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동아 창간 15주년 특집 인터뷰]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건강한 삶과 스포츠문화로 건전한 사회 이뤄야”

입력 2023-03-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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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사진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한동안 멈췄던 지구촌 스포츠가 다시 뛰고 있다. 3년여의 ‘잃어버린 시간’을 극복해낸 대한민국 스포츠도 새 시대를 그리며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한국체육의 전반을 이끌고 있는 대한체육회가 최근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중점 과제는 ‘국민 스포츠권 실현’이다. 이를 위해 국내 스포츠행정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의 필요성을 꾸준히 강조해왔고, 그 결과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스포츠정책위)가 출범해 현재 위원 구성 단계에 있다. 스포츠정책위가 정부 각 부처에서 수행하는 체육행정을 조율하고, 수립되는 정책을 심의·조정하는 역할에 그치는 등 아직은 미비한 부분도 노출하고 있으나, 민간위원들의 참여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조금이나마 반영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선 상당히 고무적이다.

창간 15주년을 맞은 스포츠동아와 서울 송파구 올림픽문화센터 집무실에서 만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68)은 “스포츠정책위를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부, 복지부 등 여러 정부 부처가 추진하는 체육업무를 총괄 시행하며 정책집행기능을 가진 합의제 중앙행정기관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할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스포츠정책위 구성을 놓고 어려움이 있었다.

“스포츠정책위는 2017년부터 추진한 역점사업이다. 위원회를 정부위원만으로 구성하는 움직임이 있었으나, 지속적으로 (정부에) 민간 참여의 필요성을 건의해 대한체육회장과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대한장애인체육회장이 당연직 민간위원으로 포함되고, 추가로 체육회에서 3개 분야에 민간위원 후보를 추천하게 됐다. 아직 완벽하진 않아도 의미 있는 첫 걸음을 뗐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사진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체육인재개발원 건립에도 많은 공을 들이는데.

“체육인들의 교육 강화를 목적으로 전남 장흥에 대한민국체육인재개발원을 건립 중이다. 내년 11월 운영 예정인 이 곳에서 선수와 지도자, 행정가들의 인권교육 및 역량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상시 제공하려 한다. 또 은퇴 체육인들이 제2의 삶을 그릴 수 있는 경력 개발과 진로지원교육도 강화할 생각이다. 진천선수촌, 평창동계훈련센터와 태백선수촌, 서울 태릉선수촌을 연계해 권역별 체육인 교육 거점으로 활용하는 한편 미래체육인재 양성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 또 170억 원대 예산을 투입해 온라인 통합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각 지역 체육회, 모든 경기단체가 하나의 플랫폼을 활용해 다양한 정보를 얻고, 서로 교류하고, 교육까지 가능할 전망이다.”


-생활·엘리트체육의 조화를 강조하는 시대다. 그럼에도 정작 학업 현장에선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적다. 학교체육 활성화 방안은 무엇인가.

“학교체육이 기본이다. 유아와 유소년, 청소년들이 학교와 일상에서 체육을 자유롭고 쉽게 언제든 즐기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체육은 건강한 삶과 사회를 만든다. 평생건강의 기초를 다지면서 올바른 사회구성원이 되기 위한 많은 부분을 습득할 수 있다. 오직 엘리트선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두가 즐기는 환경에서 좋은 자질을 가진 선수를 발굴하고 성장시키는 긍정의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사진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그런데 2025년 고교학점제 시행으로 체육은 더욱 뒷전으로 밀리게 됐다.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향후 고교체육은 더 움츠러든다. 체육인들은 물론 많은 이들이 이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 입시 위주의 교육 현실에서는 건강한 학생을 만들 수 없는 구조다. 지금도 학교 체육수업 시수는 주 1~2시간 정도에 불과하다. 게다가 초등학교 1~2학년 과정에 ‘즐거운 생활’이란 과목으로 미술과 음악, 체육이 한데 묶여있다. 선진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 등 많은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를 열어 체육 필수수업 확대 등 여러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다.”


-2024강원청소년동계올림픽은 한국체육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추천으로 유치한 대회 개막이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동·하계올림픽 영웅인 진종오(사격), 이상화(스피드스케이팅) 공동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조직위원회가 완전하게 자리 잡았고, 각 분야에서 대회 준비가 차질 없이 진행 중이다. 체육회도 지난해부터 직원들을 파견해 대회 성공 개최에 힘을 싣고 있다. 이번 대회는 2018평창동계올림픽에 이어 다시금 한국체육의 저력을 알리는 기회다. 참가 선수단 숫자(3000여명 예상)도 올림픽에 뒤지지 않는 대규모 이벤트다. 기존의 동계올림픽 인프라를 잘 살리면 한국과 강원도는 동계스포츠를 선도하는 국가, 지역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사진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중동이 최근 스포츠 확장에 적극적이다. 동시에 국제사회의 ‘스포츠 워싱’에 대한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

“국제스포츠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 보장과 보호를 강조하는 추세다. 중동 등 일부 지역에 이주노동자와 여성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권유린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다만 국제스포츠 이벤트는 국제교류 확대를 통한 사회 개방과 사회문제 개선 등의 긍정적 영향을 이끌어내는 매개가 되기도 한다. ‘스포츠 워싱’이 스포츠의 긍정적 영향을 무시한다는 의견이 많은 것도 알지만 자칫 외교적 문제로 번질 수 있는 예민한 사안이라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 체육회는 IOC와 올림픽에 참여하는 모든 국가올림픽위원회(NOC)들과 연대 강화에 나서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사태 후 설 곳을 잃은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임시 편입 등을 통해 국제대회 참가를 꾀하고 있다. 체육회 차원에서 대책은 무엇인가.

“OCA가 2022항저우아시안게임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의 주요 국제대회에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참가를 허용하는 방침을 1월 말 발표한 바 있다. 체육회는 즉각 NOC 의견수렴 절차 없이 일방통행식의 결정을 내린 점에 대한 유감을 표명했고, 기존 회원국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할 것을 정식으로 요청했다. 현재는 당면한 아시안게임 출전을 앞둔 각 회원종목단체로부터 예상되는 문제점을 수렴하고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향후 OCA 차원의 추가 발표가 나올 예정인데, 우리 선수들이 피해를 입는 상황이 나오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하겠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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