 극중 뱀파이어에게는 송곳니가 없다.

“영화 사상 수많은 뱀파이어 영화가가 있어왔다. 거기에 하나를 추가할 때에는 새로운 면이 있어야 한다고 10년 전 이 작품을 구상할 때부터 생각해왔다. 뱀파이어라는 낭만적, 비현실적 존재에 대해 현실적으로 접근하고 싶었다. 의학적이고 일상적인 묘사를 통해 새로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장르의 영화 속 클리셰(장르적 묘사를 상징하는 관습적인 표현이나 정형화한 장면)를 빼는 게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 마늘이나 십자가, 긴 망토 같은 것 말이다.”

칸(프랑스)|스포츠동아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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