쐈다하면골드!…오진혁세계新

입력 2009-09-05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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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양궁男리커브개인예선
90m·합계 등 세계신 갈아치워 - “좀처럼 깨기 힘든 대기록될 것”“왜 그런 날 있잖아요. 아무렇게나 쏴도 막 들어가는 날. 오늘 (오)진혁(28·농수산홈쇼핑)이 형 경기가 딱 그랬어요.”

4일 울산 문수국제양궁장에서 열린 제45회 세계양궁선수권 남자리커브 개인전 예선. 2008베이징올림픽 남자단체전 금메달리스트 이창환(27·두산중공업)은 “이미 오전 경기만 보고도 세계신기록을 예감할 정도로 (오)진혁이 형의 페이스는 신기에 가까웠다”고 했다.

오진혁은 오전에 열린 90m에서 342점을 기록, 장용호(33·예천군청)가 2003년 뉴욕세계선수권에서 세운 세계기록(337점)을 경신했다. 이어 90m와 70·50·30m 합계에서도 1386점으로 2000년 원주에서 열린 종합선수권에서 오교문(37)이 쏜 종전세계기록(1379점)을 넘어섰다.

한국은 이창환(1371점·2위)과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임동현(1365점·4위)까지 선전하며, 남자단체전에서도 세계기록(4122점·1위)으로 16개 팀이 겨루는 본선에 진출했다. 이전 세계기록은 2003년 뉴욕 대회에서 한국이 작성한 4074점. 이창환은 “좀처럼 깨지기 힘든 대기록이 될 것”이라며 웃었다. 2위 프랑스(4026점)와는 무려 96점차.

오진혁은 충남체고 재학시절이던 1999 년,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 출전하면서 차세대 주자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일찍 찾아온 성공은 오히려 독이 됐다. 2000년부터 극심한 슬럼프에 빠지며 이후 7년간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화통하고 호방한 성격. 운동은 나락에 빠져 있었지만, 주변에 사람은 끊이지 않았다. 오진혁은 “놀기도 좋아해서 술도 참 많이 마셨다”면서 “너무 운동이 안 되다 보니까 그 때는 ‘양궁 아니면 내가 할 것이 없겠나’하는 생각까지 했다”고 털어놓았다.

잡아야 할 게 술잔이 아니라 활이라는 걸 깨달은 것은 한 참 뒤의 일이었다. 2007년 다시 태릉에 입성한 오진혁은 결국 바늘구멍 뚫기보다 어렵다는 세계선수권 대표선발전을 통과했다.

남자대표팀 남교현(41·농수산홈쇼핑) 감독은 “(오)진혁이는 리더십이 있어 후배들이 잘 따른다”면서 “단체전에서도 큰 역할을 해 줄 것”이라고 했다.

담력이 좋은 오진혁은 남자단체전에서 마지막 3번째 순번으로 활시위를 당긴다. 오진혁은 “(임)동현이와 (이)창환이가 잘 쏴줘서 나는 오히려 부담 없이 쏠 수 있다”며 웃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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